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넷플릭스부터 MZ까지 사로잡은 판타지

2020년 넷플릭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디자이너 김민주가 올봄 앤아더스토리즈와의 협업 컬렉션으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로맨틱, 페미닌, 동화적’ 3가지 키워드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장하고 있는 그녀의 다음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될까.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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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부터 MZ까지 사로잡은 판타지

디자이너 김민주

 

지난 3월 24일, 이른 아침부터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처음 공개한 민주킴과의 협업 컬렉션을 구입하기 위해 앤아더스토리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전부터 많은 이들이 몰린 것. 한 사람이 똑같은 상품을 두 개 이상 구매할 수 없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매장 오픈 이후 2시간 만에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모든 제품이 완판되었다. 앤아더스토리즈와 민주킴의 협업 컬렉션은 전 세계 14개국의 매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됐으며 해외 역시 판매 개시와 동시에 바로 솔드아웃되었다. 

 

 

 

 앤아더스토리즈와 민주킴이 협업한 컬렉션은 발매 당일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모든 제품이 완판되었다. 민주킴의 문가든 컬렉션에서 차용한 꽃과 숲 등 자연 모티프를 볼륨감 있는 셰이프로 사랑스럽게 표현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앤아더스토리즈와의 협업 컬렉션이 공개되자마자 매진되었습니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걸 예상했나요? 전혀요. 앤아더스토리즈 본사의 반응이 좋았고, 잘될 거 같다고 얘기해주셨는데도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지는 생각 못했어요. 저 역시 친구에게 선물할 제품을 구하지 못했으니,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거죠. 


이번 협업 컬렉션은 어떻게 진행하게 된 건가요?  작년 여름쯤, 앤아더스토리즈 본사에서 이메일로 “우리와 컬래버레이션할래?”라고 물어서 “당연히 하겠다”고 답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앤아더스토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매장이 있으니까 <넥스트 인 패션>을 보고 저를 알게 된 어린 친구들부터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까지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기다리던 제안이기도 했고요. 그 이후부터는 모든 과정이 빠르게, 그리고 부드럽게 흘러갔죠. 바로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하고 그러면서 시간이 훅 지나갔던 거 같아요. 


꽃, 숲 등 자연 모티프가 아주 사랑스럽게 표현되었어요. 저는 협업을 진행할 때 이전 컬렉션에 있는 것을 최대한 가져오려고 해요. 보통 컬렉션을 준비할 때 50개를 디벨롭한다면 최종적으로 한두 개 밖에 사용하지 못하거든요. 그때 미처 발표하지 못한 부분을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면 짧은 시간 동안 디자인하더라도 퀄리티가 높아지고, 민주킴의 오리지널리티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인 거 같아요. 이번에도 저의 두 번째 컬렉션 ‘문가든’에서 콘셉트를 차용해 앤아더스토리즈스럽게 다시 재해석했습니다. 


웬만한 아이돌 못지않게 서바이벌 대회에 자주 나갔어요. 생각처럼 잘 안 되니까 더 도전했던 것 같아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다닐 때도 그렇고, H&M 디자인 어워드 때도 저 자신에 대한 확신이 별로 없었거든요. 만화에만 빠져 있으니 영어라도 잘하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람에 뉴질랜드로 유학을 갔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포트폴리오로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SADI뿐이라 그곳에 진학한 거고, 그림을 좋아했지만 패션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시작하게 되었고.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홍보 담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바이어가 많이 찾는 브랜드도 아니니까 서서히 더디게 진행되었죠. 그래서 제 디자인을 보여줄 데를 찾아다녔어요. 거기서 좀 더 기회를 얻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분들을 알게 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이렇게 온 것이죠.  

 

 

 

 

김민주 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잖아요. 좋은 이야기만 듣지는 않았죠. 제 컬렉션에 대해서도 너무 유치한 거 같다, 길이가 어린아이 옷 같다는 평가를 들었고, <넥스트 인 패션>에서도 옷이 섹시하지 않거나 어른스럽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하지만 그런 반응에 마음이 약해져서 포기하기보다 잘해야겠다, 증명하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거 같아요. 그만큼 제가 패션을 좋아하는 마음이 강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너는 김민주 디자이너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끝까지 목소리를 내는 게 능력이구나 싶기도 해요.    


절망할 때도 있고, 지칠 때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가장 위안이 된 것은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저 자신이 참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돈이 안 되고, 비즈니스로 얻은 게 없더라도 내 자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했어요. 스케치부터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챙기면서 한 시즌 한 시즌 해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쌓여 제 안에 아카이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았어요. 힘들어도 내 스스로 재밌는 것을 만들고, 이렇게 하면 신기하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기쁘고, 그렇게 버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컬렉션도 그렇지만 민주킴 디자인은 로맨틱, 페미닌, 동화적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컬렉션 테마도 ‘은하철도 999’, ‘가위손’, 보들레르의 시 ‘만물 조응’ 등 감성적인 면이 기억에 남고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심취해 캐릭터 옷 그리거나 상상하는 걸 즐겼어요. 순정만화부터 픽사나 디즈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데, 패션과 이어질 때도 그런 부분이 영향을 끼치는 거 같아요. 


스스로 자신의 디자인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제 디자인은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담겨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의 감정,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 등 모든 것이 저에게 감정적으로 다가왔을 때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그것을 컬렉션으로 남겨둬야지 그러면서 잊지 않고 작업으로 연결 짓죠. 


일기도 쓰나요? 일기는 나중에 봤을 때 너무 힘들어서 안 쓰게 됐어요. 대신 요즘에는 어린 친구들이 하는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앨범 꾸미기를 해요. 사진이랑 지금까지 받은 초대장, 팬들이 써준 편지들을 모아서 편집해 앨범으로 만들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즐거워져요. 

 

 

 

디자이너 민주킴이라는 이름을 가장 잘 알린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첫 번째 시즌의 우승자가 된 그녀는 이후 글로벌 팬과  업계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가 어떤 옷을 입는지 사람들의 관심도 높을 거 같아요. 평소에는 어떤 스타일을 즐기나요? 저는 진짜 제 옷을 가장 많이 입어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다닐 때 디자이너 출신의 학장인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도 매일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왔어요.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브로치도 직접 만든 것을 달고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거든요. 디자이너가 되면 나도 저렇게 내 옷을 입어야지 했는데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내 옷을 입은 내가 어떻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당연히 예뻤으면 좋겠죠. 그리고 아름다웠으면 하고요. 멋있고, 긍정적이고, 브라이트하고, 에너제틱하고, 그 사람을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런 사람. 


2015년 ‘민주킴’ 브랜드를 론칭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여건이 맞춰지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 기회도 얻었지만 비자가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공장 라인을 찾아 생산하고 컬렉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바로 할 수 없었죠. 어차피 내 브랜드를 만들 거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결정했고, 그 이후에는 패션위크마다 세계 곳곳을 다니고 쇼룸을 여니 한국에 뿌리를 내린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시즌마다 콘셉트에 맞게 일러스트 작업과 원단을 직접 개발한다고 들었어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에요. 디자이너마다 자신만의 특색이 있듯 제 디자인의 강점은 컬러와 셰이프, 그리고 원단 개발에서 오는 그래픽인 것 같아요. 단순한 거 같아도 어떤 프린트에 어떤 판타지를 넣는가에 따라 이미지가 확 바뀌니까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고수하게 돼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제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진짜 천재가 아닌 이상 일상에서 발견한 것들이 크리에이티브가 되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작년에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이슈여서 2021 S/S 컬렉션을 ‘우리가 잃어버린 봄(The spring we lost)’이라는 주제로 안동 삼베 위에 생분해 잉크로 프린팅해 옷을 제작했어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을 특별하게 다시 끄집어내야 하고, 아이디어가 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모션 그래픽요. 앤아더스토리즈를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 장명식과 필터 작업을 했는데 제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앞으로 모션 그래픽을 좀 더 만들어서 메타버스에 진출하려고 해요. 1000억 부자 이런 건 아니고요, 제 디자인의 베이스가 되는 다양한 플랫폼과 비주얼라이징을 시도하고 싶어요. 

 

 

 

디자인부터 사진 디렉팅, 모델 캐스팅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진행하는 민주킴의 2022 F/W  컬렉션. 2 2022 S/S 컬렉션 역시 동화적인 로맨틱 스타일이 돋보인다. 

 

 

김민주 디자이너, 그리고 민주킴 브랜드에는 가족의 역할도 컸던 거 같아요. 부모님은 저를 믿고 지원해주셨어요. 하지만 공부든 일이든 항상 거기에 대한 책임은 물었던 것 같아요. 저도 제 노력과 결과를 증명해야 했기 때문에 계속 공모전에 나갔고요. 항상 옆에서 민주킴을 응원하고, 걱정도 많이 하셨지요. 브랜드 초기에는 언니가 함께했고, 1년 전부터는 혼자서 직원들과 운영하는데 남동생이 도와주는 부분이 있고요. 


패션 디자이너로서, 환경에 대해 어떤 생각과 준비를 하고 있나요? 요즘은 젊은 층이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인 거 같아요. 전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환경 문제에 현실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재고를 많이 만들지 않고, 만드는 모든 것에 가치를 더하고, 오래 소중하게 쓸 수 있는 것을 만들자는 생각이에요. 이번 앤아더스토리즈와 협업하면서 지속가능한 샤나 실크 폴리 등을 사용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디자이너와 셀럽의 케미도 옷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텐데 민주킴의 뮤즈로는 어떤 이를 생각하나요? 어렸을 때 패션쇼를 준비하는데 예산이 없어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쓸 수 없었어요. 그때 친구들이 모델로 서 줬는데 그중 한 명이 영화 <파친코>의 젊은 선자 역으로 나오는 김민하 배우예요. 그 친구의 바이브가 민주킴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여건이 되면 같이 작업하면 좋겠어요. 


존경하는 디자이너나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월터 반 베이렌동크.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을 패션으로 표현하고, 그러면서도 수많은 크리에이티브한 학생들을 키워낸 분이에요. 진정한 아티스트면서도 세상에 유일무이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퇴직하는데 가능하면 5월 말 앤트워프를 방문해서 그가 가르친 마지막 학생들의 쇼를 같이 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디자이너가 자기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항상 제 목표는 컬렉션 10번만 하자, 20번만 하자입니다. 앤아더스토리즈 협업 이후에 제 목표도 그 10번을 이루자예요. 그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면 이번 협업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크리에이티브하고 컬러풀하고 에너제틱한 옷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친구들을 위한 좋은 브랜드를 하나 더 내고 싶다는 것이에요. 자연인 김민주로는?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디자이너와 자연인으로서의 목표가 상반되지만 조절하며 나를 좀 더 많이 아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HAIR & MAKEUP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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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영채PHOTO : 안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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