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알렉스 카츠의 지지 않는 꽃송이들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알렉스 카츠가 지지 않는 꽃송이들을 화폭에 담아 보냈다.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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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 3’ 작업 중인 알렉스 카츠, 2021,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 Juan Eduardo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일어나 체조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스튜디오로 걸어간다. 자연광이 있을 때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스튜디오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8시간 이상. 아흔을 훌쩍 넘긴 알렉스 카츠(Alex Katz)는 규칙적인 일상을 자신만의 흐름에 따라 오랜 세월 반복해왔다. 이런 흐트러짐 없는 견고한 일상은 그가 작품 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1950년대, 폭풍처럼 몰아친 추상표현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올곧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척할 수 있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밤잠 설치며 고민한 날이 많아요. 1000장이 넘는 그림을 그냥 찢어버린 적도 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추상화와 맞지 않은 걸 어쩌겠어요. 나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죠. 기존과는 다른 화면 구성 방식을 계속 좇다 보면 뭔가 다른 그림, 나만의 그림이 나오겠구나 싶었어요.” 70여 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알렉스 카츠의 판단은 옳았다. 화사한 색감, 깔끔한 붓질, 평평하고 단순해 보이는 묘사, 장면의 일부분을 확대해 자른 듯한 화면 구성은 추상과 구상이라는 구분을 초월해 ‘카츠 스타일’이라 명명되니. 

 

 

Alex Katz, ‘야생화 1’, 2010, Oil on linen, 243.8×304.8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Paul Takeuchi

 

 

꽃의 연대기

12월 9일부터 2022년 2월 5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열린다. 그는 이미 2018년 롯데뮤지엄, 2019년 대구미술관에서 국내 개인전을 연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알렉스 카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초상화가 아닌 꽃을 주제로 한 회화와 연구작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꽃을 피사체 삼은 미공개 구작과 신작 17점, 초상화 신작 5점을 선보인다. “스코히건 회화 조각 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 Sculpture) 재학 당시 화가 헨리 바넘 푸어(Henry Barnum Poor)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는 밖으로 나가 그림 그리는 것을 강조했죠. 이후 여름만 되면 야외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자연은 애초부터 저와 함께한 셈이죠.” 

 

 

Alex Katz, ‘야생 봄 꽃 2’, 2020, Oil on linen, 121.9×91.4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Paul Takeuchi

 


자연, 그중에서도 꽃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작품 활동 초창기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메인(Maine)주에 있는 그의 별장에 놓여 있던 꽃이 꽂힌 화병을 화폭에 옮기면서부터다. 그러나 점점 화병을 제외한 꽃 자체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꽃을 확대해서 그리기 시작했다. “제 꽃 작품은 1960년대에 걸쳐 구현한 군상 초상화와도 관련이 있어요. 당시 작업했던 인물 작품처럼 꽃을 그릴 때도 형상들을 겹쳐 화면을 구성했는데, 중첩된 꽃을 통해 제가 그렸던 작품 ‘칵테일 파티(The Cocktail Party)’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한 운동감을 구현할 수 있었죠. 이번 전시작 중 2001년에 제작한 ‘금잔화(Marigolds)’는 풀밭에 흩어진 꽃 각각을 약간씩 다르게 표현해 자연의 움직임에 대한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했어요. 앞서 말한 운동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죠.” 알렉스 카츠는 자신에게 꽃은 인물이나 풍경과 크게 다른 대상이 아니라 말했다. 피사체가 내포하는 서사보다는 형상이 주는 찰나의 인상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데 더 주목하기에.

 

 

Alex Katz, ‘아이리스’, 2019, Oil on linen, 182.9×121.9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Tom Van Eynde

 


“저의 오래된 작품을 감상하는 걸 좋아해요. 이전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른 시공간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거든요.” 미공개 구작과 신작을 나란히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01년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른다. 알렉스 카츠는 주변에 머물며 오랫동안 관찰하고 교감했던 피사체를 작품으로 재현하는데, 이는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일관된다. 곧 전시를 통해 선보일 작품의 대상 역시 자신의 별장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직접 본 아이리스, 금잔화, 모란, 백합, 진달래, 야생화 등이다. 그러나 재현하는 방식에 있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꽃 회화 신작은 구작과 결이 조금 달라요. 꽃 하나하나의 형상에 더 집중했고 부피를 강조하기 위해 강한 음영을 사용했죠. 신작과 구작을 함께 전시해 두 관계가 일으킬 새로운 조화, 그 공명이 어떠할지 사뭇 기대되는군요.”

 

 

 

Alex Katz, ‘밀짚 모자 2’, 2021, Oil on linen, 121.9×243.8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Paul Takeuchi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여전한 갈망

스쳐 지나도 한눈에 그의 작품임을 알아보게끔 하는 독창적인 ‘카츠 스타일’은 다양한 기법에 대한 연구 끝에 탄생했다. 두 얼굴을 나란히 배치하는 ‘더블 포트레이트(Double Portrait)’, 금속판에 그린 그림의 윤곽을 따라 잘라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컷아웃(Cut-Out)’,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른 색의 물감을 덧입혀 자연스럽게 색이 어우러지게 만드는 ‘웨트 온 웨트(Wet on Wet)’, TV 속 화면처럼 대상의 주요 포인트만 확대해 자르는 ‘크롭-클로즈업(Crop-Close up)’, 얇고 평평하게 칠하는 바탕색 등. 알렉스 카츠가 연마한 고도의 테크닉은 기나긴 세월 동안 그가 맹렬하게 탐구하고 구축해온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 물론 그의 연구 범위는 캔버스 위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기 전 밑그림을 옮기는 과정인 ‘카툰(Cartoon)’이 그 대표적인 예. 

 

알렉스 카츠, 2015,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Vivien Bittencourt 

 

Alex Katz, ‘노란 붓꽃’, 2011, Oil on linen, 101.6x127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Salzburg·Seoul, Photo: Paul Takeuchi

 

 

알렉스 카츠는 그리고 싶은 대상을 포착했을 때 보드지에 재빠르게 스케치하고 유화물감으로 순간의 이미지와 색채를 재현한 후 연필 혹은 잉크로 인상을 세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이 스케치를 캔버스와 동일한 크기의 갈색 종이에 윤곽선으로 옮기는 카툰 작업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재현하고 뺄지 결정한다. 카툰을 완성하면 선을 따라 구멍을 내 캔버스에 올리고, 초크나 목탄을 문질러 윤곽을 옮긴다. 그 후 드로잉, 오일 스케치 등을 참고해 화면을 완성하는 식이다. 이처럼 그는 이미 수많은 회화 기법에 통달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스 카츠는 여전히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싶은 듯하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초상화 5점은 2021년 신작이에요. 이전과 달리 미완성 드로잉이나 연구작을 참조하지 않았어요. 요즘엔 초상화를 그릴 때 사진을 이용해요. 사진을 과감하게 오리고 다시 테이프로 붙여 나란히 병치해 이를 참고하죠. 초상화 작업을 할 때의 방식은 계속해서 변해요. 늘 똑같은 방법으로 그리면 지루해서요.” 알렉스 카츠 스튜디오에서 보내온 신작 작업에 몰두한 그의 사진을 보았다. 자신의 키 1.5배쯤 돼 보이는 높이의 캔버스 앞에 이동 계단을 딛고 선 그의 뒷모습, 캔버스 옆 한쪽에는 그가 손수 오리고 이어 붙인 사진이 있었다. “요즘엔 주변에서 발견하는 대상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작업에 활용합니다.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진 않아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프린트해 과감하게 자르고 붙여 화면을 구성한  다음 캔버스에 옮기는 식이죠.” 작년 겨울엔 눈 위를 걸어 다니는 검은 참새를 사진으로 포착하고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는 말을 덧붙였다.

 

 

Alex Katz, ‘아이리스’, 2011, Oil on linen, 101,6×127 cm, Courtesy Thaddaeus Ropac gallery | London·Paris ·Salzburg·Seoul, Photo: Todd-White Art Photography

 


알렉스 카츠는 2022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 작품을 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있다. 감회가 새로울 터, 작품 활동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동안의 작품이 곧 저의 인생이자 지금도 살고 있는 하루하루라 생각해요.” 매일같이 반복해온 그의 일상이 키워낸 한 아름의 꽃다발은 이미 만개했다. 이제 곧 그 꽃잎들이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우리에게 당도할 것이다.  

 

COOPERATION 타데우스 로팍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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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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