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CINEMA PARADISO-씨네마포 윤세준 대표

좋은 영화는 상영이 끝난 후에도 우리의 삶 속에 함께한다. 이러한 영화를 기억하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 스토리를 응축한 한 컷의 비주얼이라 할 수 있는 포스터부터 영화에 대한 경험을 확장시키는 굿즈까지, 영화를 추억하고 보다 풍성하게 즐기게 할 매개체를 만드는 이들을 만났다.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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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시네마에서 영화를 감상 중인 윤세준 대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응축된 공간

씨네마포 윤세준 대표 

상수역 인근,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씨네마포는 영화 카페다. 오는 이들이 부담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미니 시네마를 조성하고, 간단한 음료와 영화 포스터, 배지, 키링, 블루레이, LP 등 다양한 영화 굿즈를 판매한다. 그중에는 해외에서 어렵게 공수한 것도 더러 있다. 이곳은 영화 디자인 스튜디오 ‘포레스트(4rest)’의 윤세준 대표가 운영한다. 직접 디자인한 굿즈는 물론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아 있는데, 청소년기부터 단성사와 피카디리극장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던 윤세준 대표가 만든 공간인 만큼 ‘덕후’만이 만들 수 있는 세심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카페 메뉴를 주문하는 모든 이에게 증정하는 옛날 영화 티켓 굿즈나 영화 <중경삼림> 속 등장한 것과 똑같이 재현한 통조림 굿즈 등이 바로 그것. 진짜는 진짜가 알아보는 법이라 했던가, 시네필들에게 입소문을 탄 씨네마포는 금세 그들의 성지가 되었고, 현재는 마포점을 비롯해 CGV용산점, 씨네Q신도림점을 함께 운영 중이다. 

 

 

영화 속 통조림 모양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싶어 틴케이스를 특별 주문 제작해 만든 <중경삼림>의 파인애플 통조림 굿즈.

 

 

씨네마포 하면 미니 시네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사진으로만 봤을 땐 카페 한쪽에 마련된 공간인 줄 알았는데 정중앙을 꽉 채우고 있네요? 처음 씨네마포를 구상할 때부터 중요하게 계획한 공간이었어요. 다만 영화 상영 공간을 카페 한가운데에 반 층 낮춰 조성한다고 하니 다들 그 공간에 훨씬 많은 테이블과 좌석을 두어 수입을 늘릴 수 있는데 굳이 미니 시네마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며 의아해했죠.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갖길 원했고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 저질렀어요.


미니 시네마의 운영 시스템이 궁금해요. 상영 스케줄이 따로 있나요? 상영 스케줄은 없어요. 시간을 정해두면 많은 이들이 극장에 가듯 상영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을 갖더라고요. 커피를 마시다가 자연스럽게 쓱 들어가 볼 수도 있고 사람들과 같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미니 시네마에서 영화를 감상 중인 사람들의 동의하에 틀 수도 있고요. 예전에는 눈 오는 날엔 눈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쭉 상영한다던가, 호러, 로맨스 등 특정 장르의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영화제를 종종 열기도 했어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이 괜찮아지면 다시 운영할 계획이에요. 


개인적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속 금성무가 꾸역꾸역 먹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고스란히 재현한 굿즈가 인상적이에요. 실제 통조림인지 궁금해서 이곳에 오자마자 한번 흔들어봤어요. 아쉽게도 파인애플이 들어 있지는 않아요. 처음 기획할 때는 기성품에 라벨링 작업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영화 속 제품과 비슷한 사이즈의 시판 제품이 없더라고요. 그러나 보다 리얼하게 구현하고 싶어서 틴 자체를 특별 주문 제작했어요. 대신 속이 비어 있어 전시뿐만 아니라 수납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죠. 

 

 

씨네마포에는 왕가위 감독 영화의 굿즈가 특히 많다. 자체 디자인한 배지부터 현지 음반사와 계약해 선보이는 영화 OST 앨범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2 씨네마포 한쪽에는 포레스트 직원들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각자 골라 구입한 굿즈가 전시돼 있다. 3 씨네마포의 모태는 영화 디자인 스튜디오 포레스트로 다양한 영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포레스트가 <라라랜드>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CGV 리미티드 티켓.  4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홍콩 여권 굿즈. 

 


지금은 품절된 홍콩 여권을 비롯해 <화양연화>, <타락천사>, <아비정전> 등 왕가위 감독 영화의 굿즈가 특히 많은 것 같아요. <화양연화>가 재개봉하며, 영화사 측 의뢰로 제작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왕가위 감독이 제품을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죠. 이를 계기로 이후 그의 다른 재개봉 영화 굿즈 디자인도 맡게 되었죠. 아까 말한 파인애플 통조림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고요.


소위 말하는 성공한 덕후네요. 굿즈를 제작하는 영화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죠? 대부분은 영화사 의뢰가 들어오면 제작하죠. 그러나 정말 만들고 싶은 굿즈가 있다면 저희가 영화사에 제안하기도 해요. 때로는 아예 직접 영화 판권을 사서 배급 및 굿즈 제작을 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구매한 것도 이곳에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저기 구석에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노볼이나 <미녀와 야수>의 장미 돔은 포레스트 워크숍 때 간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직접 구입한 것들이에요. 마지막 날 직원들과 함께 각자 갖고 싶은 굿즈를 하나씩 산 것이에요. 그 외 제가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포스터, LP 등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을 연 적도 있어요. 나의 취향과 흔적을 타인에게 전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씨네마포는 대표님의 영화에 대한 진실된 애정을 공간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씨네마포를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길 바라나요? 저는 영화의 완성은 상영이 되고, 누군가가 그것을 보는 것까지라 생각해요. 그리고 보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예를 들면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던 때의 감정, 팝콘을 먹으며 깔깔 웃던 기억 등이 모두 영화의 일부분이죠. 그리고 이를 굿즈 형태로 더 풍부하게 즐기며 확장시킬 수도 있고요. 그래서 씨네마포 안에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길 바라요. 

 

이미지 제공 씨네마포(홍콩 여권 <라라랜드> CGV 리미티드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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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임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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