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세상에 없던 스타일의 집

지난 50년간 전 세계 여성에게 아름다움의 신세계를 안내해준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에고 달라 팔마가 자신의 미적 취향을 망라한 보금자리를 완성했다. 동서양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모은 가구와 소품을 조합해 세상에 없던 스타일로 연출한 집으로의 초대.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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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명상하는 듯한 느낌을 내기 위해 거대한 나뭇잎 사진 벽지로 꾸민 명상실. ‘영혼의 집’이라고 명명한 이곳은 집주인 디에고가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낼 만큼 중요한 공간이다. 

 

무대 세트 디자이너로 시작해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한 디에고 달라 팔마. 창의력과 공감력이 뛰어난 그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성기 못지않게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로부터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메이크업의 예언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사랑받은 디에고 달라 팔마(Diego Dalla Palma). 올해 72세인 그는 뷰티&스타일 세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메이크업과 보디 케어에 관한 매뉴얼을 집필한 작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가,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신문과 잡지의 칼럼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디에고의 열정은 반세기가 넘는 동안 한 번도 수그러든 적이 없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밝은 분위기가 감도는 거실. 메자닌층 난간에 일렬로 설치한 유리 오브제와 벽면에 그리드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걸린 일본 부채 그림은 공간에 세련미를 더해준다. 

 


이탈리아 북부 비첸차(Vicenza) 에네고(Enego)에서 태어난 그는 양치기, 소몰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순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물과 불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살기도 하고 6세 때는 뇌수막염에 걸려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 겨우 살아났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남보다 이른 나이에 갖가지 극한상황을 경험한 디에고는 이런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자신의 꿈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였고, 이때 그에게 영감을 준 건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저희 어머니는 소떼 사이에서도 립스틱을 바르던 분이었어요.” 립스틱 하나로 자신의 매력을 표현할 줄 알았던 어머니는 포르투갈의 파두(Fado) 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처럼 아름다웠다고. 어머니를 통해 미(美)의 세계를 탐닉하게 된 디에고는 고향을 떠나 베니스 예술 아카데미에 진학했고, 18세가 되던 해 밀라노로 이주해 이탈리아 공영방송(RAI)을 비롯한 주요 극장에서 의상 및 무대 세트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0여 년간 방송국과 극장에서 성실히 커리어를 쌓은 디에고는 자연스럽게 메이크업 세계를 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화장은 나를 남과 구분짓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화장을 받는 사람이 평소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과 스스로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메이크업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디에고는 시대가 제시하는 미의 기준에 근접해지려는 화장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아이콘화하는 메이크업에 천부적 재능을 발휘했고, 30세가 되기 전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열어 색조 화장품을 개발하며 뷰티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모니카 비티(Monica Vitti), 오르넬라 바노니(Ornella Vanoni), 마리안젤라 멜라토(Mariangela Melato)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영화배우를 비롯해 트위기(Twiggy) 같은 세계적인 모델과의 작업을 통해 시대의 뷰티 아이콘을 창조해갔다. 

 

 

거실 창가에 꾸민 휴식 공간. 창가에 놓인 한 쌍의 스폿 라이트는 1940년대 제작한 것으로 밀라노의 역사적인 산 지롤라모 극장(Teatro San Girolamo)에서 쓰던 것이다. 

 

 

젊은 시절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에고가 대중과 시각적인 소통을 많이 나눴다면 노년에 접어든 지금의 그는 TV 프로그램 <카로 디에고(Caro Diego)>와 <유니체(Uniche)>를 통해 자신의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영혼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멘토로 활동 중이다. “얼굴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영혼이 빛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거울 대신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아를 반성해봐야 해요. 타인과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공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행복의 순간을 찾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묻다 보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고, 그 결과 영혼과 눈빛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신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디에고의 미적 가치관은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Veneto) 에우가네안 언덕(Euganean Hills) 기슭에 자리한 그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양풍으로 꾸민 다이닝룸은 디에고의 남다른 미적 감각이 빛을 발하는 곳이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금색 바탕의 꽃 그림 6점과 식탁 의자는 1980년 폐점한 밀라노의 한 일식당에서 가져온 것이고, 모던한 디자인의 글라스 식탁은 빈티지다. 카펫은 밀라노의 유명 숍 로베르타 에 바스타에서 구한 것. 천장 조명은 카를로 스카르파 디자인의 베니니 글라스 빈티지다.

 

 

3만㎡에 이르는 드넓은 초원에 박공지붕 건물 5채가 일렬로 연결된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끄는 디에고의 집. 1960년대 건축가 가브리엘레 시메미(Gabriele Scimemi)가 설계한 이 집은 천창이 있는 2층 빌라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단층 구조로, 소박하면서도 평화로운 모습이다. “제가 이 집을 택한 건 사방이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 때문이었어요. 덕분에 하루 종일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실내는 주거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죠.” 50년 넘은 집은 이탈리아 대표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 사무소의 컨설팅과 건축가 파브리치오 폰타나(Fabrizio Fontana)의 추가 분석을 거쳐 리노베이션이 이뤄졌고 세부 인테리어 디자인은 무대 세트 디자이너로 활동한 디에고의 손길로 완성되었다. “제 인테리어 핵심은 공간마다 차별화된 스타일을 적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공간 속의 공간’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독립된 건물 한 채 한 채를 병렬 구조로 이은 집은 그야말로 제각각 달리 꾸민다 해도 문제될 여지가 없다. 디에고는 일평생 자신이 주력해온 탐미 생활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가구와 오브제를 조합해 공간마다 뚜렷한 개성을 부여하며 독창적인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그림과 조각 작품이 놓인 다이닝룸. 벽면에 걸린 그림은 아티스트 마시밀리아노 알리오토(Massimiliano Alioto), 그 아래 조형물은 조각가 데니스 달라 팔마(Denis Dalla Palma)의 작품이다. 가열대에서 조리한 음식을 아일랜드 식탁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인 레이아웃이 돋보이는 주방. 복도에 일렬로 걸려 있는 드로잉은 쿠바 아티스트 유젠스(Eujens) 작품. 그림 색상에 맞춰 액자 색을 달리해 전시 효과를 높였다.  

 


오리엔탈 가구와 일본 전통 그림으로 동양적인 신비로움을 연출한 다이닝룸, 모로코 패브릭으로 유목민의 완전한 자유를 표현한 침실, 수풀이 우거진 밀림의 풍경이 담긴 벽지로 원시 자연의 휴식처가 된 정신 수양의 공간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스타일이 펼쳐진 디에고의 집은 시각적인 유쾌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의 과감한 창의성과 자유에 대한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과 같다. “무대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항상 가구와 소품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여행을 하면서 저를 사로잡은 가구나 소품은 꼭 사야 했죠. 집 안 곳곳에 놓인 독특한 오브제는 아름다운 것에 대한 제 오랜 관심과 열정의 결실입니다.” 디에고는 각 공간에 가구나 소품을 배치할 때, 그의 삶 속 중요한 순간을 상징할 수 있게 연출하는 데 신경을 썼다. 예를 들면 천창에서 쏟아지는 밝은 햇살 가득한 디에고의 개인 서재와 스튜디오에는 자신이 일했던 극장에서 사용하던 조명 장비를 플로어 스탠드처럼 놓아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 이렇게 디에고가 꾸민 모든 공간에는 그의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명상실 내에 있는 욕실. 자연 속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벽과 바닥을 초록색으로 마감하고 거울과 세면대 선반을 원목으로 제작했다. 2 게스트 룸 내 자리한 여유로운 욕실. 세면대 옆 벽면에 걸린 그림은 디노 바란첼리(Dino Baranzelli) 작품이다. 3 신비한 블루 톤 패브릭을 활용해 인도풍으로 꾸민 침실. 침대가 놓인 벽면에 걸린 인도 사람의 초상화는 스리 니르말(Sri Nirmal) 아트 갤러리에서 구한 것이다. 

 


대형 거실, 서재, 스튜디오, 침실 5개, 주방, 다이닝룸, 명상실 그리고 야외 수영장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디에고의 집은 그야말로 ‘성공한 남자가 누리는 특권’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는 영화를 감상하고 음악을 들을 때 이 집을 온전히 다 경험하는 느낌이 들어요.” CD 2만 장과 DVD 1만 장을 소장하고 있는 그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니 말이다. 여름이면 실외에서 즐기는 시간도 길어진다. 수영을 하고 정원을 산책하거나 주변에 사는 친구를 만나다 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 이곳에서는 여유로운 일상 외에도 특별한 업무가 함께 이뤄진다. “최근 제가 제작한 TV 프로그램 <카로 디에고>는 이 집에서 녹화했습니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다채로운 공간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집트 스타일에서 영감 받아 레드와 골드를 주조색으로 삼아 꾸민 메인 침실. 침대 위에 걸린 골드 프레임 속 아트워크는 시모네토 코르니치(Simonetto Cornici)의 작품, 침대는 콘포르트 살로티(Confort Salotti) 제품이다.    

 


이 저택에 존재하는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수많은 공간 중 디에고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곳은 ‘영혼의 집’이라 불리는 명상실이다. 너도밤나무 잎 그림으로 둘러싸인 방은 그가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자신을 성찰하는 곳으로 저녁 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제 미적 감각은 주변 세계를 인식하고 보는 일종의 필터 같아요. 따라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고 삶에 공정한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건강한 정신을 가져야 하죠. 그래서 제게 이 집은 웰빙과 같은 의미예요.” 디에고에게 이곳의 기능은 주거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에게 집은 혼돈과 상실의 순간에도 온전한 스스로를 찾을 수 있는 절대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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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정민PHOTO : Chiara Cadeddu(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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