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이순재의 리어왕

젊은 남성 배우들이 탐내는 배역이 햄릿이라면 노년의 배우에게는 리어왕이 있다. 내년에 미수를 맞는 배우 이순재가 국내 최고령, 어쩌면 전 세계에서 최고령일 리어왕으로 분한다.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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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설명이 더 필요할까.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연극 무대부터 영화, TV까지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배우 이순재가 연극 <리어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 65년 연기 인생이 빛나는 관록의 배우에게도 이번 무대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전에 먼저, <리어왕>을 아주 짧게만 훑고 넘어간다. 아시다시피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왕위를 양위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려던 리어가 자식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후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 시쳇말로 ‘자식을 믿지 말라’거나 ‘돈은 무덤 갈 때까지 쥐고 있어라’라는 시중에 나도는 노후 재테크 계명을, 이 작품의 주제로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 독법은,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로 보인다. 리어의 비극은 그가 너무 빨리 유산을 상속해서 벌어진 게 아니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눈이 없던 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벌어졌다.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익숙한 <리어왕>의 결말은 셰익스피어가 의도했던 결말과 다르다. 권선징악의 낭만적 결말은 셰익스피어 사후에 네이엄 테이트가 원작을 고쳐 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결말은 더 현실적이었다. 처절하다. 리어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만, 그의 반성은 세상 앞에 무력하다. 셰익스피어는 모두가 파멸하는, 말 그대로 ‘비극’을 완성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이번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원전을 충실히 따라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살려 200분 동안 공연된다.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재는 “그동안 많은 <리어왕> 연극이 있었지만, 풀버전은 없었다. 전부 2시간 내로 줄인 작품이었다. 이번엔 원작 그대로 해보자고 했다. 필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그는 200분 동안 무대를 책임지는 동시에 원캐스트로 전 회차 출연하면서 23회 공연을 소화한다. 필생의 마지막 작품처럼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이순재에게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번 공연은 그가 창단한 관악극회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관악극회는 서울대학교 극예술 동문이 중심이 되어 2012년 창단한 극단으로, 이순재는 초대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여담이나,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미 대학 재학 시절부터 유명했는데, 학창 시절 그는 제각각 활동하던 단과대 극회들을 모아 서울대 연극회를 재건했다. 그의 연기 인생도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이처럼 이번 공연에는 서울대 출신 배우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중견 연기자인 최종률, 박용수를 비롯해 관악극회 소속 동문 배우들이 출연한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아나운서 출신 오정연, VJ 출신 박재민 등 최근 연기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서울대 동문도 출연한다. 그 외에 첫째 딸 고너릴 역의 소유진, 막내 코딜리아 역의 이연희 등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한 배우들도 출연한다. 이연희는 코딜리아 역 외에 광대 역도 맡아 일인이역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순재에게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는 그의 데뷔 65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깐깐하면서도 속정 깊은 어르신 역으로 각인된 그가, 작정하고 변신한 이번 연극 <리어왕>은 10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주)파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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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연극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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