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대지 위 소용돌이

유기적인 형태를 넘어 중력을 거스르는 소용돌이 모양의 건축물이 등장하고 있다.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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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이 무려 1800개에 달하는 그랜드시어터, 현대미술관, 다목적 홀이 11만5000제곱미터 대지에 회오리바람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역동적이고 유연한 형태의 지붕이 특징인 그랜드시어터.  

 

회오리바람 건물 
Changsha Meixihu International Cultural Centre by Zaha Hadid Architects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상상을 현실화하는 데 대단히 능숙한 팀이다. 2019년 말 오픈한 중국 창사 메이시후 국제문화센터 또한 비현실적인 외관으로 시선을 끈다. 폭풍우 속 회오리바람을 눈앞에서 보듯 역동적으로 휘어지고, 높이 솟아올랐다가 금세 아래로 꺾인다. 내부 또한 마찬가지다. 극장 안 천장과 벽은 바람결대로 자유자재로 요동친다. “그랜드시어터, 현대미술관, 다목적 홀. 이 세 건물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다른 건물들과 함께 강으로 흘러드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강 건너 섬처럼 떠 있는 공원으로 이어지는 다리도 함께 만들었죠.” 건축물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강 주변으로 유도한다. 1800개 좌석의 그랜드시어터에서 공연을 관람한 후 사방으로 열린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공원을 산책하고 주변 건물로 이동하는 것. “이런 열린 구조는 일상 속 친근한 공연 문화를 만들죠. 공연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비워지는 시설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상업 시설 또한 24시간 운영합니다.”
Add. Mei Xi Hu Lu, Yuelu Qu, Changsha Shi, Hunan Sheng, China
 

 

창문과 발코니에는 각종 식물이 자라고, 옥상에는 식물원이 위치한다. 

 

 내부에도 친환경 인테리어를 도입할 예정이다. 

 

두 개의 빌딩이 만나는 아래층 공용 공간에는 레스토랑과 호텔이 입점한다.  

 

몸을 맞댄 쌍둥이 빌딩  
Southbank by Beulah by UNstudio

두 개의 빌딩이 서로 의지한 채 꽈배기처럼 꼬여 있다. 작은 빌딩은 땅에 주저앉은 모양새다. 호주의 부동산 개발 업체 뷸러(Beulah)가 시행하는, 멜버른 사우스뱅크 지역에서 곧 마주하게 될, 건축 그룹 유엔스튜디오의 작품이다. 큰 빌딩의 높이가 356.20m가 될 이 쌍둥이 빌딩은 콕스 아키텍처(Cox Architecture)와 협력해 완성할 예정. 건축가들은 이 프로젝트에 ‘그린 스핀(Green Sp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몸의 척추처럼 중심선을 두고 180도 회전하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두 타워가 중심선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리는데, 그 덕에 보는 각도에 따라 빌딩 모습이 달라 보이죠.” 두 개의 타워가 몸을 맞닿은 곳에는 쇼핑몰이나 레스토랑 등 공용 시설이 입점한다. 이 빌딩의 핵심은 ‘그린’이란 단어에 숨어 있다. 건축가는 각 층마다 식물이 자라는 발코니를 두고 옥상 식물원을 만들 예정이다. 맑은 공기가 흐르는 곳에서 멜버른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Add. 118 City Rd, Melbourne VIC 3006, Australia

 

 

햇볕 아래 빛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극 산화 기법을 거친 알루미늄을 외피 재료로 선택했다.

 

굴곡진 입구는 비, 바람, 눈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실크 치맛자락 속    
Guangzhou Yue Show Theatre by Steven Chilton Architects

“바람에 휘날리는 중국 여인의 실크 치맛자락을 건축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건축가 스티븐 칠턴은 중국 광저우 우에쇼 극장을 디자인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문제는 부드럽게 휘감기는 실크의 질감을 어떻게 딱딱한 건축물에 대입하는가다. “부드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동그랗게 말리는 것처럼 형태를 잡고 여러 가닥의 주름을 규칙적으로 배열해보았죠. 붉은 컬러로 통일하는 대신 금빛을 섞어 그러데이션 효과를 주었는데, 실크의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뭔가 부족했어요. 고민하다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결정했죠.” 도면 사진에서 볼 수는 없지만 시공 과정에서 아티스트 장 홍페이(Zhang Hongfei)가 참여해 골드 컬러의 중국 문양을 입힐 예정이다. 아티스트는 중국 비단이 로마 제국으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에 중국 문화를 알린 실크로드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Add. Huandu, Guangzhou, China

 

 

물 주변으로 건축물을 만드는 링난 건축 스타일을 반영한 허 아트 뮤지엄. 

 

천장을 유리 돔으로 만들어 빛이 내부로 퍼진다.

 

사람들은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명상에 잠긴다. 

 

명상을 품은 건축물  
He Art Museum by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3월 말 공식 오픈할 ‘허 아트 뮤지엄’의 설립자 허젠펑(He Jianfeng)은 건축물 또한 하나의 아트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도 다다오에게 뮤지엄 건축을 의뢰했다. 하늘로 날아갈 듯한 원반, 원반 사이에 촘촘하게 들어선 수직선, 미술관 옆으로 자리한 잔잔한 호수. 노출 콘크리트를 이용해 사각형과 원형이라는 단순한 기하학적 공간 속에 빛, 바람, 물이라는 자연 요소를 삽입시킨 이 건축물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미학을 명확히 드러낸다. “저의 고유한 스타일과 물 주변에 건축물을 세우는 중국 남부 지역의 링난 건축 스타일을 혼용했습니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는 하늘로 오르는 소용돌이 모양의 원형 계단을 만들었다. 조명은 빛이 전부다. 천장의 뾰족한 유리 돔이 빛을 모아 내부 전체로 퍼트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흐름은 어떤 예술 작품보다 멋진 그림을 콘크리트 벽에 새긴다.
Add. 6 Yixing Rd., Beijiao New Town, Shunde District, Foshan City, Guangdong Province, China  

 

 

계단이 파사드 뒤에 있어 사람들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보인다. 

 

 어느 방향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로비. 

2만 m 길이로 얇게 자른 목재를 로프처럼 감아 만든 파사드가 인상적인 더 익스체인지. 

 

소용돌이 속 즐거움
The Exchange  by Kengo Kuma & Associates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완성한 더 익스체인지 빌딩은 선구적인 아이디어와 구조가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접시처럼 대형 원형 판 6개가 서로 포개지며 기본 골조를 만들고, 2만 m 길이로 얇게 자른 밝은 컬러 목재를 로프처럼 감아 만든 이색적인 파사드는 더없이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형태는 벌집통 같다. “목표는 공공 건축물인 만큼 개방적이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방향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원형 건축물을 기본으로 기하학적 변용을 시도했죠.” 그의 말대로 이 빌딩은 감싸 있으면서도 열려 있다. 1층 현관을 따로 만들지 않고 계단을 따라 어느 방향에서든 건물에 진입할 수 있다. 계단 위로 올라가는 사람은 마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듯 보인다. 외부에서는 구분이 힘들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분명하게 층이 나뉜다. 층마다 도서관, 스타트업 기업 사무실, 어린이 센터, 루프톱 바와 레스토랑 등이 자리한다.
Add. 1 Little Pier St, Haymarket NSW 2000, Australia

 

 

개방형 중정은 사람과 그들의 생각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허브 공간이다.

 

싱가포르의 무더운 기후를 고려해 자연 환기에 힘썼다. 

 12개의 타워 속에 다양한 크기의 원형 공간을 담은 러닝 허브.  

 

창의적인 교집합 
Learning Hub by Heatherwick Studio

“싱가포르 난양 기술대학의 러닝 허브는 혁신을 촉발하는 학문의 교차와 충돌이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했죠. 학생들이 교수, 연구가, 전문가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방향이 불명확한 원형 공간을 기본으로 각각의 원형이 서로 교집합을 이루는 구조를 떠올렸어요.” 소용돌이 모양의 12개 타워 안에는 원형 공간이 층층이 배열되어 있다. 건물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인데, 소모임을 위한 원형 공간이 음파처럼 확대되면서 대형 공용 공간이 되는 식이다. 크고 작은 원형 공간 사이에 들어선 개방형 중정. 이곳에서 학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를 한다. 하지만 건축가 토머스 헤드윅은 이런 감성적 디자인을 시멘트 재료로 얼마나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그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벽 주변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사라 파넬리(Sara Fanelli)의 그림을 양각으로 새기는 방식으로 건축에 표정을 입혔다. Add. 50 Nanyang Ave, Singapore 

 

 

바하이 템플은 사람의 피부처럼 빛, 바람, 공기 등이 자유롭게 오고 나간다. 

 

기도실 내부는 호두나무를 이용해 꾸몄다. 

 

빛을 투과하는 대리석 벽. 

 

사람들은 하늘로 뚫린 둥근 창으로 신을 향해 기도를 올린다. 

 

호수에 떠오른 바람개비  
Bahai Temple by Hariri pontariri Architects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바람개비 같다. 칠레 산티아고 안데스산 위에 도시를 내려다보듯 서 있는, 웅장하면서도 기이한 건축물. 전 세계에 여덟 개밖에 없는 바하이 종교 성전 중 하나다. 캐나다 건축 그룹 하리리 폰타리니는 이 성스러운 건물을 디자인하며 바하이 신앙의 핵심인 유일신에 대한 믿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애썼다. “종교 시설인 만큼 이상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적이면서도 동적이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공간. 이 건물만을 위한 새로운 건축 재료도 개발했죠.” 그가 발견한 것은 포르투갈의 에스프레모즈 채석장에서 얻은 반투명 대리석. 공예품처럼 수백 개의 대리석 조각을 일일이 손으로 조합하는 식으로 바람개비 날개를 완성했다. 호수 위로 이 성전이 비치는데,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겸허해진다. 2019년 캐나다 왕실건축협회(RAIC)는 바하이 템플을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했다.  
Add. Diagonal Las Torres 2000, Penalolen, Peñalolén, Región Metropolitana, Chile

WRITER GYE AN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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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더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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