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깊고 단단한 그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연주회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지금 국내외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이 듀오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다. 여럿이 아닌 단둘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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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콩쿠르를 모두 석권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아시아인 최초로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문태국이 오는 
11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문태국&임동혁 듀오 리사이틀>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둘의 나이 차이는 정확히 열 살. 그러나 크레디아 자체 유튜브 채널에 함께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니 나이 차가 무색하다.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 문태국은 ‘첫 만남에서 인사할 때 왜 첼리스트가 피아니스트에게 인사하느냐고 말했는데, 왜 그러셨나요?’란 질문을 던진다. 임동혁은 당황한 듯 눈을 끔뻑이며 ‘나 그런 기억 없는데’라고 말하지만 문태국은 ‘예술의 전당 대기실에서 연주 전에 인사했을 때’라고 정확하게 짚어준다. ‘연주 전에 긴장해서 예민한 상태라 그렇지’란 말로 슬쩍 넘어가려는 임동혁의 대답에 문태국은 ‘스마트폰 게임하고 계시던데…’라고 덧붙이며 웃는다. 동년배가 아닌데도 이런 대화가 가능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과 음악가로서의 존중이 마음 깊이 깔려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속 둘의 모습을 보니 무대 위 두 사람의 조화가 사뭇 궁금해졌다.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사이라 무대도 편안한 분위기일 것 같아요. 저도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기대돼요.” 문태국이 답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베토벤의 모차르트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7개 변주곡, WoO 46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서 고전적인 양식에 낭만주의의 정서를 더한 멘델스존 첼로 소나타 2번을 함께 연주한다. 2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를 협연해 두 연주자의 섬세함을 뽐낼 예정이다. 프로그램 구성은 서로 해보고 싶었던 곡들을 반씩 절충해 정했다. 가장 기대되거나 혹은 걱정되는 곡이 있는지를 물었다. 현재 둘 다 해외 체류 중이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듯한 답이 돌아왔다. “태국이가 멘델스존이 어떨까 의견을 내고 제가 받아들여서 프로그램에 멘델스존 첼로 소나타 2번을 추가했어요. 아무래도 평소에 많이 연주해본 곡이 아니라 조금은 걱정되네요. 하지만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임동혁이 말했다. “둘 다 경험이 많지 않은 곡이라 어떤 연주가 나올지 미지수예요. 하지만 덕분에 서로 어떻게 곡을 해석할지 궁금증과 함께 기대감도 커요.” 문태국이 말을 보탰다. 해외 체류로 인해 합을 맞추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둘은 똑같은 답변을 돌려줬다. “아직 맞춰본 적은 없지만 11월 공연 전에 만나서 몇차례 연주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서로의 스타일은 익히 알고 있으니까요.”
문태국은 임동혁에 대해 “평소에는 천진난만하고 농담도 많이 해 편하게 대해주지만 연주할 때나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누구보다 진중하고 솔직해지는 점을 존경해요”라고 말했다. 임동혁은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첼리스트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연주하는 점을 높게 생각합니다.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던지는 유머도 좋아해요”라며 문태국을 평했다. 순서나 경중은 다르지만 결국 둘은 서로 같은 지점에서 호감을 느끼고 존중하고 있었다. 미국과 독일, 약 7800km의 거리를 두고 이렇게나 합이 잘 맞는 두 개의 답변지를 번갈아 보자니 슬쩍 웃음이 났다. 

 

 

 

일곱 살, 형인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따라 피아노를 시작한 이래 신동, 최연소란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던 피아니스트 임동혁.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3위(수상 거부),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4위를 차지하며 세계 3대 콩쿠르를 휩쓸고 어느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우뚝 섰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평생에 걸쳐 겨뤄야 하는 적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라이벌은 바로 자기 자신.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그를 움직이게 할 원동력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임동혁

어린 시절부터 최연소, 최초, 신동 등의 타이틀이 따라다녔죠. 영광스러운 타이틀이지만 버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수식어를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 제가 이겨야 할 상대는 다른 피아니스트가 아닌 저 자신이거든요. 늘 어제보다 더 나은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어요. 오늘도 오로지 그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쇼팽과 슈베르트에 특히 능하지만 2008년 독주에서는 바흐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꾸리거나 2020년엔 베토벤의 곡들로 리사이틀을 구성했던 게 생각나네요. 잘하는 것만 계속하면 언젠가 뒤처지게 되죠. 더 나은, 더 깊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노력은 숙명이니 도전을 멈춰선 안 돼요. 그렇다고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다만 나 자신에게 최소한의 채찍질을 하는 거죠.


이젠 최연소 등의 타이틀보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자리에 도달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려 어릴 때보다 무대에서 더욱 긴장하게 된다고 말한 점이 의외였어요. 삶 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일도 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순간이 오잖아요. 겁이 많아졌다는 증거죠. 그것과 비슷한 이유예요. 마치 어렸을 때는 최신 스마트폰만 손에 쥐어져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지만, 나이 들어서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요. 


무대를 오르는 것은 늘 스트레스지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희열을 느낀다고 한 적이 있어요. 소위 말하는 오늘 연주가 ‘대박’이겠다 싶은 느낌은 언제 캐치하나요? 연주를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난 후 나의 손과 마음의 상태, 청중 반응을 살피면 감이 와요. 박수갈채를 받기 전에 관객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무대에 오르면 청중들이 제가 하는 음악에 빠져들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거의 90%는 예상이 맞아떨어져요. 


피아노를 세상 모든 것이자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라 표현했죠. 그 앞에 앉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매번 다를 것 같아요. 막상 치기 시작하면 좋은데 피아노 앞에 앉기까지가 언제나 쉽지 않아요. 연습과 비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땐 좌절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대부분은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 행복해요.


스스로가 잘한 부분보다 못한 부분을 더욱 신경 쓰는 거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면 낭만주의 곡을 잘 소화한다는 생각에 우쭐하기보단 고전주의 곡이 부족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호평에는 대수롭지 않게 처신하지만 비평에는 극도로 예민한 것 등요. 일부러 스스로에게 냉정해지는 건가요? 성격이에요. 기본적으로 예민한 편이기도 하고 어떠한 비난에도 신경을 안 쓸 만큼 강철 멘탈도 아니고요. 개인적으로는 바꾸고 싶은 성향 중 하나예요. 

피아니스트로서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어도 녹슬지 않는 것. 평생의 숙제죠.

 

 

 

 

성정전국음악콩쿠르 최연소 대상, 앙드레 나바라 국제 첼로 콩쿠르 1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아시아인 최초 1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4위 그리고 워너클래식 인터내셔널 레이블이 23년 만에 계약한 두 번째 한국 첼리스트. 1994년생, 올해 28세의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은 지금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는 첼리스트 중 한 명이다. 인터뷰를 하기 전 영상을 통해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당연히 여린 심성의 소유자고, 그래서 음악도 이렇게나 섬세하고 깊구나 싶었다. 그러나 빼곡하고 성실하게 적어 내린 답변에서 예상과는 달리 깊고 단단한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

네 살에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죠. 그때가 기억 나나요? 첼로를 처음 만난 순간은 사실 기억나지 않아요. 그러나 첫해에 레슨을 받던 장면의 조각들은 머릿속에 있죠. 사실 졸고 있어서 어머니께서 입에 사탕을 넣어주던 순간의 기억이긴 해요(웃음). 


어머니는 피아노를, 아버지는 클라리넷을 전공하셨죠. 맞아요. 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늘 음악에 둘러싸여 지낸 셈이죠. 돌이켜보니 저녁이 되어 레슨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가 고요해지면 어쩐지 아쉽고 초조한 마음도 들었던 거 같아요.


음악인이었던 부모님의 특별한 레슨법도 있었나요? 어렸을 때 주말이면 대학교 캠퍼스나 풀밭에서 저 혼자 연주하도록 하셨죠. 매우 부끄럽고 창피해하면서 첼로를 켰던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 큰 무대에 설 아들의 담대함을 기르기 위한 훈련이었나 봐요. 다른 인터뷰에서 ‘무대에 오르는 일은 긴장되지만 그 감정을 즐긴다’고 답한 게 생각나네요. 한때는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깊게 고민하기도 했어요. 주변의 여러 음악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의 정신적, 신체적 컨디션도 돌아봤죠. 하지만 결국에는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더라고요. 어차피 긴장할 거라면 차라리 그 감정을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싶었어요. 요즘엔 오히려 긴장감이 없으면 시간의 예술인 음악이 갖는 묘미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2019년 워너클래식 인터내셔널 레이블을 통해 데뷔 앨범 <첼로의 노래(Songs Of The Cello)>를 발표했어요. 한국 첼리스트로서는 두 번째고, 23년 만의 쾌거죠. 무척 감사하고 또 과분한 기회라 생각해요. 워너클래식 인터내셔널 레이블에서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 이후 관심을 가져주었고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님의 추천으로 정말 생각지 못한 기회를 얻었어요.


데뷔 음반의 부제는 ‘오마주 투 파블로 카살스’죠. 생각해보면 문태국이란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1등을 거머쥐면서예요. 파블로 카살스는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악가일 듯해요. 콩쿠르 전에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연주자였어요. 물론 콩쿠르 우승 후 음반을 준비하면서 더 깊게 알게 되었지만요. 파블로 카살스는 사재를 털어 오케스트라를 창립해 노동자를 위해 연주하거나 조국 스페인이 내전 후 독재정권에 점령되자 항의하기 위해 작은 마을에 은거하며 공식적인 연주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어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음악가죠. 매우 존경해요. 


파블로 카살스와 요요마를 좋아하는 공통적인 이유로 ‘세상의 화합과 평화’에 공헌한 점을 꼽기도 했죠. 음악이 어떤 식으로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음악은 말과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요. ‘말과 단어는 모든 사람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음악만큼은 순수하게 그 의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는 멘델스존의 말처럼요. 


양영림, 클라라 민혜 김, 로렌스 레서, 랠프 커슈바움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에게 사사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가르침이 궁금해요. 서로 표현하는 언어와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의미를 담아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너의 음악을 하고 너의 음악을 들려주라.’ 늘 마음에 새기는 가르침이죠. 


자신에게 첼로란 어떤 존재인지 말해준다면? 제 얼굴, 표정 같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요. 표현이 서투른 편인데 악기와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좀 더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는 거 같아요.  

 

COOPERATION 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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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양혜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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