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한국이 좋아서_브랜 힐

수많은 나라의 식자재와 술을 탐구하고 한국의 것이 좋아 이곳에 정착한 이들이 있다. 그들을 낯선 땅으로 이끈 힘에 대하여.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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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소주 맛에 반해 뉴욕 브루클린에 전통 소주 양조장을 차린 토끼소주 브랜 힐 대표. 

 

 

‘토끼소주(Tokki Soju)’의 브랜 힐(Bran Hill) 대표가 양조를 업으로 삼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위스키를 만드는 외할아버지와 와인을 담그는 어머니를 보며 자랐고 92개국을 돌아다니며 어지간한 술은 다 마셔보았다. 대학교 재학 중에 취미로 맥주를 양조했고 졸업 후 맥주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2016년 그는 조금 의아한 방향으로 걸음을 한 발짝 내디뎠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국 전통 소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브랜드 이름도 자신이 전통 소주 양조를 배운 2011년이 토끼해였던 점에 착안해 지었다. 달토끼 설화와 산토끼 동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라벨까지 보고 있자니 한국인이 론칭했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출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20년 충주로 양조장을 옮겼다. 올해 초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바이 메리어트 호텔(이하 라이즈 호텔) 4층에 ‘토끼바(Tokki Bar)’를 오픈하고 ‘선비(Sonbi)’ 진과 보드카까지 출시했다. 처음 토끼소주가 출시될 때만 해도 미국에서 양조한 한국 술이라 고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브랜 힐 대표가 전통주를 대하는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토끼소주가 출시한 제품의 완성도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양조장의 것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의 전통 소주를 언제 처음 접했나요? 대학교 재학 당시 한국인 기숙사 룸메이트를 통해 소주와 한국 문화를 접했습니다. 전통 소주를 처음 마셔보았을 때 누룩 향이 흥미로웠어요. 다른 술에서는 느껴보지 못했거든요. 이를 계기로 계속 한국 술에 관심을 두다 2011년 한국을 찾아 경기대학교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전통주 교육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오픈한 라이즈 호텔 토끼바에서는 토끼소주, 선비 진·보드카 등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수많은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술을 접했어요. 그중 한국의 전통 소주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직접적인 계기는 뉴욕 브루클린에 한식당 오픈을 준비하던 친구의 부탁이었어요. 뉴욕에서 한식의 인기가 치솟고 몇몇 한식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받으며 인정받기 시작한 시기였죠. 친구가 요리와 어울리는 술 페어링을 요청했는데,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 술은 초록병 소주, 즉 희석식 소주뿐이었습니다.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전통주 수업을 들으며 한국 술이 굉장히 훌륭하단 걸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좋은 술이 뉴욕에는 존재하지 않는단 점이 아쉬워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발효주인 맥주와 와인을 즐겨 만들고 맥주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죠. 증류주인 소주로 관심을 옮긴 이유가 있나요? 20대 때는 맥주와 와인을 정말 많이 마시고 만들었어요. 그러다 경험이 쌓이니 만드는 방식이 더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증류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게 되려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죠.


전통 소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재료로 만든 누룩을 사용한다는 점요. 각 나라의 술 발효제는 현지 기후와 환경에 맞게 발전했는데 누룩은 보통 아시아권에서 사용돼요. 누룩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양된 다양한 곰팡이가 내는 맛과 향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는 수많은 전통 소주 양조장이 있죠. 토끼소주가 다른 양조장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쌀과 누룩을 이용해 전통 방식대로 만든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현대 증류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이 조금 달라요. 지금 토끼소주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증류기는 독일에 제작을 의뢰해 1년 기다려 공수한 것이에요. 동으로 만든 제품인데 동의 성분이 좋은 맛을 만들어냅니다. 또 온도 조절 시스템을 100% 전자화해 맛을 일정하고 섬세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전통 소주를 오크통에 숙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크 숙성 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 소주에 접목해보고 있어요. 

토끼소주와 선비. 토끼소주는 23도 화이트, 40도 블랙, 오크통에 숙성한 골드 라벨로 이루어졌다. 선비는 토끼소주의 양주 라인으로 진, 보드카로 구성됐다.

 

 

브랜드 이름부터 라벨 디자인, 브랜드 로고에 들어간 건곤감리 등 술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전통주 교육을 받으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 고미술 작품도 많이 찾아보고요. 조선 시대에 그려진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술을 따라주고 챙겨주는 한국 술문화도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지고요.


이제는 토끼소주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어요. 기반을 옮긴 이유가 궁금해요. 토끼소주가 워낙 급격하게 성장해서 더 큰 규모의 양조장이 필요했어요. 미국에서 투자를 받아 확장 이전할지 한국으로 갈지 많이 고민했어요. 이왕이면 본고장인 한국에서 생산하고 싶어 한국행을 결심했죠. 여러 지역 중 찹쌀의 품질이 우수하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충주에 안착했죠.


올해 들어 라이즈 호텔에 토끼바를 오픈하고 신제품 선비 라인을 선보였어요. 토끼바는 토끼 소주를 포함해 진, 보드카, 혼합주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에스테이트 바(Estate Bar)예요. 직접 생산한 술로 만든 칵테일을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합리적이고요. 선비는 토끼소주의 양주 라인이에요. 진과 보드카로 구성됐는데, 토끼바를 오픈하며 칵테일 기주로 사용하기 위해 론칭했어요. 또 진과 보드카로 해외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역으로 토끼소주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있고요. 이름은 부와 명예를 탐하지 않고 올곧은 자세로 학문에 매진하는 선비가 토끼소주의 성향과 일맥상통한다 싶어 지었죠. 


토끼소주에서 언젠가 출시하고 싶은 술은 무엇인가요? 충주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미국 사과 증류주인 애플잭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하지만 한국의 주세법이 매우 까다로워 실현하기는 조금 어려울 거 같아요. 


증류식 소주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어요. 어떤 식으로 해나갈 계획이에요? 올해 초 토끼소주 골드로 세계 3대 주류 대회로 인정받는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피티션(SFWSC)’에서 최고상인 ‘더블 골드(Double Gold)’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토끼소주 골드는 오크통에 숙성한 소주인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증류주들은 보통 오크통 숙성 과정을 거쳐요. 이처럼 전통적인 양조 방식은 따르되 여러 가지 방식을 접목한 제품을 만들어 소주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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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토끼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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