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바이마라너에게 투영된 인간의 삶

사진, 회화, 드로잉, 설치, 조각 등 전방위적으로 작품 세계를 펼치는 윌리엄 웨그만. 그중 반려견과 함께한 사진과 비디오 작업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50여 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계속해서 등장하는 그의 반려견이자 뮤즈인 바이마라너는 인간의 삶을 풍자해 보여준다.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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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흑백(Left Right Black White)’, 2015, Pigment Print, 프린트 2개, 각 44×34 inches(112×86 cm), AP2, Edition of 7, 2 Aps © William Wegman

‘캐주얼(Casual)’, 2002, Color Polaroid, 24×20 inches(61×51 cm) © William Wegman

 

 

예술가에게 뮤즈는 영감의 원천이다. 현대 사진의 거장 윌리엄 웨그만(William Wegman)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50년간 자신의 뮤즈를 모델 삼아 젠더, 가족 관계, 페미니즘, 일상의 아이러니 등 사람들이 삶에서 마주하는 숱한 문제들을 다룬 구성 사진을 선보였다. 다만 그의 뮤즈는 조금 독특하다. 일단 수가 열넷이다. 그리고 사람이 아니다. 그의 뮤즈이자 모델은 바이마라너 종의 반려견이다. 

 

 

‘모자와 목걸이를 한 개(Head Wear, Neck Wear)’, 2000, Color Polaroid, 24×20 inches(61×51 cm) © William Wegman

 


개념미술의 선구자인 윌리엄 웨그만은 사진, 회화, 드로잉, 설치,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등 드넓은 영역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그중 반려견을 의인화한 사진과 비디오 작업은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줬다. 그는 원래 대학과 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68년부터 1970년까지 위스콘신대학에서 강의하고 1970년 가을에는 롱비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1년간 수업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기 윌리엄 웨그만은 회화가 아닌 사진과 비디오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훗날 전기 작가 윌리엄 데이비드 로스(William David Ross)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를 당시 회화가 자신의 예술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고. 그리고 그해, 첫 번째 뮤즈인 만 레이(Man Ray)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선봉자인 아티스트 만 레이를 따른 첫 뮤즈의 이름은 앞으로 펼쳐질 윌리엄 웨그만의 작품 세계를 암시하게 한다. 

 

 

‘우울한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Blue Monday Wednesday Friday)’, 2008, Pigment Print, 패널 3개, 각 44×34 inches (112×86 cm), Edition of 7, 2 AP © William Wegman

 

 

윌리엄 웨그만이 사진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할 무렵 미국 미술계에는 보수적인 아카데미즘이 만연했다. 그래서 이 시기 사진의 입지는 예술 작품의 도록을 위한 재현 수단에 불과했다. 1972년 뉴욕으로 건너가 만 레이와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권위적인 미국 미술계에 반기를 들고, 개를 의인화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 내러티브를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초창기 그는 작은 사이즈의 흑백 사진을 고집했다. 1979년, 역사상 가장 큰 카메라라 불리는 24×20인치(61×51cm) 크기의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윌리엄 웨그만 하면 생각나는 뚜렷하고 강렬한 색감, 위트 있고 정교한 연출이 돋보이는 사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구의 사용은 슬럼프를 불러왔다.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한결 디테일하게 이미지를 구현했고, 흑백 사진에서는 가려졌던 만 레이의 노화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윌리엄 웨그만은 훗날 <가디언(The Guardian)>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늙었다는 게 정말 분명해졌습니다. 나는 그를 가리기 시작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그의 작업을 두고 동물 학대라는 일부 사람들의 비난은 그에게 모든 의욕을 앗아갔다. 첫 번째 뮤즈인 만 레이는 1982년 세상을 떠났다. 새로운 바이마라너가 윌리엄 웨그만의 마음을 뺏기까지 자그마치 4년이 걸렸다. 

 

‘안경(Eyewear)’, 1994, Color Polaroid, 24×20 inches(61×51 cm) © William Wegman

 

‘유스테스 틸리(Eustace Tilley)’, 1999, Color Polaroid, 24×20 inches(61×51 cm) © William Wegman

‘오르막길(Uphill)’, 1990, Color Polaroid, 24×20 inches(61×51 cm) © William Wegman

 


지인에게 선물 받은 6개월 된 바이마라너는 페이 레이(Fay Ray)란 이름을 갖고 그의 두 번째 뮤즈가 됐다. 만 레이의 죽음 이후 새로운 뮤즈를 만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소요됐지만, 윌리엄 웨그만은 1989년 태어난 페이의 자식들인 베티나(Battina), 크루키(Crooky), 천도(Chundo)를 프레임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 태어난 베티나의 아들 칩(Chip), 1999년 태어난 칩의 아들 보빈(Bobbin), 2000년에 태어난 캔디(Candy), 그리고 2004년에 태어난 캔디와 보빈의 딸인 페니(Penny)를 자신의 새로운 뮤즈로 삼았다. 그들과 함께하는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카메라의 무게는 106kg에 달했고 야외 촬영이라도 하는 날엔 트럭에 싣고 이동했다. 후보정이 불가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특성상 매 순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작업에 임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속 바이마라너는 촬영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한 전문 모델처럼 보인다. 터틀넥 풀오버와 레드 컬러 팬츠를 입고 무심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작품 ‘캐주얼(Casual)’이나 반짝이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가방을 모자처럼 머리 위에 얹은 채 근엄하게 앉아 있는 ‘모자와 목걸이를 한 개(Head Wear, Neck Wear)’, 자전거를 타고 저 먼 곳을 응시하는 ‘오르막길(Uphill)’ 등은 천연덕스러워 보는 이를 웃음짓게 만든다. 윌리엄 웨그만은 바이마라너를 유머러스하게 의인화한 작품 외에도 콜라주 기법을 통해 회화처럼 연출한 ‘안경(Eyewear)’과 ‘유스테스 틸리(Eustace Tilley)’, 사진의 왜곡을 통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 ‘오늘의 심리(Psychology Today)’ 등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넓고 깊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오션뷰(Ocean View)’, 2015, Pigment Print, 44×34 inches(112×86 cm) © William Wegman

 


2007년 폴라로이드는 단종됐지만 윌리엄 웨그만은 디지털 카메라 세계로 옮겨가 자신의 작품 세계 기조를 이어갔다. 2012년에는 플로(Flo)와 토퍼(Topper)라는 새로운 뮤즈를 합류시키고 샤넬, 디올, 입생로랑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영역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개와 인간의 상호 관계에 집중했던 초창기 작품 스타일을 거쳐 완성한, 바이마라너를 의인화해 인간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고민하게 하는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는 한층 더 깊어졌다. 윌리엄 웨그만은 이제 7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플로, 토퍼와 함께 뉴욕과 메인(Maine)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전히 위트를 잃지 않고서.    

 

 

‘퀘이(Qey)’, 2017, Pigment Print, 44×34 inches(112×86 cm) © William Wegman

 

윌리엄 웨그만 <BEING HUMAN 비잉 휴먼>

바이마라너를 의인화해 위트 있는 작품 세계를 펼치는 윌리엄 웨그만의 개인전. 프랑스를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에 이어 한국을 찾은 순회전이다. 대형 폴라로이드 작품 ‘캐주얼(Casual)’과 피그먼트 프린트 작품 ‘퀘이(Qey)’를 비롯해 100여 점의 대표작을 전시한다. 
일시 7월 8일~9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문의 02-312-7613

Cooperate ㈜이엔에이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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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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