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버려지는 것들에 대하여-김하늘

환경을 위한 업사이클링 디자인부터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이미지의 재활용까지. 자신만의 시선으로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가구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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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마스크 더미와 이니스프리 컬래버레이션 작품, 그리고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전시될 새 작품과 함께 있는 김하늘 작가.

 

팬데믹 시대의 업사이클링

김하늘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린 시절 TV를 틀어놓으면 만화나 예능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고 뉴스나 다큐멘터리 종류만 집중해서 시청했다고 해요.” 버려진 마스크를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김하늘 작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그의 시선이 이 알 수 없는 역병에 쏠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가족과 지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보며 경각심을 느꼈고, 언젠가는 이에 대해 무게감 있는 발언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 뉴스를 통해 소재의 특성상 재활용이 불가능한 마스크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소식을 접했다. 리빙 디자인과 학생이던 그는 생각했다. ‘재활용할 수 없다면 이걸 가지고 내가 가구를 만들어보자.’ 그것이 시작이었다. 

 

 

 

폐마스크를 이용해 만든 조명. 비정형적인 형태가 마치 구름 같은 느낌을 준다. 2 가장 처음 선보인 작업인 스택 앤 스택 시리즈. 화이트, 블루, 핑크, 블랙, 그리고 모든 컬러를 혼합한 버전이 있다. 제품의 컬러는 마스크 본래의 색상이다.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스툴 시리즈인 ‘스택 앤 스택(Stack and Stack)’을 언제 처음 선보였나요? 2020년 겨울쯤 졸업 전시를 위해 처음 제작했는데, 팬데믹 상황이 심화되며 직전에 전시가 취소되었어요. 모든 걸 다 준비한 상태에서 취소되니 무척 허망했고, 그렇다면 어떻게든 이 작품을 알려 보자라는 생각으로 국내 언론, 해외 디자인 매체 등 관련 미디어에 ‘이런 작품이 있다’고 메일을 보냈죠. SBS 뉴스의 환경 이슈 관련 보도에서 소개된 것이 가장 처음 대중에 알려진 자리였어요. 해외에는 디자인 전문지 <디진(Dezeen)>을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한 달 내내 제 작품이 걸려 있기도 했죠. 


패브릭처럼 보이는 마스크가 단단한 의자가 된다는 게 상상이 안 가요. 만드는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어떻게 가공해야 할지에 대한 연구만 거의 3개월이 걸렸어요. 마스크 소재는 플라스틱 섬유인데, 플라스틱이 고열에서 녹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열풍기로 녹인 마스크 폐기물을 미리 제작해둔 틀에 붓고 굳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요.


작품 하나당 소요되는 마스크는 몇 장 정도인가요? 대표작인 스툴은 약 1500장, 등받이가 있는 의자는 약 4000장 사용해요. 


마스크 폐기물을 모으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닐 거 같아요. 처음 작품을 만들 땐 주변 지인들이 버리는 것과 마스크 수거함을 만들어 모았어요. 그러나 이미 사용한 마스크는 2차 감염 위험이 있고 또 마스크 안에 들어가는 철심 등을 분해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수급량에도 한계가 있고요. 지금은 마스크 제작 공장에서 공급받아요. 마스크의 모양이 유선형이다 보니, 형태를 자르고 남은 자투리 마스크, 또 불량으로 생산되어 판매할 수 없는 마스크를 받는데 한 달에 1톤 트럭에 가득 찰 만큼 얻어요. 
 

 

 

3, 4 이니스프리 컬래버레이션 작품의 제작 과정. 가구 틀에 플라스틱 공병 조각을 넣고 녹여 작품의 패턴을 만든 후 녹인 폐마스크를 부어 굳혀 제작한다. 

 

 

최근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와의 협업으로 주목받았죠. 어떻게 성사된 일인가요? 첫 인연은 브랜드가 오픈한 팝업스토어 ‘공병공간’에서 진행하는 강연의 연사로 초청을 받은 것이었죠. 강연을 위해 공병공간을 방문했는데 매장 입구에 초록색 공병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디스플레이를 보았어요. 예쁜 색감의 플라스틱 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이걸 작품에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연을 마치고 브랜드 측에 제가 먼저 메일을 보내 컬래버레이션이 성사됐어요.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버려진 공병과 마스크의 녹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은 공병 조각을 틀에 넣고 녹였다 굳혀 패턴을 만든 다음 빈 부분에 녹인 마스크를 붓고 굳히는 식이에요.  


이니스프리와의 컬래버레이션 이전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꾸준히 진행했죠. 새롭게 예정된 컬래버레이션 소식은 없나요? 조만간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2층에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니스프리와의 협업 작품처럼 플라스틱 공병을 이용한 작품인데 보다 다양한 컬러로 제작했어요. 


녹인 플라스틱을 정형화된 틀에 부어 굳히는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한계가 있어요.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열망은 없나요? 물론 있죠. 현재 스툴, 등받이 의자, 테이블, 조명 등 다양한 종류를 만들긴 했지만 그 안에서의 변주는 아무래도 제한이 있으니까요. 이것 또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데, 나무, 금속 등 물성이 다른 소재와 폐마스크를 조합한 가구를 선보이려 준비 중이에요. 이 작업은 브랜드 무인양품과의 협업을 통해 처음 선보일 것 같네요. 목재와 폐마스크를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작품을 준비했는데, 7월 초 MUJI 롯데월드몰점에서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디자인을 통해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른 방법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작품에는 각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죠. 그래서 사용자는 단순히 대상을 정해진 용도로만 이용하지 않고 작품을 좀 더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스스로 유추해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메시지라도 보다 재밌고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폐마스크를 이용해 만든 가구는 코로나19라는 커다란 이슈와 맞물려 탄생했죠. 코로나19로 인한 환경 문제 외에도 다른 사회적 이슈와 결합한 작품도 선보일 생각인가요? 물론입니다. 환경 문제만을 다루기엔 우리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회 이슈가 있으니까요.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인물), 김하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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