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빛과 예술 작품이 만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주택

집 한가운데 자리한 널따란 중정은 모든 공간에 밝은 햇살을 전달하고, 각 벽면에 걸린 형형색색의 예술 작품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빛과 예술 작품의 만남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스페인 마드리드의 주택은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라우라 가르나의 야심작이다.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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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악센트가 돋보이는 컨템퍼러리 아트워크와 빈티지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메인 리빙룸. 화이트 소파는 스튜디오 바뇬(Studio Baon), 오른쪽에 놓인 화이트 암체어 한 쌍은 1970년대 이탈리아 빈티지다. 거실의 분위기 메이커인 아트워크는 스페인 작가 페르난도 드 안나가 레진과 네온 조명 믹스로 완성한 것으로 가르나 아트 갤러리에서 구했다. 

 

주문 제작한 화이트 리넨 소파와 베이지 톤의 테이블을 매치해 이 집에서 가장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가 나도록 디자인한 TV룸. 

 

 

“이 집은 설계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예술품과 가구 선택까지 100% 제가 원했던 대로 완성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북부, 부촌으로 손꼽히는 라 모랄레하(La Moraleja)에 자리한 건축가 라우라 가르나(Laura Gärna)의 집은 전문가의 설명 없이도 주된 콘셉트가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인 디자인이 백미다. 푸른 정원 위에 가로로 긴 직사각형 상자를 2단으로 쌓아 올린 듯한 명료한 형태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이트, 라이트 그레이 등 단색으로 말쑥하게 단장한 실내가 펼쳐지고 그 중심에는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중정이 자리한다. 누가 봐도 집 안에 빛을 끌어들이는 것에 집중해 설계했음을 눈치챌 수밖에 없는 중정은 이 집에 존재하는 모든 공간을 밝게 비추고 그로 인해 안팎의 경계를 허문 듯 탁 트인 실내는 눈부신 햇살 그 자체로 기억된다. “저는 하루 종일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 남부 세비야에서 나고 자라 햇살을 가득 머금은 밝은 집을 좋아합니다.” 라우라가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짓기로 결심했을 때 최우선으로 삼은 건 단연 채광이었다. 그 결과 이 집의 정면부는 남쪽을 향하고 실내 레이아웃은 중정을 통해 채광이 극대화되도록 했으며 벽과 바닥은 햇빛을 받았을 때 더 밝고 화사하게 빛나는 모노톤으로 채웠다. “태양의 컬러는 우리 삶을 열정으로 채우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어려서부터 건축과 인테리어,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라우라는 자연스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가 되었고, 2007년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가르나(Gérna Studio)를 설립해 주거와 상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특히 그녀가 이끄는 스튜디오는 스페인에서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유기적인 관계로 통합하면서 차별화된 개성과 디테일로 사용자 중심의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대범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던 라우라는 몇 해 전 남편과 가족을 위해 집을 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입지 선정부터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오롯이 자신의 취향과 의지로 완성해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마드리드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녹지대의 한 주거지에서 집터를 찾은 라우라는 무려 2년여간 정성을 기울여 집을 지었고,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난관(?)에 맞닥뜨렸다. “한 클라이언트가 이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하더니 구매하겠다고 나서더군요.” 오로지 ‘내 마음대로’ 지은 집이 누군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신기함과 오랜 시간 공들여 지은 집을 선뜻 팔 수 있을지에 대한 의아함도 잠시, 라우라는 클라이언트로부터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소유권을 넘기는 데 합의했다. “집을 판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싶어 하지만 집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긴 세월을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라우라는 이에 착안해 최근 주택 건설과 분양에 관련한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1 이 집의 건축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가르나 스튜디오의 대표 라우라 가르나 2 집 최상부에서 바라다본 보이드 공간.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선사하는 그림은 가르나 아트 갤러리 소속 작가 산티아고 피카토스테(Santiago Picatoste)의 아틀라스 시리즈 작품.  

 

아이코닉 디자인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메인 리빙룸 코너. 암체어는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의 ‘Up50’ 버전으로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제품, 사이드보드는 가르나 스튜디오 제작, 사이드보드 위에 놓인 조형 작품은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디자인, 그림은 가르나 아트 갤러리 소속의 화가 마놀로 발데스(Manolo Valds)의 작품.  

 


현재 이 집은 두 명의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의 보금자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크게 변형된 곳은 하나도 없다. 지하부터 2층까지, 3개 층으로 구성된 집은 라우라가 처음 꿈꿨던 모습 그대로다. 지하에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수영장, 스파, 헬스장 그리고 게스트룸이 있고, 1층에는 거실, 주방, 다이닝룸, 패밀리룸, 홈 바가 자리한 가운데 모든 공간이 외부와 연결된 개방형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2층은 마스터 베드룸을 비롯해 4개의 방과 욕실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 그림을 오마주해 만든 이국적인 메탈릭 벽지 ‘우키요(Ukiyo)’를 시공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 다이닝룸.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 볼록 거울은 모두 가르나 스튜디오, 의자는 피에르 잔레 디자인. 

 


“각 방과 복도 등 모든 공간은 제가 강조하고 싶은 나무와 정원 디테일이 돋보이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라우라는 이 집을 설계할 때 일본의 선(禅) 사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안팎의 경계를 없애고 자연과 사람이 물아일체를 이루는 조화로운 공간을 지향했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궁극적으로 ‘평화를 발산하는’ 집을 만들고자 했던 라우라는 그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르나 스튜디오 스태프들까지 수년간 밀리미터 단위와 싸우는 정교한 설계 작업에 매달려 고생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도한 바를 정확히 구현하며 완성도 높은 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오크, 골드, 옐로 톤 조합으로 태양을 머금은 듯한 분위기가 감도는 주방. 주방 가구는 피에트라 그레이(Pietra Grey) 대리석과 내추럴 오크 우드 조합으로 완성했다. 야자수 모양의 펜던트 조명은 세비야 출신의 페르난도 오리올(Fernando Oriol) 작가가 제작했다.  

 


한편 거칠게 다듬은 석회암으로 마감한 외관은 이곳이 라우라의 사심에 충실하게 지은 집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탈리아 베로나로 여행 갔을 때 거친 표면을 앞세운 석회암으로 지은 건물을 보고 반한 적이 있었어요. 자연석을 좋아하는 건축가로서 언젠가 이런 자재를 꼭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크기도 색깔도 일정하지 않은 석회암으로 마감한 1층 외벽은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모던한 건물에 자연미와 고전미를 선사하고, 햇빛이 비출 때면 금빛 모래처럼 반짝거리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추럴 오크 우드와 브라스 디테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한 홈 바. 벽장 양쪽 도어는 거울로 처리해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인다. 스툴은 LA 스튜디오(LA Studio) 제품. 

 


“저는 내추럴한 소재와 결합된 중성적이고 깔끔한 스타일의 공간에 컬러 감각이 돋보이는 현대미술 작품을 매치해 섬세한 세련미, 독보적인 개성을 연출하는 것을 즐깁니다.” 라우라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예술 작품을 선택하면서 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젝트마다 구심점이 되는 아트워크를 선정하면 그에 따라 공간별 컬러 팔레트가 구성되고 가구와 소품 등 세부 디자인이 순차적으로 결정되는데, 이 집 또한 같은 프로세스를 거쳤다. ‘그림이 공간에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하는 라우라는 자연 채광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이곳을 위해 햇빛처럼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을 선택했다. 주황색이 주조를 이루는 예술가 페르난도 다 아나(Fernando De Ana)의 기하학적인 회화는 화이트 톤의 거실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화가 마르티나 로드리게스 모란(Martina Rodrigues Morán)의 역동적인 컬러 믹스가 돋보이는 추상화는 현관의 노란색 카펫과 함께 이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한다. 

 

 

벽면 전체가 침대 헤드보드가 되도록 디자인한 마스터 베드 룸. 헤드보드 양쪽 벽면을 거울로 처리해 공간이 더 넓고 밝아 보인다. 침대 양옆에 설치한 펜던트 조명 ‘플라밍고’는 비비아(Vibia) 제품, 모노크롬 회화는 카를로스 파스쿠알(Carlos Pascual) 작품이다.   

 

화이트 톤으로 넓고 밝게 연출한 마스터 드레싱 룸은 욕실과 연결되어 있다. 욕조 위에 걸린 아트워크는 아티스트 로사 무뇨즈(Rosa Muoz) 작품으로 가르나 아트 갤러리에서 구매했다. 

 


한편 이 집에 전시된 아트워크 대부분은 라우라가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발굴한 재능 있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 컨템퍼러리 아트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라우라는 참신한 예술성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이용해 차별화된 공간을 연출해왔고, 그런 경험을 살려 3년 전 가르나 아트 갤러리(Gärna Art Gallery)를 설립했다. 보통 사람은 소유하기 힘든 고가의 미술품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공간에 변화를 주는 묘미를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갤러리는 마드리드 내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전 세계 예술 애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이 집 거실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아트워크를 제작한 아티스트 페르난도 데 아나는 눈 여겨봐도 좋은 중요한 작가입니다.” 기하학적 조형미와 세련된 컬러가 결합된 추상 구상에 네온 조명이 더해진 페르난도 데 아나의 작품은 심미성과 장식성을 모두 만족시키며 대중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어린아이들 방은 숲속 동물이 그려진 뮤럴 벽지로 마감해 동화적인 분위기로 연출했다. 뮤럴 벽지와 빈백은 디자이너 라우라가 주문 제작, 침대 위에 놓인 리넨 쿠션은 마드리드 인테리어 숍 루 빈티지 74(Rue Vintage 74)에서 구매했다. 

 


꿈에 그리던 집을 완성했지만 정작 살아보지도 못한 채 고객에게 집을 양보해야 했던 라우라에게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이렇게 말한다. “집을 양보한 대신 이 집의 소유주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덕분에 저는 집주인이 여는 파티에 손님으로 초대되는 행운을 누립니다.” 집주인보다 더 이 집의 특징을 잘 아는 라우라는 프라이빗 클럽 같은 홈 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오크 나무가 잘 보이는 창가에서 석양을 감상하고, 정원과 연결된 골프 그린에서 게임을 즐기는 등 공간이 지닌 매력 포인트를 온전히 누린다. 만약 이 집에 살았다면 그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당연하게 여겨질 법한 공간과 시간은 오히려 손님이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와 존재로 다가온다. “아직 제겐 이보다 더 내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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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MANOLO YLLERA(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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