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러그 디자이너 웬디 모리슨의 독창적인 스타일

섬세한 패턴과 풍부한 색감이 돋보이는 바닥과 벽, 이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가구와 소품이 의외의 조합을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는 집. 스코틀랜드 동부 연안에 위치한 조지언 시대에 지어진 한 농가에서는 러그 디자이너 웬디 모리슨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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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무, 동물 등 자연을 사랑하는 러그 디자이너 웬디 모리슨이 반려견 에디와 함께 자신이 디자인한 화조도 러그를 걸어둔 공간 앞에 앉아 있다.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는 동양 철학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는 웬디의 러그 디자인은 이국적인 정취로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벽난로가 있는 벽면을 파스텔 톤 핑크색으로 칠해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다이닝룸. 이 집에 존재하는 모든 공간은 대담한 컬러와 섬세한 패턴이 돋보이는 웬디 모리슨 벽지와 러그로 꾸며졌는데, 디자이너는 그 화려함이 더욱 돋보이도록 각 공간의 한 면을 단색으로 처리했다. 벽난로 위 거울 속으로 반대편 벽면의 회화적인 패턴 벽지가 그림처럼 담겼다.

 

 

뛰어난 감각과 재능을 겸비한 러그 디자이너 웬디 모리슨(Wendy Morrison)의 집에서는 컬러와 패턴이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 밀림을 연상시키는 녹색과 피코크 블루, 화사한 핑크와 오렌지의 강렬한 색상 대비가 기본을 이룬 가운데 표범, 얼룩말, 야자수와 같은 야생적인 패턴이 들어간 러그와 벽지, 패브릭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화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집을 채우는 대담하고 강렬한 색이나 패턴과 대비되는, 회색 비가 자주 내리는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집 안에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처음 접하는 햇살처럼 눈부신 느낌이랄까. 생동감 넘치는 색감과 와일드한 패턴의 조합이 빚어낸 웬디의 이국적인 인테리어는 처음 봤을 땐 오감에 과부하가 걸릴 만큼 현란하게 다가오지만 그 안에 있다 보면 서서히 대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제가 창작한 패턴과 컬러 대부분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에요. 어려서부터 꽃, 나무, 동물 같은 자연물을 좋아했는데, 그것이 동양적 우주관과 대단히 가깝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양 철학을 통해 깨달은 자연의 섭리는 창작의 원천이 되었고, 저의 모든 작업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죠.”  

 

 

웬디 모리슨이 디자인한 벽지 ‘만델라(Mandela)’와 러그 ‘지브라 레오퍼드 팜스(Zebra Leopard Palms)’로 단장한 패밀리 룸. 페일 골드 바탕의 화조도 모티프 벽지를 배경으로 중국 전통 가구 및 전등을 포인트로 놓아 이국적인 정취를 연출했다.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터널 투알(Eternal Toile)’ 벽지와 레오퍼드 패턴의 패브릭 소파가 이루는 글래머러스한 조합이 돋보이는 공간. 골드와 블랙을 사용해 수묵화처럼 그린 대나무 숲 벽지로 마감한 코너. 레오퍼드, 지브라 패턴의 의자와 스툴 그리고 오리엔탈 스타일의 옻칠 콘솔과 금장 프레임의 유러피언 앤티크 거울이 이루는 오묘한 조화는 집주인만의 독보적인 개성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물 학교인 스코틀랜드 섬유대학(Scottish College of Textile)을 졸업하고 패션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웬디는 유명 브랜드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러그 디자이너로 전향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0여 년 넘게 여성복, 남성복, 스포츠 및 레저 의상을 디자인하며 패션 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다. 브랜드에서의 커리어를 마친 그는 프리랜서로 독립해 커리어를 쌓던 중 한 제조업체의 의뢰로 러그 디자인을 맡으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러그를 디자인해보니 이것이야말로 제가 그토록 열광한 컬러, 패턴, 디테일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완벽히 반영할 수 있는 매개체란 걸 알았어요.” 평소 주변 공간을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고 화려한 컬러와 패턴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걸 좋아하는 웬디는 인테리어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러그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 2004년 ‘다음 세대에도 물려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러그’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웬디 모리슨 디자인’을 설립했다. 회화와 패턴을 절묘하게 조합한 독특한 화법으로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웬디의 러그는 예술품으로 공간을 장식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었고, 전문가들로부터 ‘바닥을 위한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디자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 폭의 화조도를 러그 위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자연의 서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제품은 오늘날의 러그 디자이너 웬디 모리슨을 있게 한 대표적 스타일이다. 그가 품어온 창작의 원천인 자연을 동양 철학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시누아즈리(Chinoiserie) 스타일 같은 이국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러그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이터널 투알 벽지와 정글을 연상시키는 아레카 야자, 표범 오브제의 이국적인 조합이 눈길을 끄는 거실. 

 

다이닝룸은 투명한 유리 상판의 식탁을 두어 바닥에 깔린 러그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게 연출했다. 웬디 모리슨의 러그 ‘평화, 사랑&기쁨(Peace, Love & Joy)’은 사랑, 아름다움, 부를 뜻하는 난초의 꽃잎과 순결을 의미하는 연꽃,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국화가 그려져 있다. 

 


스코틀랜드 남동부 이스트 로시안(East Lothian) 연안 던바(Dunbar)에 자리한 웬디의 집은 디자이너로서 그의 열정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위스, 프랑스 등 주변 여러 나라를 돌며 노마드적인 삶을 살았던 웬디 부부가 선택한 집은 200년 전 지어진 조지언 양식의 농가. 웬디의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반려견과 닭이 함께 사는 가정집이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면 웬디 모리슨 디자인의 확장판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집 안에 존재하는 러그와 벽지, 패브릭은 웬디 모리슨 디자인 컬렉션이고 가구와 소품 모두 웬디 모리슨의 선택이며 이 모든 것을 조합한 인테리어 역시 그가 맡았기 때문. 화려함과 섬세함, 의외의 대담함이 돋보이는 웬디의 디자인은 특유의 강렬함 때문에 공간에 연출하면 압도적인 느낌이 강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 그의 집은 현란한 색과 패턴의 조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색상의 조합과 배치다. 웬디의 러그와 벽지에는 세밀하고 화려한 패턴끼리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본색으로 검은색과 흰색, 골드 컬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기 때문. 예를 들어 옅은 금색 배경에 검은색 나무와 알록달록한 새가 그려진 화조도 벽지가 에워싼 거실은 표범을 수놓은 러그, 분홍 벨벳 소파, 중국 앤티크 가구와 펜던트 등 다채로운 컬러와 패턴, 동서양의 상반된 스타일이 혼돈을 이룬다. 그러나 벽면 상단부에서 시작해 천장 전체를 뒤덮은 검은색 덕분에 현란함은 생동감으로, 의외성은 흥미로움이 되어 친숙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공간의 안온한 정서에 숨은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자연광이다. “제가 이 집을 택한 건 채광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태양을 염두에 두고 남서쪽을 향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농가는 실내 전체에 햇빛이 고루 머물기 때문에 밝고 긍정적이며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죠.” 모리슨은 각 공간의 채광 조건과 자연 전망에 따라 가구를 배치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레이아웃을 완성했고, 덕분에 이 집은 외부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현란한 패턴과 컬러 조합이 돋보이도록 블랙&화이트로 단장해 공간에 쉼표를 선사한 데커레이션. 2 화조도 모티프의 러그 ‘사랑 새 라일락(Love Birds Lilac)’을 긴 족자 형식으로 제작해 벽면에 걸어둔 거실.    

 


웬디의 집은 그의 작품이 완성될 때면 새 옷을 먼저 입어보는 행운을 누린다. 오랜 시간 그가 공들여 그린 그림은 인도 장인의 손길을 거쳐 러그로 완성되고, 이는 다시 웬디의 집에 스타일링돼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는 식이다. 평소 집에서 스타일링, 사진 찍기, 가구 옮기기를 즐기는 웬디에게 신제품을 이용한 공간 꾸미기는 그리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연이 깃든 물건이 지닌 힘을 높이 평가하는 그녀는 빈티지 숍은 물론 집 근처 폐기물 야적장에서 발굴한 보물 같은 가구와 소품으로 러그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때 웬디가 즐겨 선택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살 때 반했던 시누아즈리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 동양의 자연미로 물든 러그를 입체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이처럼 효과적인 스타일은 없기 때문이다. 

 

 

농가 특유의 감성을 살려 아날로그 스타일로 만든 주방. 웬디 모리슨에게 기본 컬러라 할 수 있는 블랙과 골드 배색으로 완성한 주방 가구와 블랙 바탕에 꽃과 새를 총천연색으로 그려 넣은 테이블 클로스의 조합은 이 집의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화려함을 발산한다

 

웬디 모리슨은 모든 공간에 자연 채광이 풍부히 들어오는 조건에 반해 이 집을 거주지로 선택했다. 침실 역시 자연을 묘사한 벽지와 러그, 패브릭으로 꾸몄는데, 은은한 빛깔과 잔잔한 무늬를 택해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벽지와 러그는 웬디 모리슨이 디자인한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 컬렉션으로 연한 그린과 라일락 컬러의 배색이 우아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선사한다. 2 벽면 상단을 검은색 바탕에 불사조와 국화를 수놓은 ‘피닉스 블랙(Phoenix Black)’ 벽지로 마감해 시선을 위쪽으로 끌어모으게끔 연출한 욕실.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에 주목하는 웬디의 작업은 복잡 미묘한 내용만큼이나 섬세한 표현력이 관건이다. “제 디자인이 요구하는 디테일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숙련된 러그 장인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저는 이런 장인에게 제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껴요.” 웬디가 러그 디자이너로 전향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와 네팔에서 활약하는 전통 러그 장인들의 뛰어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징에 따라 적용하는 생산 기술은 다릅니다. 터프팅 건을 사용해 캔버스 천에 실을 심는 방식의 핸드 터프팅 기법은 평균 8~16주 소요되는 반면, 손으로 매듭을 지어 엮는 방식은 기본 5개월 이상 걸리죠. 1인치당 150개 매듭을 만들고 한 번에 숙련공 4명이 붙어야 하는 노동집약적 생산 방식이지만 섬세한 표현을 위해서는 필수입니다.” 보통 일 년에 두 번 이상 인도와 네팔에 가서 장인들과 미팅하고 현지 여행을 통해 창작의 토대를 마련하는 웬디는 팬데믹으로 교류가 멈춘 동안 벽지 컬렉션을 발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벽지 제작과 관련해 문의가 많았는데 타이밍이나 기회가 맞지 않았어요. 그러다 작년에 처음 완성한 벽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양적으로 표현하는 웬디 모리슨 디자인의 러그와 같은 맥락으로 만들었습니다.” 동양에서 건강과 행복을 상징하는 십장생과 불사조,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벽지는 그의 러그가 그랬듯 공간을 이국적인 신비로움으로 물들인다. 
요즘 웬디가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100마리의 새, 100송이의 꽃’이라는 수제 러그다. 이 디자인은 일본 에도 시대 화가 스즈키 키이츠(Suzuki Kiitsu)의 작품 ‘100마리 새와 100마리 동물들’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상상의 동물부터 토종 동물, 다른 나라에서 날아온 새 등이 꽃과 식물이 만발한 푸른 산과 계곡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행운과 평화를 기원하고 불교적 정토를 지향하며 불멸의 땅을 가꾸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을 담은 그림이에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일찍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주목해온 러그 디자이너 웬디가 대전환의 시대에 새롭게 선보일 ‘100마리의 새, 100송이의 꽃’은 어떤 모습일지 그 결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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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지은PHOTO : Benedicte Drummond(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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