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농가에서 즐기는 자연주의 크리스마스

네덜란드의 한 오래된 농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르마 가족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축제다. 정원에서 구한 자연 소재와 빈티지 소품으로 온 가족이 함께 꾸민 내추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소개한다.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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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느낌의 벽면 마감과 모던 디자인 소파,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테이블이 어우러진 세련된 거실은 오래된 농가 주택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모던하고 시크한 분위기다. 집주인은 대형 항아리에 전나무를 넣고 전구를 장식하는 것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완성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이르마 사리스(Irma Saris)와 한스 케설스(Hans Kessels) 부부는 지난 2012년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남편 한스의 집안에서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던 농가를 그들의 보금자리로 꾸미기로 한 것. 네덜란드 남동부 림뷔르흐(Limburg)주의 작은 도시 바를로(Baarlo)에 있는 농가는 트렌드에 민감한 직업을 지닌 부부에게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었다. 인구 6000명 남짓한 소규모 도시에 오랫동안 빈 채로 방치되어 있던 2층짜리 농가는 입지로나 건물 자체로나 전형적인 ‘컨트리 하우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창작자에게 의외의 공간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직감한 아내 이르마는 이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농가의 내부를 본 순간 이곳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한다면 얼마나 멋진 공간이 될 수 있을지, 제 스스로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집 주변을 둘러보니 입지 조건 또한 나쁘지 않았어요.” 마을 외곽에 위치한 농가는 오히려 중심부에 자리한 상점과 접근성도 좋고 외부 도시로 드나들기도 편리한 위치라 외부 활동이 많은 부부에겐 유리한 조건이었다.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거실 테이블 위에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내추럴 톤 포장지로 감싼 가족들의 선물 상자가 하나둘 쌓여간다.

 


이르마와 한스 부부는 박공지붕에 벽돌 외관의 가로로 긴 ‘롱 하우스(longhouse)’ 형태인 2층짜리 농가를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를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1층에 있던 벽 대부분을 제거한 후 이를 거실, 식당, 주방 등 세 공간으로 구성하고, 2층에는 부부와 두 딸의 방을 마련했다. “바닥과 벽, 천장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둘러싼 모든 면은 그 속부터 모두 최신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보면 됩니다.” 

 

 

전나무 가지 한 묶음을 벽에 걸고 오너먼트로 장식한 홈 메이드 갈란드. 우드 스툴 위에 놓은 캔들과 오너먼트가 초록의 갈란드와 함께 집 안에 내추럴 크리스마스 무드를 조성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실용성과 심미성의 균형을 중시하는 이르마는 농가를 주택으로 변환하면서 난방과 방수, 단열 등 기초 설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농가의 운치를 살리기 위해 벽난로는 그대로 살렸지만 실질적인 난방 시설은 콘크리트 바닥에 시공했고 벽면은 바닥과 같은 색과 질감으로 표현하기 위해 회반죽으로 매끈하게 마감한 후 시멘트 컬러의 석회 페인트를 칠해 거친 느낌을 주었다. “저는 도회적이면서도 인더스트리얼 감성도 엿보이고 내추럴한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는 콘크리트 마감을 선호해요. 저희 부부는 한정된 예산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스패출러로 석회 페인트를 바르는 기술을 익혀 이 집의 모든 공간을 직접 완성했습니다.” 회색의 콘크리트 상자라고 하면 딱 맞을 듯한 실내는 그러나 막상 그 안에 있다 보면 삭막하거나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언뜻 보면 콘크리트 컬러와 같아 보이는 천장은 베이지 톤이 많이 섞인 컬러로 마감해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죠. 집은 어떤 스타일로 연출하든 궁극적으로 온기를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빛을 발하는 거실 벽난로 코너. 오래된 석회암 벽난로는 석회 페인트를 러스틱한 느낌을 강조해 칠함으로써 한층 운치 있고 튼튼하게 보강했다. 벽난로 위에는 옛날 맨홀 커버였던 우드 패널 한 쌍이 놓여 있고, 여기에 조개껍데기를 엮어 만든 목걸이를 리스처럼 걸어놓았다. 

 

 

남편과 함께 진행한 리노베이션 후 집 안에 놓인 가구와 소품 어느 하나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공간 장식 대부분은 이르마가 담당했다. 그러니 이르마에게 이 집의 인테리어 스타일에 대해 정의해달라 요청한 것은 그리 무리한 일은 아닐 터. “당연히 제가 답해야 할 질문은 맞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처럼 어려운 질문은 또 없는 거 같아요.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집은 입지부터 형태까지 농가의 전형성을 벗어날 수 없지만 인테리어는 컨트리 스타일은 확실히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르마는 자신의 집을 특정 스타일로 단정하기엔 복잡한 속내가 있다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또 남편과 함께 인테리어 숍도 경영해온 이르마는 작업 현장에서 가치 있다 생각되는 것,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것을 발견하는 대로 차곡차곡 수집해두었고, 그 총합이 바로 이 집 안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제가 발굴한 아이템을 설득력 있게 연출한 집은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 싶은 포트폴리오예요.” 이르마는 인테리어 숍을 찾아오는 손님이나 자신에게 개조를 의뢰하는 사람을 위해 집을 공개하기도 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아예 며칠간 공식적으로 오픈 하우스를 운영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르마는 골드나 실버 등 반짝이는 물성 없이 앤티크 소품과 자연 소재를 활용한 내추럴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을 좋아한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이해도 빠르고 느끼는 바도 확실하니까요. 손님들은 우리 집에서 ‘맥락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이렇게 믹스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각자의 심미안을 통해 판단하기도 하고 이를 새롭게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디자인 사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고요.” 


편견 없는 심미안을 갖고 있는 이르마는 방문하는 곳곳에서 멋진 가구와 소품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그 선택에 있어서는 굉장히 까다롭고 냉철하다. “좋은 것을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그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선별하기 위해선 깐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당장,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 편은 아니에요. 고객들에게도 ‘바로 이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확신을 주지 않는 것은 선택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르마가 애용하는 가장 쉬운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은 집 앞에서 구한 소나무 가지를 테이블 가운데 길게 늘어뜨리고 그 사이사이에 촛대를 놓는 것이다. 

 

리넨 테이블클로스로 단장한 식탁 위에 정원에서 잘라 온 아이비 넝쿨을 길게 늘어뜨린 센터피스, 그리고 앤티크 우드 캔들 홀더를 매치해 완성한 내추럴 크리스마스 테이블 세팅. 마른 가지를 엮어 만든 리스가 걸려 있는 앤티크 수납장은 메탈 느낌이 나는 페인트를 칠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변신시킨 것이다. 

 

 

따스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콘크리트 큐브 같은 이르마의 집을 아늑하게 만들어주는 가구와 소품은 그녀가 전 세계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에스닉한 패턴이 돋보이는 양털 러그는 티베트, 벽감에 고이 모셔놓은 목각 불상은 중국, 복도에 놓인 우드 스툴은 네덜란드 빈티지 마켓에서 구한 것인데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탄생한 물건들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저는 흔한 물건이라도 의외의 장소에서 새로운 용도로 전환해 쓰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 벽난로 위에 세워둔 두 개의 나무 패널은 오래된 맨홀 덮개인데 이 위에 여름 휴양지에서 가져온 조개 목걸이를 리스처럼 걸어놓았어요. 조개 목걸이와 고재 패널의 상반된 조합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 아트워크로 보이기도 하죠.” 

 

 

편히 눕거나 앉아서 TV를 시청할 수 있게 맞춤 제작한 카우치 덕분에 이 집에서 가장 완벽한 공간으로 사랑받는 TV 라운지. 가벽 위에 촛대와 리스를 놓은 것만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벽면의 버펄로 헌팅 트로피는 남편의 수집품으로,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주 이래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걸려 있다. 

 

 

이르마는 연관성 없는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감각도 뛰어나지만 버려진 것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 또한 남다르다. 농가를 개조하다 창고에서 발견한 벤치는 주방의 보조 수납 선반으로 변신시켰고, 오래된 교회에서 폐기물로 나온 석제 타일은 주방 작업대 상판 마감재로 부활시켰다. “교회에서 구한 석제 타일은 앞면이 거칠고 뒷면이 매끈한 질감이었는데, 저는 이를 주방 상판에 붙일 때 매끈한 쪽이 표면이 되도록 했습니다.” 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실용성도 놓치지 않는 인테리어 비결은 주방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맞춤 제작한 주방 가구와 그 맞은편에 놓인 빈티지 수납장은 서로 다른 스타일이지만 방수 기능이 있는 블랙 무광 메탈 텍스처 페인트로 칠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조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르마와 한스 부부의 자녀 피너(Fiene)와 레엔티어(Leentje)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과 장식도 함께 완성하는 사이좋은 자매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이르마는 집 안 장식으로 더욱 분주해진다. 이르마의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은 자연 소재를 활용해 리스와 갈란드 등을 직접 만드는 ‘내추럴 스타일’을 표방하기 때문. “반짝이는 인공적인 오너먼트보다 소나무, 유칼립투스 등 자연 소재를 풍성하게 사용해 집 안 곳곳에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이들도 제법 잘 도와줍니다.” 이르마의 크리스마스 장식 비결은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거는 오너먼트는 신문과 유칼립투스만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신문지를 동그랗게 뭉친 후 그 표면에 유칼립투스 잎을 하나하나 핀으로 고정하면 자연스러운 오브제가 되죠. 저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렇게 장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원에서 구한 아이비 넝쿨이나 소나무 가지를 투명한 유리 촛대 주변에 두르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니까요.” 

 

 

이르마와 두 딸이 만든 별 모양 쿠키.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별히 굽는 별 모양 쿠키는 오래된 티크 우드 함 안에 담아 언제든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집 안 곳곳에 놓아둔다.     

 

이르마와 한스 부부는 가족의 진정한 보금자리를 이 농가에서 실현했다고 입을 모은다. “거실에 마련한 텔레비전 라운지 코너에 네 가족이 엉켜 있다 보면 집의 진가를 더 깊이 느끼게 되죠.” 공간에 딱 맞게 제작한 카우치가 놓인 텔레비전 라운지는 가족의 휴식과 여가 생활이 이뤄지는 곳이자 유일하게 남편의 미적 감각이 더해진 인테리어가 빛을 발하는 장소다. “저에게 인테리어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었는데, 단 하나 예외가 바로 여기예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우치가 놓인 벽면에 꼭 버펄로 헤드를 걸어야 한다고 고집했죠.”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던 이르마는 남편의 수집품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보면 잘한 선택이지 싶다. 텔레비전을 보며 늘어지기 쉬운 공간에 일종의 긴장감을 선사하고 단호한 느낌을 전달하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눈이 내리는 행운이 따라준다면 이르마의 가족은 집 안팎에서 낭만적인 축제를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빨간 벽돌 농가에 흰 눈이 쌓이면 징크 휴지통 같은 평범한 일상 살림도 마치 잡지 속의 멋진 크리스마스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우니까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내리길 바라는 이르마 가족의 소원이 꼭 이뤄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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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정민PHOTO : IVAR JAN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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