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아버지가 딸에게 전한 빛

박수현 대표가 이끄는 조명 브랜드 코램프의 역사는 아버지가 이끌던 창성조명이 탄생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국내 조명 브랜드 코램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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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리빙 제품 수집가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시작은 의자이지만 종착지는 조명이다.’ 그때부터였다. 처음 가는 공간의 주인 취향과 감각을 가늠하는 척도가 의자나 테이블이 아닌 조명이 된 것은. 평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통용된 기준이 있어야 하기에 조명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명 해외 브랜드의 시그너처 조명이 눈에 익어갈 무렵 한 가지 깨달은 건 국내 리빙 브랜드 중에서 조명 브랜드의 선택지가 현저히 적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편집숍들을 빼곡히 채우는 해외 조명 브랜드의 제품들 사이에서 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얼핏 보기엔 한지를 겹겹이 붙여 만들었나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오묘한 빛깔의 자개였다. 연꽃을 연상시키는 형태에는 동양적인 멋이 깃들어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 태생의 제품이 아니란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1981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한국 조명 브랜드 코램프(Kolamp)의 제품이었다. 아버지 박창식 창립자가 세상에 선보인 창성조명을 시작으로 딸 박수현 대표가 새롭게 지은 코램프란 이름으로 40여 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왼쪽부터) 빈티지 무라노 글라스를 오마주해 디자인한 빈티지디스크. 각 피스는 수작업으로 제작해 조금씩 문양이 다르다. 2 자개를 이용해 연꽃을 형상화한 조명 로투스. 코램프의 시그너처 제품이다.

 


“처음 조명업계에 몸담게 된 건 60년대예요. 창성조명을 설립하기 전, 여러 조명 생산 공장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1981년 창성조명을 설립했죠.” 박창식 창립자가 말했다. 크리스털 수입 자체도 까다로운 허가가 필요하던 80년대, 창성조명은 크리스털 샹들리에에 특화된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다. 지방에서도 창성조명의 반짝이는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찾아왔고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 국내에서는 간결하고 내추럴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코램프란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할 무렵 소비자의 수요도 이전과는 달라졌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며 업계의 흐름에 맞춰 미니멀하고 디테일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어요.” 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아 지금의 코램프를 이끌어가는 박수현 대표가 말했다. 원래 프랑스어를 전공한 박수현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에 잠시 머물렀다. 그곳에서 국내와는 사뭇 다른 유럽 사람들의 리빙 디자인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만 해도 리빙 제품 디자인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패션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무척 빈약할 때였어요. 그러나 가구부터 조명까지 삶 속에서 다양한 리빙 제품 디자인을 향유하고 브랜드와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는 유럽 사람들의 인식이 제게 영향을 미쳤죠.” 대학 졸업 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일을 도왔던 박수현 대표는 창성조명이 기획하고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부터 제작 및 유통까지 모든 걸 국내에서 해내는 토종 조명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마음으로 코램프를 설립하게 되었다. 

 

 

 논현동에 위치한 코램프 쇼룸 곳곳에서는 코램프의 제품과 하나의 조명이 탄생하기까지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현재 코램프는 박수현 대표의 지휘하에 전개되고 있다. 아버지 박창식 설립자는 한발 물러나 오랜 시간 업계에서 직접 몸을 부딪쳐가며 쌓은 노하우로 딸 박수현 대표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나사는 을지로의 어느 업체에 가서 구할 수 있고, 저런 구조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등을 조언해주죠. 또 공장 쪽 생태는 제가 잘 아니까 공장 관리도 도와주고요.” 박창식 창립자가 말했다. “저희가 요즘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 아버지는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게 구체적인 방안을 알려주세요.” 쇼룸에 전시된 조명을 둘러보았다. 토종 조명 브랜드의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보기 드문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국내 조명 브랜드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나를 둘러싼 이 조명들에는 생각보다 오랜 세월이 깃들어 있음이 실감 났다.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보는 내게 박수현 대표는 코램프의 대표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해주었다. 아버지의 오랜 경력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디자인 영감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건 빈티지아이스란 제품이에요. 아버지께서 1985년경 독일의 박람회에 참가하며 현지 조명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가지고 오셨어요. 미드센추리 디자인의 조명을 선보이는 킨켈데이(Kinkeldey)란 브랜드의 것이었어요. 그 카탈로그를 보고 영감을 받아 미드센추리 스타일로 디자인한 제품이에요.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선보였는데 당시엔 호응이 별로 없어 단종시켰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 제품이라 3년 전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한 번 올렸는데 다들 이 제품을 궁금해하고 구입을 원하더라고요. 호응에 힘입어 재출시하게 됐죠.” 빈티지 무라노 글라스를 오마주해 코램프 스타일로 구현한 빈티지디스크, 많은 사람들에게 코램프란 브랜드를 각인시킨, 자개를 투과하는 빛이 우아한 로투스까지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투명한 유리를 틀에 붓고 다시 하얀 유리를 부어 만들어 조금씩 다른 문양을 지닌 피스가 모여 완성된 빈티지디스크와 손으로 가공한 자개 꽃잎을 한 조각씩 붙이고 다시 핸드페인팅하는 로투스의 디테일을 보고 있자니 견고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간결한 디자인, 소재에 대한 다양한 연구, 그리고 완벽을 기하는 디테일과 마무리는 해외 조명 브랜드 일색인 국내 조명 시장에서 당당히 코램프란 이름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쇼룸의 벽을 장식한 팝아트 작품이 코램프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힌트를 던진다.

 


창성조명에서 한 걸음 더 도약해 코램프란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국내 조명 업계에서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첫 번째 시즌은 성공적으로 해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될 코램프의 두 번째 시즌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궁금해졌다. “2021년은 코램프에게 있어 변곡의 해가 될 거 같아요. 유통 채널도 확대하고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해요.” 현재도 토털 석재 브랜드 르마블, 온도 세라믹 리빙 스튜디오, 팝 아티스트 케빈 박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및 전문가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으로서의 조명을 뛰어넘어 하나의 오브제가 될 수 있게끔 만들고자 해요. 수집하고 싶은, 또 수집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코램프의 두 번째 장은 이제 시작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장 역시 색색깔의 영롱한 빛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조수민(인물, 공간), 코램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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