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뉴욕 감성을 담은 독일 아트리움 하우스

뉴욕 펜트하우스에 살던 가족이 독일로 이주했다. 경사진 지형에 자리한, 50년 된 주택은 마치 땅속에 지은 요새 같다.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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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중심부에 자리한  야외 테라스. 디자이너는 이곳을 사계절 내내 아늑한 휴식처가 되도록 천장에 스폿 조명과 난방 장치 그리고 스피커를 설치하고 우드 패널로 마감했다. 소파와 라운지 체어 등 가구 역시 자연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소파와 암체어는 미노티, 쿠션은 에르메스. 테이블과 흔들의자는 디자이너와 집주인이 뉴욕 갤러리에서 구했다. 흔들의자 ‘아스투리아스(Asturias)는 카를로스 모타(Carlos Motta) 디자인, 메테오르(Meteor) 테이블은 치스타(Chista) 제품. 

 

비탈진 지형의 특징을 살려 마치 땅굴을 파서 만든 듯 착각이 드는 집 외관.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의 땅이 이 집의 지붕이 되었다.  

 

 

하이엔드 패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사업가 부부. 그들이 사는 집은 자신들의 인생행로만큼이나 극적이다. 뉴욕의 마천루를 조망하는, 무려 1200㎡ 규모의 펜트하우스에서 살던 부부는 10년 전 독일 뮌헨 근교에 있는 흥미로운 집 한 채를 구매했다. 부부가 잡지를 보다 마음을 빼앗긴 그 집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출신의 예술가 헤르만 라스토르퍼(Hermann Rastorfer)가 1970년에 지은 매우 특이한 주택이었다. 2개의 아트리움(중정)을 품은 가로 60m 길이에 폭이 14m에 달하는 길쭉한 직사각형의 방갈로 형식을 취한 집은 경사진 지형의 특징을 반영해 설계한 건축물로, 외부에서 보면 그 존재가 감지되지 않는 땅속에 자리 잡은 언더그라운드 하우스라는 사실! 세상 가장 화려한 도시, 최고 높은 곳에 살면서 유럽의 호젓한 교외 땅속에 숨어 있는 집을 탐한 부부를 두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누려본 사람이 가져볼 법한 호기심 또는 일탈로 볼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부부는 이 집을 구입하고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직접 살아보면서 땅과 자연을 벗 삼아 사는 게 얼마나 안정감 있는지, 실내외 경계가 없는 집에 살면 생활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 가치를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진 뉴욕 생활, 세 명의 자녀가 생긴 부부는 아이들이 자랄수록 가족이 살아야 할 집은 독일 땅속 아트리움 하우스라 확신했다. 

 

 

 

거실 안쪽 코너에 별도로 꾸민 TV 라운지. 텍스처가 도드라진 헴프 벽지와 모헤어 소재 카펫, 루이 비통과 고야드 빈티지 슈트케이스 등으로 차분하고 아늑한 느낌이 감도는 가운데 벽면에 걸린 알렉스 카츠(Alex Katz)의 초상화가 공간에 생기를 부여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집주인 부부가 뉴욕에서 열린 유러피언 파인 아트 페어에서 발견한 대리석 브론즈 테이블. 이탈리아 건축가 겸 디자이너 빈센초 데 코티스(Vincenzo de Cotiis) 작품으로 7개 리미티드 에디션 중 하나다. 

 

 

부부가 이주를 결정하면서 해결해야 했던 급선무는 인테리어 개조였다. 10년 전 집을 구입할 때와 달리 가족 구성원이 늘어난 데다 인테리어만큼은 뉴욕의 펜트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코즈모폴리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싶었다. 다행히 지인들을 통해 뮌헨에서 활동하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베르트 슈테판(Robert Stephan)을 소개받았고, 그들의 첫 미팅은 입주 예정일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현장에서 이뤄졌다. “뮌헨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나 디자이너라면 이 집을 모를 수 없죠. 그런데 실제 접해본 집은 건축적으로 매우 훌륭한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유리벽, 개방적인 생활 공간, 그리고 두 개의 중정은 손댈 필요가 없을 만큼 기본이 탄탄했고, 내부만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되겠다고 판단 했어요.” 아트리움 하우스는 헤르만 라스토르퍼가 건축한 후 그와 그 가족이 20년간 거주했고, 이후 오랜 시간 비어 있다가 뮌헨의 유명 건축가 막스 브루너(Max Bruner)가 인수해 2006년 한 차례 개조가 이뤄졌다. 그 덕분에 이 집은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음에도 안팎의 경계를 허문 넓은 유리창, 갤러리를 닮은 화이트 큐브의 모던한 스타일로 유지되었던 것. “집주인은 화이트 큐브보다 더 감각적인 분위기를 원했어요. 어린 자녀가 있는 패밀리 하우스로, 또 주말마다 지인들을 초대하는 사교의 장으로서 개방적인 구조를 유지하되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달라고 했습니다.” 슈테판이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특정 공간의 벽과 천장을 내추럴한 소재로 마감하는 것이었다. 레이아웃상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거실과 중정 사이의 테라스 천장, 현관 입구의 벽면과 천장을 참나무 패널로 마감해 안과 밖이 하나로 통합되고 확장되는 효과를 준 동시에 우드의 자연미가 집 안에 평화로운 무드를 조성하게 했다. 한편 거실 일부 공간은 식물 줄기나 말총으로 만든 텍스처가 돋보이는 필립 제프리스(Philip Jeffries) 벽지를 시공해 물리적인 구조물의 도움 없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효과를 주었다. 그 결과 거실은 오픈 공간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소파가 있는 라운지, TV 룸, 음악감상실 등 다채롭게 꾸며졌다. 

 

 

 

집주인이 살던 뉴욕 감성을 담은 키친&다이닝. 우드슬랩 테이블과 벤치는 BDDW, 나무 의자는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 조명은 린지 애들먼(Lindsey Adelman) 디자인으로 모두 미국에서 가져왔다. 주방 벽면에 걸린 추상 사진 한 쌍은 데이비드 미첼(David Mitchell) 작품. 

 

거실 소파 뒤에 자리한 콘솔 위에는 집주인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그림과 영국의 도예가 앨런 월워크(Alan Wallwork)의 화병이 전시되어 있다. 

 

 

방대한 집 규모에 비해 주어진 개조 기간은 촉박했지만 슈테판은 가구와 아트워크의 완벽한 조합으로 이 집을 독보적인 감각이 빛나는 스타일로 완성했다. “집주인 중 남편은 ‘디자인 감정가’라 할 만큼 수준 높은 컬렉터입니다. 특히 그는 컨템퍼러리 디자인과 희귀한 빈티지 디자인의 결합을 좋아하는데 이 점은 제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원리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슈테판은 오랜 시간 하이엔드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며 순수 예술과 컨템퍼러리 아트, 그리고 희소성 높은 타임리스 빈티지 디자인을 탐구하며 큐레이팅하는 능력을 키웠다. 자신이 꾸민 공간에 존재하는 가구와 아트워크 중에 어떤 것이 빈티지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이상적인 조화와 균형을 추구했다. 집주인 역시 슈테판의 균형 감각에 전적으로 동감했고, 더 놀라운 건 서로 좋아하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와 빈티지 컬렉션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가로로 긴 형태의 거실에서 천창이 있는 영역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코너로 꾸몄다. 매우 희귀한 빈티지로 꼽히는, 카를로 하우너(Carlo Hauner)&마르틴 아이슬러(Martin Eisler)가 디자인한 ‘코스텔라(Costela)’ 라운지 체어가 놓인 가운데 벽면에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작품이 공간을 화사하게 연출한다. 

 

뮌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로베르트 슈테판. 빈티지 디자인, 아트 컬렉션에 조예가 깊은 집주인을 만난 덕분에 개조부터 가구, 아트워크 매치까지 세련된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었다. 

 

 

“저는 이른바 모던 아메리칸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 대표적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가구 디자이너 블라디미르 케이건(Vladimir Kagan), 1970년대 미국 공예 운동을 이끈 조각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폴 에번스(Paul Evans), 금속 조형 가구의 대가 칼 스프링어(Karl Springer) 등이 남긴 자유로운 형태 속에 살아 있는 건축적 비례미가 무척 아름답다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모던 아메리칸 스타일뿐만 아니라 유럽의 컨템퍼러리 스타일도 마음에 드는데,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빈센초 데 코티스(Vincenzo de Cotiis), 인생 후반기에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대가의 반열에 오른 벨기에 가구 디자이너 아도 샬레(Ado Chale)가 나무와 돌 그리고 금속을 자유자재로 결합해 만든 추상 조형물 같은 가구는 미묘한 색감과 텍스처로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할 때 훌륭한 키워드가 되죠.” 이 집에 존재하는 가구 중 일부는 집주인이 뉴욕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것도 있지만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은 집주인 부부와 슈테판이 뉴욕에서 만나 현지 갤러리와 페어를 돌아다니며 ‘사냥’한 전리품이다. 그중 현재 거실 TV 룸에 있는 빈센초 데 코티스의 커피 테이블은 슈테판이 집주인 남편에게 추천한 디자인으로 뉴욕에서 열린 ‘유러피언 파인 아트 페어(The European Fine Art Fair)’에서 7개밖에 되지 않는 에디션 중 하나를 가져온 것이다. “원래 집주인 아내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실제 공간에 놓인 것을 본 후 우리의 심미안을 인정했죠.” 한편 집주인 부부는 메인 거실에 놓을 소파로 각자 마음에 품고 있던 디자인이 있었다. 남편은 미국 디자이너 블라디미르 케이건이 1950년에 발표한 ‘프리폼(Freeform)’을, 아내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로이에르(Jean Royère)가 1947년에 선보인 대표작 ‘북극곰(Ours Polaire)’ 소파를 점찍어둔 것. 둘 다 비슷한 시기 서로 다른 나라, 다른 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했지만 부드러운 유선형의 형태가 지닌 안락함이 돋보이는 소파는 미묘하게 닮았고 그래서 이 둘을 함께 놓기로 결정한 후 남편이 선택한 프리폼 소파를 북극곰 소파에 맞춰 비슷한 컬러로 새롭게 커버링했다. 슈테판은 두 개의 소파를 거실에 들여놓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저뿐만 아니라 집주인 부부도 과연 그 조합이 맞는지, 둘 중 어느 소파가 우위를 점할까 유심히 살펴봤어요.” 하지만 안목이 높은 부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내린 결론은 무승부. 이미 수십 년간 마스터피스로 인정받아온 두 소파는 경쟁 구도가 아닌 평화로운 조화미를 뿜어냈고, 거실은 우아한 세련미뿐만 아니라 패밀리 하우스 특유의 안락함을 갖추게 되었다. 

 

 

 

부부 침실에 있는 욕실. 원래 설치되어 있던 천연 대리석 세면대를 그대로 살리고, 벽면은 세면대와 어울리는 색감과 패턴의 에르메스 벽지로 마감했다. 

 

집주인 부부가 미국에서 살 때 사용한 침대와 소장하고 있던 아트워크를 그대로 가져와 꾸민 침실.  

 

집 본채와 담장 사이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중정을 조망할 수 있는 거실. 유선형의 라운지 소파는 미국 아방가르드 디자인 아이콘인 블라디미르 케이건(Vladimir Kagan)의 대표작으로 캘리포니아의 한 빈티지 숍에서 구했다. 커버는 피에르 프레이 패브릭으로 새로 교체했다. 커피 테이블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금속 공예가 사일러스 신델(Silas Seandel)이 거실 콘셉트에 맞게 제작한 것이다. 

 

 

슈테판은 디자인과 아트에 대한 관점이 비슷한 클라이언트를 만나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던 점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극복해야 할 난관도 많았다 말한다. “저는 아트워크와 가구를 매치하는 데 거부감이 없지만 특정 공간을 위해 그림 작품을 먼저 택하는 방식의 디자인 작업은 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집주인이 갖고 있던 현대미술 컬렉션을 공간과 통합하는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화가 알렉스 카츠의 여인 초상화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TV 라운지는 그림에서 따온 색감과 질감으로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마감하고, 여기에 매치되는 가구와 소품 역시 그림 안에서 보이는 컬러 배색을 따랐다. 반면 거실 음악 감상 코너는 집주인이 갖고 있던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그래픽 작품과 하우너&아이슬러 디자인의 빈티지 라운지 체어의 매치로 완성되었는데, 이때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한 작업은 라운지 체어의 쿠션 커버를 그림과 어울리는 보라색으로 바꾼 것밖에 없었다. 

 

 

 

정원이었던 곳을 데크로 확장한 공간. 집주인 가족은 물론 이곳에 놀러 온 사람이라면 자연 속에 둘러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사계절 및 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운데에 화로를 마련했다.      

 

예전에 살던 사람이 사진 스튜디오로 사용한 지하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현재 집주인의 취미 생활을 위해 실내 체육관으로 변신시켰다. 바닥과 벽면 모두 차분한 미드 그레이 톤으로 마감한 가운데 벽면에 디자이너 조 폰티(Gio Ponti) 패턴에서 영감을 얻은 문양을 그려 넣어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주인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 온 이유 중 하나는 세 명의 어린 자녀들 때문.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넓은 창문이 있는 아이 방은 중정과 연결되고, 아이들은 언제든 밖으로 나가 뛰어 놀 수 있다.  

 

 

“아트워크와 디자인 가구 매치 작업은 클라이언트 부부와 저 사이에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학습 과정 같았습니다. 시각적인 조화 외에 의미론적인 가치도 끊임없이 따져봐야 했고 그런 가운데 우리는 소파와 어울리는 테이블을 찾기 위해 창의적인 조형 가구를 선보이는 조각가 사일러스 신델(Silas Seandel)의 뉴욕 스튜디오까지 방문해 원하는 테이블을 맞춤 제작했죠.” 각 분야 최고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컬렉션으로 완성된 인테리어는 이곳이 교외에 있는 외딴 주택이라는 것을 잊게 만들었고 실내외 구분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개방적인 공간과 그 안팎에서 이뤄지는 가족의 생활은 뮌헨의 바바리안 주거 양식이라기보다는 캘리포니아 라이프스타일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집주인 부부는 이전만 해도 거실에 앉아 있을 시간 없이 바쁘게 살았다고 해요. 그러나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매일 밤 자신이 고른 거실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디자이너로서 매우 만족스러워요. 단지 멋진 집이 아닌 누군가의 삶에 변화를 선사한 것처럼 가치 있는 디자인은 없으니까요.” 인테리어 디자인은 직업이 아닌 열정이라 표현하는 슈테판은 예술과 디자인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색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이 집 부부와 함께 현재 산속에 세컨드 하우스를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WRITER LEE JUNG MIN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인테리어

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Daniel Schfer(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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