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한국이 좋아서_조셉 리저우드

수많은 나라의 식자재와 술을 탐구하고 한국의 것이 좋아 이곳에 정착한 이들이 있다. 그들을 낯선 땅으로 이끈 힘에 대하여.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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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태즈메이니아주 출신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11개국 16개의 도시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한국 식재료와 요리에 흠뻑  레스토랑 에빗을 한국에 오픈했다. 

 

 

에빗
조셉 리저우드

몇 해 전, 친한 셰프의 인스타그램에서 한 팝업 레스토랑 소식을 접했다. 워낙 많은 셰프들이 팝업 레스토랑을 열던 시기라 소식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이를 주최하는 셰프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출신의 셰프는 미국 나파 밸리의 ‘프렌치 론드리(The French Laundry)’,  영국 런던의 ‘레드버리(Ledbury)’,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쉐린 스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쌓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팝업 레스토랑을 열고 있었다.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셰프를 처음 알게 된 건 그때였다. 첫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이후로도 한국에서 몇 차례 더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고, 된장 초콜릿, 사슴고기 타르타르, 피조개 만두 등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선명히 각인시켰다. 여러 차례 행사를 진행하며 한국 식자재와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진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2018년이 끝나갈 무렵 한국 식재료를 이용해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에빗(EVETT)’을 오픈했다. 수많은 나라의 식자재를 공부하고 요리한 그가 한국에 안착할 수밖에 없게 만든 한국 식재료와 요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에빗 탄생에 밑거름이 되어준 전 세계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2016년 세계 각국의 문화와 음식을 배우고 싶어 팝업 레스토랑 그룹 ‘원 스타 하우스 파티(One Star House Party)’를 결성했어요. 매달 새로운 나라로 가 3주 동안 여행하며 그 나라의 문화와 식자재를 공부하고 마지막 주에 그동안 배운 것들을 요리로 풀어내는 방식이었죠. 모나코,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홍콩, 대만 타이베이, 중국 베이징, 네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미얀마 양곤, 태국 방콕, 베트남 호치민 등 11개 국가의 16개 도시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5번 정도 진행했고요. 

 

한국 식재료와 요리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엇이에요? 한식의 핵심이 되는 장과 발효 식품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오래되고 풍부한 역사를 지닌 요리가 많다는 점도 놀라웠고요. 또 멍게를 비롯해 해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바다 식재료가 무궁무진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나라에 알려진 한국 식재료와 요리는 김치, BBQ 정도에 불과했는데 팝업 레스토랑을 준비하며 새롭게 접한 것들이 많았어요. 궁금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미지의 영역인 한국 식자재와 요리를 보다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졌죠.

1, 2 에빗의 요리는 전국의 산지를 다니며 발굴한 식재료를 정형화된 조리법에서 탈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식재료 연구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들었어요. 3주간 한국 곳곳을 다니며 배운 것들을 요리로 선보이는 팝업 레스토랑을 진행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에빗을 연 이후에도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충남, 제주 등 전국 곳곳의 농장을 찾고 농장주와 대화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죠. 버섯이나 식용 개미 등 종종 재료도 직접 채집합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요즘은 농장을 직접 찾아가지 못하지만 이전에 방문해 인연을 맺은 분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지식을 공유하고 있어요.


에빗의 메뉴는 어떻게 구성하나요? 단품 메뉴 없이 12~18가지 요리로 이루어진 코스 메뉴만 있어요. 점심에는 런치 코스를 운영하고 저녁에는 짧은 코스와 긴 코스 중 선택할 수 있죠. 추가 비용을 내면 전통주 페어링도 즐길 수 있고요. 제철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 메뉴는 철에 따라 변경합니다. 물론 계절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보며 요리를 한두 가지씩 바꾸는 식이죠. 


공부한 식자재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궁금하네요. 코스를 이루는 요리도 설명해주시고요. 오늘 촬영한 게장을 예로 들면 기순도 명인의 간장에 신선한 게를 재워 직접 숙성해요. 게장 살과 함께 두유 퓌레, 블랙베리 피클을 곁들이고 얼린 백김치 국물을 얹어 내요. 오리구이는 드라이에이징한 합천 오리를 숯에 구워 장미 구이, 미역 에멀전, 식용꽃 피클, 그리고 오리 뼈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완성합니다. 

 

레스토랑 선반에는 흑마늘, 방아잎, 솔잎 절임 등 다양한 식재료가 전시돼 있다.

 


3년 가까이 에빗을 운영하며 많은 요리를 선보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메뉴를 하나 꼽아볼까요? 깻잎에 곱게 간 우렁을 올려 만 흑임자 퓌레와 깻잎 오일을 곁들인 메뉴요. 우렁과 깻잎같이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들었지만 정형화된 조리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죠. 레스토랑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신메뉴를 개발할 때 늘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반드시 지키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창의적일 것, 풍부한 플레이버를 지닐 것, 한국적일 것, 테크니컬할 것. 이 네 가지는 반드시 지키려 해요.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새로운 메뉴에 활용하고 싶은 식자재가 있나요? 지금까지 발견하고 공부한 흥미로운 식재료는 모두 에빗의 요리로 선보였어요. 여전히 새로운 재료를 찾아 헤매고 탐구하죠. 제가 아직 모르는 것들, 즉 앞으로 발굴해낼 식재료가 바로 제가 다음 메뉴에 활용하고 싶은 재료예요. 


에빗이란 이름은 조셉의 중간 이름에서 가져왔다면서요. 레스토랑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과 지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전승되어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이 세대를 이어오며 사용하는 중간 이름인 ‘에빗’을 레스토랑 이름으로 정했어요. 한국 식문화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저만의 정체성을 담겠다는 의미를 내포했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말해주세요. 늘 하던 대로 한국 식재료와 문화를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연구할 거예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레스토랑 팀원들과 힘을 모아 새로운 요리를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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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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