LIFESTYLE 어린시절 꿈꿔온 집의 실현

스페인 건축가 빌보 그라시아 콘데는 최근 유년 시절부터 꿈꿔온 이상적인 집을 만들고 더 젊고 행복해졌다 말한다. 낡은 벽돌 건물 최상층에 박공지붕 구조의 ‘창고’를 지어 완성한 보금자리, 그 안에 펼쳐진 동심을 들여다본다.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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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자 건축가인 빌보 그라시아 콘데와 집 개조를 함께한 이치아르 마르티네즈 커플. 

건물 최상층을 박공지붕과 트러스 구조가 드러나는 창고 스타일로 개조한 리빙룸. 그린 컬러의 테라초 바닥과 붉은 흙 빛깔이 매력적인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한 공간은 스페이스 에이지 시대에 출시된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가구와 3m 크기로 만든 만화 <땡땡의 모험>에 등장하는 로켓 오브제를 놓아 창고 특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푸른색 ‘카멜레온다(Cameleonda)’ 소파는 1970년대 마리오 벨리니 디자인. 

 

 

건축가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건축가가 된 남자. 35세에는 자신의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그 꿈을 이룬 주인공. 마드리드에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건축 스튜디오 CDP를 운영하는 빌보 그라시아 콘데(Bilbo García-Conde)는 지난 2018년 발레카스(Vallecas) 지역에 있는 1930년대 지어진 3층짜리 낡은 건물을 구입했다. “원래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창고를 집으로 개조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마드리드에서 그런 조건의 공간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 건물을 발견했어요. 심지어 모퉁이에 자리한 위치까지 마음에 쏙 들었죠.” 빌보는 오래된 벽돌 건물 최상층에 아예 창고를 지어 자신이 원하던 집을 실현할 계획을 세웠고, 이 모험은 건물을 산 지 2년 만에 성공을 거뒀다. 시청에 인허가를 요청하고, 2019년에 공사를 시작해 2020년 3월 중순에 공사를 마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다행히(?) 입주와 동시에 코로나로 인한 도시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빌보는 상당 기간 새 집에서 온종일 지내는 행운 아닌 행운을 누렸다. 누군가는 집에 종일 머문다는 게 상당히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겠지만 남다른 발상으로 탄생한 빌보의 집은 오히려 안에서 누려야 할 게 많은 터. 실내와 실외가 하나 되는 공간 구성, 기분을 밝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컬러 조합,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향한 노스탤지어로 연출된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흥미롭기 그지없다. 

 

 

닥스훈트 반려견과 집 개조 콘셉트 스케치.  

 


빌보의 집은 벽돌로 된 외관을 그대로 유지했을 뿐, 실내는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개조됐고, 특히 새롭게 증축한 3층은 회색 판금으로 만든 박공지붕의 창고를 얹어놓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변화했다. “건물 외관은 동네의 원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가급적 그대로 보존하려 했어요. 그리고 집의 디자인 콘셉트는 건물이 지닌 역사성과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스타일의 접점에서 도출했습니다.” 1980년대생인 빌보는 유년 시절부터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1960~1970년대 ‘스페이스 에이지(Space Age)’ 시대에 매료되어 있었다고. “이 건물은 1930년에 지어졌고 닐 암스트롱 역시 1930년에 태어났죠. 닐 암스르통은 1969년 달에 착륙한 최초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2019년은 그가 달에 간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자, 제가 이 집을 완공한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집을 통해 달에 도착한 인류 최초의 우주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인테리어 테마를 스페이스 에이지로 정한 빌보는 이를 진정성 있게 연출하기 위해 가구와 소품을 당시 제작된 것으로 구성했다. 빈티지 시장과 인터넷 옥션 사이트를 부지런히 드나들며 가치 있는 디자인을 찾아냈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주워온 것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빌보의 집이 확실히 우주 시대를 테마로 꾸몄음을 보여주는 것은 거실에 놓인 3m 높이의 로켓 오브제다. 벨기에 만화 <땡땡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에 등장하는 레드&화이트 체커보드 로켓을 본뜬 이 대형 오브제는 남다른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공간의 캐릭터를 단박에 알려주는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저와 형에게 <땡땡의 모험> 속에 등장한 로켓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셨어요. 1m 정도 되는 크기인데, 그 로켓은 아직도 본가에 남아 있죠. 지금 제 집에 있는 대형 로켓 오브제는 코로나 유행 당시 일감이 줄어든 목수 친구에게 의뢰해 만든 것입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크기지만 위압적인 느낌이 들기보다는, 땡땡이 금방이라도 만화 속에서 튀어나와 직접 타고 지붕을 뚫고 날아오를 듯한 분위기의 대형 로켓 오브제는 오히려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폴딩 도어를 통해 실내와 테라스를 자유롭게 분리 통합할 수 있게 디자인한 거실과 주방. 브라운 소파는 마리오 마렌코(Mario Marenco)가 1970년대 디자인한 것으로 알플렉스(Arflex) 제품, 암체어는 1960년대 롭 페리(Rob Parry)가 디자인한 빈티지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 폴딩 도어를 열어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없앨 때 행복을 느낀다는 빌보는 푸른 지중해 바다 빛깔을 닮은 타일로 만든 작은 수영장이 딸린 테라스를 이 집의 보석 같은 존재라 말한다. 

 

무려 5m에 달하는 천장 높이를 자랑하고 트러스 구조를 노출해 창고의 특징을 가감 없이 드러낸 빌보의 집은 멋있는 데다 실용성 또한 뛰어나다. 거실, 식당, 주방이 벽 없이 이어지는 오픈 플랜(Open Plan) 구조의 3층은 빌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그의 생활 패턴에 맞춰 디자인됐다. 연중 내내 온화한 편인 마드리드의 기후를 고려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던 그는 슬라이딩 포켓 도어를 설치해 테라스와 거실이 자유롭게 분리 및 개방되도록 했고, 3층 실내 면적의 반만 한 40㎡ 크기의 테라스에는 미니 풀을 마련해 언제든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10년 넘게 마드리드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항상 갖고 싶었던 건 수영장이었어요. 가로 세로 3m 길이에 수심이 1.5m인 미니 수영장은 어른들이 즐기기에도 충분한 사이즈인 데다 1~2월을 제외하면 연중 내내 사용할 수 있어요. 미니 수영장이 있는 테라스 덕분에 이제 친구들과의 모임은 모두 이곳에서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요즘 제 친구들은 저를 부르지 않아요. 알아서 여기를 찾아오니 말이죠. 하하하.” 빌보는 매일 아침 일어나 실내와 테라스를 나누는 슬라이딩 폴딩 도어를 밀 때면 안팎이 하나 되는 마법에 행복을 느낀다. 

 

 

 

주방에 놓인 철제 수납장에는 평소 모아 온 컬러풀한 식기와 소품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박공지붕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주방. 우드 테이블과 벤치는 집주인 빌보가 디자인했고 주방 가구는 빈티지 가구를 부분적으로 재활용해 제작한 것이다.

 

 

오로지 모퉁이에 있는 건물이라는 조건에 이끌려 내부도 보지 않고 구입한 건물은 2년간 빌보와 건축을 전공한 그의 파트너 이치아르 마르티네즈(Itziar Martínez)의 손길을 거쳐 지하부터 3층까지 총 236㎡ 규모의 주거 공간으로 변신했고, 그중 별도의 출입구가 있는 1층과 지하는 임대 공간으로 분리했다. 따라서 빌보의 집은 3층에 증축한 창고형 공간과 4개의 침실이 자리한 2층 공간까지, 2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침실은 3층과 마찬가지로 철제 H빔과 천장을 드러낸 노출 구조에 저마다 다른 컬러 포인트를 적용해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살렸고, 각 방마다 욕실과 드레스룸을 마련해 사적인 공간으로서 편의성을 높였다. “벽과 천장의 콘크리트 슬래브 질감을 살린 것은 제가 오랫동안 일하며 깨달은 결과입니다. 공간의 모든 표면을 매끈하게 마무리하기보다는 원재료 자체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오히려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새로 증축한 창고 스타일의 공간은 빌보의 건축적 심미안이 더 직설적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바로 박공지붕의 공간을 지지하는 철제 트러스 구조다. 어릴 적부터 어떤 것이든 잘 조립하고 만들기 좋아했던 빌보는 특히 자전거 섀시 구조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는 그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1939년 독일산 항공기 피젤러 슈토르히(Fieseler Storch)의 구조를 통해서도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다고.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베를린에 있는 AEG 터빈 공장에 가본 적이 있어요. 건축가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가 만든 건물은 파사드 밖으로 철근 기둥이 나와 있었고 랙 조인트도 볼 수 있었죠.” 기능과 형태가 일치하는 페터 베렌스의 건축에서 감동을 받았던 유년 시절의 경험은 지금까지 빌보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컬러와 패턴의 조화가 돋보이는 스페인 화가 카예타나 쿠야스(Cayetana Cuyás)의 그림이 걸려 있는 마스터 베드룸. 2 스페이스 에이지 시대에 나온 빈티지 가구와 인더스트리얼 감성이 돋보이는 수전을 사용해 개성을 살린 욕실. 세면대 상부는 테라초 패턴의 인조 대리석으로, 하부는 빈티지 캐비닛으로 구성했다. 

 

1 상상력과 위트가 뛰어난 빌보가 그린 그림.  메자닌 층 계단 옆에는 집주인이 모은 조명과 소품이 장식되어 있다. 종이 램프 ‘아카리(Akari)’는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디자인, 노란색 화병은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디자인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지향하는 이상적인 집의 기준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빌보의 집. 그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핵심 가치는 ‘자기 자신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말한다.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곳이야말로 개성 있는 ‘진짜 집’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빌보는 자신이 많은 시간을 보낼 공간에 유년 시절의 추억과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 진심을 다했고, 자신만 만족하기보단 이웃과의 조화를 위해 외관을 그대로 보존할 줄 아는 현명함도 잊지 않았다. “집을 개조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은 난관은 기꺼이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하지만 수많은 문제 중 가장 힘든 건 돈이었답니다. 그 누구의 도움 없이, 12년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35세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소원을 이뤘으니, 제가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공감할 수 있겠죠!”   

 

STYLIST Angela Esteban Libr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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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Daniel Schaefer(Photo 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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