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도발, 파격, 낯섦을 이끄는 장르

무뎌진 일상에 살랑바람이 찾아들고, 사각 전시장을 탈출한 이들이 당신의 감각세포를 자극한다. 16세기 수녀원, 옛 담배 공장, 휴양지 호텔 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그곳에 등장한 낯선 생명체. 공간을 전복시키는 설치, 조각 프로젝트의 새로운 파장에 주목하라.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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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의 성스러운 옛 수녀원 건물 회랑에 들어선 마르티요 노이마치코의 ‘쿠에르포 그리스(Cuerpo Gris)’, The installation was created for Bilbao’s 2022 Gau Zuria (White Night) festival, Pictures by Antonio Bouzas

구불구불 거대한 구조물은 중앙 정원의 상징적 요소인 백합 분수를 둘러싸고 있다. Martillo Neumático, Cuerpo Gris, Pictures by Antonio Bouzas

 

 

16세기 건물에 출몰한 괴물

Cuerpo Gris

스페인 빌바오의 성스러운 옛 엥카르나시온 수녀원에 출현한 기이한 생명체(?). 길이 120m 이상, 높이 최대 6m에 이르는 이 거대한 구조물의 정체는 ‘쿠에르포 그리스(Cuerpo Gris)’다. 영어로 Grey Body, ‘회색체’를 뜻하는 말로 사전적으로는 ‘열 복사율이 파장이나 온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물체’라는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이 기이하고 낯선 회색체를 수녀원 회랑에 잉태시켰다. 구불구불 거대하게 부푼 3개의 구조물. 그것은 100년 된 올리브 나무를 휘감고, 중앙 뜰의 백합 분수를 에워싸며, 마치 증식하듯 대량 서식한다. 그것들은 관람객을 친밀한 공간으로 이끌거나, 또는 그 위에 걸터앉도록 초대하지만, 내부의 괴물 군단은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빌바오 시립재단 722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이 작품은 스페인의 젊은 예술가 집단 ‘마르티요 노이마치코(Martillo Neumático)’의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 16세기 건축물과 기이한 우주 생명체의 낯선 조우를 통해 공간을 다이내믹하게 환기시킨다. 

COOPERATION MARTILLO NEUMÁTICO, MARTILLO-NEUMATICO.COM

 

 

 

데이비드 알트메이드(David Altmedj), L’heure, 2016, White Cube at Arley Hall, until 29 August 2022, Photo © White Cube (Ollie Hammick)

1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Play Sculpture (c. 1965~80), White Cube at Arley Hall, until 29 August 2022,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2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Domain Field (Prototype) 4, 2003, White Cube at Arley Hall, until 29 August 2022, Photo © White Cube (Theo Christelis)

 

 

시골 정원에 온 현대 조각

White Cube at Arley Hall

영국 시골 정원과 현대 조각이 어우러진 풍경. 이 황홀한 풍경이 영국 체셔주에 위치한 웅장한 저택 ‘알리 홀 앤드 가든스(Arley Hall and Gardens)’에 펼쳐진다. 1820년대 후반 영국에서 유행한 자코비안 리바이벌 양식의 건축물과 그림 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이곳은 애시브룩(Ashbrook) 자작과 그 가족이 270년 넘게 창조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이곳의 역사적인 배경에 현대미술을 접목한 최초의 야외 조각 전시 <White Cube at Arley Hall>을 연다. 격식과 야생이 공존하는 영국 컨트리 하우스의 정원이 주 무대로, 잔디밭, 연못과 작은 숲, 벽돌 벽 너머, 튜더 양식 헛간의 대들보 등 20개 이상의 조각품이 예상치 못한 공간에 펼쳐진다. 삶의 ‘덧없음’을 그만의 시적인 찬가로 풀어낸 안토니 곰리의 ‘도메인 필드(Domain Field)’가 17세기 정원 벽에 자리하고, 그리스 조각가 타키스의 높이 4.5m짜리 작품 ‘에올리언(Aeolian)’은 야생화 들판 위에 우뚝 솟아 있다. 빨간 루프 형태의 ‘조각과 놀다(Play Sculpture)’는 작가 이사무 노구치의 의도대로 기어오르거나 구조물에 앉아 휴식을 취하도록 초대한다. 신화 속 님프를 소환한 데이비드 알트메이드, 트레이시 에민, 모나 하툼 등 작가 11명의 작품이 8월 29일까지 펼쳐진다. 

COOPERATION WHITE CUBE

 

 

 

1, 2  파스텔 핑크가 돋보이는 스티브 메섬(Steve Messam)의 ‘제티(Jetty)’ 시리즈로, 어떤 것은 나무 데크 사이에, 다른 어떤 것은 파도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3 직물 예술가이자 조각가인 레이첼 헤이즈(Rachel Hayes)의 ‘체커(Checkers)’. 빛, 바람, 시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패브릭 조각이 이곳에 낭만을 더한다. 

 

 

바닷가 휴양 리조트에 벌어진 일

Istanbul’74

에게해 최고의 휴양 리조트, 튀르키예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보드룸. 예술 플랫폼 이스탄불’74가 이곳에서 특별한 일을 벌였다. 튀르크뷔크 베이(Türkbükü Bay)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중턱에 자리한 호텔 마차키지(Maçakizi) 주변의 울창한 정원과 해안선을 가로질러 설치된 이색적인 작품의 향연. 9월 10일까지 펼쳐질 전시 <인간과 자연 사이(Between Humankind and Nature)>로, 에게해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 세계의 상호 연결성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예술가, 디자이너 10명이 참여했다. 스티브 메섬의 장소 특정 설치물인 ‘제티(Jetty)’는 파스텔 핑크의 강렬한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풍경을 가로막는 장소 특정적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고 질문하고,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현지 장인과의 협업으로 손으로 짠 등나무를 이용해 만든 크리스티안 모하데의 5개의 ‘웨이빙 타워’,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하려는 듯 수영장 옆에 자리한 메흐메트 알리 위살의 ‘종이배’, 시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레이첼 헤이즈의 패브릭 조각 ‘체커’ 등 자연의 풍요와 함께하는 예술, 디자인, 공예의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COOPERATION ISTANBUL’74, ISTANBUL74.COM

 

 

 

1 ‘라 무시도라’는 방문객이 직접 체험 가능한 인터랙티브 야외 설치 작품으로, 마틴 플라자(Martin Plaza)에서 만날 수 있다. La Musidora Installation. © Denver Art Museum
2 라 무시도라의 디자이너들. Ignacio Cadena(Left), and Hector Esrawe(Right) sitting on the outdoor installation Lamusidora, © Denver Art Museum

 

컬러풀한 흔들의자의 비밀

La Musidora

이 평범한 의자는 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을까. 2017년 설치되어 큰 사랑을 받은 ‘라 무시도라(La Musidora)’가 다시 돌아왔다. 라 무시도라는 스페인어 ‘라 무시카(La müsica)’(music)와 ‘라 메세도라(La mecedora)’(rocking chair)의 합성어로, 두 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구조다. “흔들의자와 악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제목 역시 ‘음악’과 ‘로킹 체어’를 합한 ‘라 무시도라’다. 전통 직조 방식, 색상 팔레트 등 멕시코 장인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전통이라는 유산 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라고 헥토르 에스라위(Hecktor Esrawe)는 말한다. 이 작업은 멕시코의 디자인 회사 에스라위(Esrawe)와 칸데나(Cadena)를 각각 운영 중인 헥토르 에스라위와 이그나시오 칸데나(Ignacio Cadena)가 맡았는데, 이 둘이 협업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들은 예술, 디자인과 접촉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향해, 이 친근한 의자를 건넨다. 한 번에 20명의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약 27m의 라 무시도라. 작가들은 컬러풀하게 짜인 2인 구조의 의자를 부드럽게 흔들어 음악 소리를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라 무시도라는 덴버 아트 뮤지엄의 북쪽 빌딩인 마틴 플라자에 9월 5일까지 설치된다. 

COOPERATION DENVER ART MUSEUM

 

 

 

(From left) 마이클 랜디, Credit Card Destroying Machine 욘 보크(John Bock), Palms, 2007, Installation and video, 59:14 minutes, Edition of 1 and 2 AP (#1/1) © John Bock, Courtesy the artist and Anton Kern Gallery, New York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Greetings from the Gutter/Avoiding the Inevitable, 1994, © Damien Hirst και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2, Installation View Dream On, 2022 | Hellenic Parliament + NEON at the former Public Tobacco Factory, Athens, Photograph © Natalia Tsoukala, Courtesy NEON

1 마이클 랜디(Michael Landy), Credit Card Destroying Machine, 2010, Installation View Dream On, 2022 | Hellenic Parliament + NEON at the former Public Tobacco Factory, Athens, Photograph © Natalia Tsoukala, Courtesy NEON 2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Dependance/Independance, 1995/6, Installation View Dream On, 2022 | Hellenic Parliament + NEON at the former Public Tobacco Factory, Athens, Photograph © Natalia Tsoukala, Courtesy NEON

 

 

옛 담배 공장의 변신 

Dream On

많은 대중이 현대미술을 가깝게 경험하기를 바라는 비영리 단체와 그리스 의회가 손잡고 재미난 일을 벌였다. 아테네 옛 공공 담배 공장의 활성화를 위한 컬래버레이션, <드림 온(Dream On)> 전시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네온(NEON)은 컬렉터이자 기업가인 디미트리스 다스카로풀로스(Dimitris Daskalopoulos)가 2013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로, 그가 직접 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았다. 11월 27일까지 펼쳐질 전시에는 다스카로풀로스가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자신의 컬렉션(D.Daskalopoulos Collection) 중 주요 대형 설치 작품 18개와 새롭게 제작된 드로잉 20개가 함께 전시된다. 메인 안마당에는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욘 보크의 ‘팜(Palms)’이 강렬한 오라를 내뿜고 있다. 정교하게 복원된 링컨 컨버터블에서 뻗어 나온 붉은 촉수는 괴생명체의 손바닥 같기도 하고, 산업화의 산물인 자동차를 잠식한 거대 괴물의 촉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뿐인가. 도발적인 상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금기를 꼬집는 폴 메카시의 ‘토마토 헤드(Tomato-Head)’, 가스 실린더를 이용한 데미언 허스트의 ‘거터로부터의 인사(Greetings from Gutter)’ 등 파격적인 작품들이 옛 담배 공장을 도발과 상상으로 물들인다.   

COOPERATION NEON, NEON.ORG.GR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아트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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