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소녀 감성과 걸 크러시 감성이 공존하는 인테리어

여성스러운 핑크와 화사한 채광, 그리고 과감한 패턴 플레이. 수줍은 소녀 감성과 걸 크러시 같은 박력이 공존하는 이곳은 디자이너 미리암 알리아의 집이다.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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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베이스에 다양한 채도의 핑크 컬러를 조합한 거실. 자연 채광 덕분에 핑크가 한층 화사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디자인한 보태니컬 패브릭으로 뒷면을 커버링한 진분홍 암체어와 화이트 소파 옆에 놓인 표범은 공간에 강렬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참으로 묘하지 싶다. 엄밀히 따져보면 공간 전체에서 핑크색 물건은 조명과 의자 그리고 소품 등 몇몇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페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리암 알리아(Miriam Alia)의 집을 보고 나면 눈앞에 어른거리는 잔상은 핑크 그 자체니 말이다. 게다가 이 핑크의 느낌은 좀 남다르다. 공주병 아가씨 공간을 연상시키는 핑크 특유의 선입견을 벗어나 유쾌하고 발랄한 걸 크러시부터 난해한 세련미가 돋보이는 아방가르드 감성까지 불러일으킨다.  

 

 

홈 오피스 건너편 코너. 아카풀코 라운지 체어와 스푸트니크 스타일의 벽 조명 그리고 런던에서 구한 마릴린 먼로 사진을 통해 공간을 핑크 톤으로 물들였다. ‘라이브’ 네온사인 조명 덕분에 펑키한 느낌도 감돈다. 


“인생은 컬러 없이 살기에 너무 지루하고 짧지 않나요?” 
클래식한 배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홍색을 중심으로 과감한 컬러 플레이를 펼쳐 보이는 알리아는 스스로 핑크 마니아라 말한다. 특히 파스텔 톤 핑크를 선호하는 그녀는 어느 공간이든 예외 없이 이 컬러를 적용한다고. “제 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에요. 제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낙관적인 마음으로 살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핑크는 이런 의미에서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 메이커가 됩니다.” 

 

 

다이닝룸은 골드 컬러 패턴이 가미된 핑크 벽지, 노란색 포인트가 돋보이는 빈티지 카펫으로 마감한 벽과 바닥 덕분에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클래식한 느낌의 포르투갈 대리석 테이블, 꽃무늬 패브릭으로 단장한 의자, 흰색 페인트를 칠해 리폼한 앤티크 나무 수납장은 모두 미리암 알리아가 이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것이다. 

 

마드리드 북부 미라시에라((Mirasierra)에 자리한 알라이의 아파트는 네 자녀를 포함한 여섯 식구의 보금자리이자 디자이너 알리아의 ‘핑크 매직’ 연구소다. 200㎡ 면적에 침실 4개, 욕실 3개, 홈 오피스, 그리고 다이닝룸과 연결된 거실로 구성된 집은 구매부터 개조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 색깔 없는 공간과 삶을 상상할 수 없다는 신조를 지닌 알리아는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요소로 채광을 꼽는다. “컬러를 조합할 때 극적인 효과를 주는 건 조명이에요. 특히 자연 채광이 좋은 경우 발색이 극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죠.” 이사를 위해 여러 집을 둘러봤지만 아쉽게도 이상적인 채광 조건은 만나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택한 이 집에 알리아는 전문가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다소 어두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나무 바닥과 벽면을 화이트로 단장해 광도를 2배 높이고, 공간별로 벽지와 패브릭을 활용해 컬러와 패턴을 균형 있게 분배했다.    

 

 

네 자녀의 엄마인 미리암 알리아는 아이들 방에 생동감 넘치는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싱그러운 식물 패턴 벽지와 위트 있는 과일 포스터를 매치했다. 침대 프레임과 테이블 램프, 빈티지 암체어 모두 공간에 어울리는 천을 사다 씌운 것이다. 

 

“저는 전통적인 컬러 조합을 따르지 않아요. 대신 공간이 필요로 하는 것과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살펴보죠. 이 끊임없는 탐색에서 빛과 화이트를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확실한 컬러를 남기는데, 무엇보다 창의적인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하나의 섹션은 ‘미친 조합’을 위해 남겨둡니다.” 알리아는 상상 이상의 믹스 매치가 집 안에 가져올 반향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그의 집을 대표하는 공간은 홈 오피스라 할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대면하는 홈 오피스는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랍고도 파격적인 모습이다.


분홍 꽃이 만개한 화조도 벽지와 별 패턴이 타공된 화이트 패널 벽이 직각을 이루며 교차하는 공간. 여기에 청록색 지오메트릭 패턴 카펫이 가세해 현기증을 유발하는가 싶더니 나뭇잎 모양의 반짝이는 황동 플로어 스탬프가 화려함의 방점을 찍는다. 덕분에 여기서도 어김없이 사용된 알리아의 시그너처인 파스텔 톤 핑크 의자는 오히려 이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쳐주는 중성적인 컬러로 인식될 정도다. 

 

 

과감한 패턴과 컬러 조합으로 강렬한 개성을 뽐내는 홈 오피스. 기하학적 패턴을 타공한 패널을 벽에 붙여 입체감을 살렸다. 핑크 가죽 시트와 로즈 골드 프레임의 의자, 글로시한 마블 테이블은 모두 미리암 알리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다. 황동으로 만든 나뭇잎 모양의 빈티지 플로어 스탠드와 벽 조명은 공간에 화려함을 더한다.  

 

“이곳에는 제가 디자인할 때 추구하는 모든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맥락 없는 조합인 듯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알리아가 치밀하고 신중하게, 자신의 룰을 따라 계산한 디자인의 결과다. 활기찬 색상, 독특한 텍스처와 패턴을 통해 어느 한 구석도 소외되지 않게 만들고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콘으로 앤티크를 활용한다는 지론이 바로 그것. “홈 오피스는 상대적으로 빛이 덜 들어오기 때문에 한층 화려하고 입체감 있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조금만 날이 흐려도 어둡기 십상인 벽면은 사시사철 꽃이 만발하게 연출하고,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절묘한 벽면에는 그림자가 생기게끔 패턴 패널을 붙여 입체적인 텍스처를 선사했죠.” 홈 오피스에서 자체 발광을 담당하는 황동 나뭇잎 조명은 이탈리아 작가 토마소 바비(Tommaso Barbi)가 1970년대 제작한 것으로, 알리아가 인테리어 디자인할 때 빼놓지 않는 요소인 ‘앤티크’ 또는 ‘빈티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유일무이한 앤티크나 희소성이 높은 오리지널 빈티지는 개성적인 공간을 입증하는 든든한 표식과 같아요.” 그러고 보니 홈 오피스를 보는 내내 가장 호기심을 유발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나뭇잎 조명이었던 터. 정교하게 계산된 디자인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드러내는 에피소드였다. 

 

 

실제 패션 감각이 뛰어난 미리암 알리아가 자신의 집 거실과 어울리는 옷차림을 선보였다. 

 

알리아가 구사하는 또 다른 핑크 매직의 묘미가 펼쳐지는 곳은 거실이다. 바닥과 천장 모두 흰색으로 칠한 화이트 큐브 같은 거실은 ‘최소의 핑크를 이용해 최대의 핑크빛 무드’로 완성한 것이 특징. “빛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요. 특히 자연광은 컬러와 소재의 감도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알리아가 채광 조건을 고려해 쓴 전략은 이렇다. 거실에 놓을 가구와 소품 일부를 핑크 톤으로 조합하고,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분홍빛이 자연광을 통해 자연스럽게 흰 공간에 번져 나가도록 한 것.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핫 핑크 바탕에 보태니컬 패턴을 그려 넣은 패브릭으로 커버링한 의자, 3개의 조명 갓 중 한 개만 파스텔 핑크인 1960년대 빈티지 플로어 램프, 그리고 분홍 네온사인 간판과 연분홍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델의 사진 작품이 놓인 거실은 그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흰색 바탕의 핑크 터치가 그저 사랑스럽고 여성스럽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핑크 공간도 연출하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핑크란 사람들 마음에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반전 카드예요. 반짝이는 골드와 매치해 럭셔리한 느낌을, 혹은 네온 컬러로 된 팝한 디자인을 매치해 로큰롤 스타일을 표현하는 거죠.” 알리아 설명을 따라 핑크를 제외한 사물에 집중해본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을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커피 테이블 위에 놓인 골드 해골 오브제, 흰색 소파 옆에 위엄을 떨치며 앉아 있는 표범 세라믹, 그리고 흥을 돋우는 감탄사(WOW!)를 표현한 알파벳 조명. 평소 분홍색과 연관 짓기 어려운 것들이 시선에 포착된 순간 나도 모르게 짓는 웃음이란! 그리고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 것 하나. 과연 알리아의 남편은 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집에 있으면 기쁘다고 하던데요!” 남편 또한 알리아처럼 위트 넘치는 사람이 아닐까.  

 

 

마스터 베드룸은 미리암 알리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사이드 테이블과 램프를 모티프로 연출했다. 기하학 패턴으로 분할된 벽면은 사이드 테이블 표면 장식과 램프의 형태에서 비롯한 것. 벽 패턴은 가구와 램프 배치를 계산한 후 도안을 그려 넣었고 페인트로 완성했다.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주거 및 상업 공간을 디자인하는 알리아는 스페인에서 대중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아이콘이자 영향력 있는 인스타그래머로 유명하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해요. 예전에 블로그로 작업을 소개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가 내 작업을 지켜보고 평가한다는 건 흥미로운 경험이면서도 가치 있는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저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됩니다.” 알리아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 섬네일만으로도 그녀 특유의 핑크빛 하모니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작업뿐만 아니라 자료로 스크랩해둔 이미지마저 알리아의 디자인 세계로 완벽히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주시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깊이 빠져들 일이다. 


“저는 소셜미디어의 팔로어 수에 따라 제 커리어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특히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침대 맞은편은 순수한 자연미가 돋보이게 꾸몄다. 라탄 소재 의자 엠마누엘(Emmanuelle)과 기린 사진 작품의 조화가 휴양지 분위기를 선사한다. 

 

스페인 디자인계에서는 알리아의 작업을 두고 ‘규칙 없는 규칙’을 따른 인테리어 디자인이라 표현한다. 전형성을 벗어나 컬러, 패턴 그리고 소재를 자유자재로 믹스하는 과감한 실험 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덕분에 ‘언제 디자이너로 데뷔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색연필을 쥐고 컬러 매칭 놀이를 하며 흥미를 느꼈던 때부터’라 말하는 알리아의 답은 거북하거나 거만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알리아의 답변이 더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컬러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던 차 돌아온 답변은 에바 헬러가 지은 책 <색채 심리학>을 곁에 두고 읽는다는 것이다. “색깔이 감정과 이성에 작용하는 방식을 풀어놓은 책인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첫 장부터 읽습니다. 이 책은 침대 옆에도 놓여 있어요. 아!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그림을 좋아해요. 색의 생명력에 대해 사유하게끔 해주죠.” 그리고 여기에 알리아가 첨언한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주조색은 3가지로 제한하고 있어요. 속설 같지만 3은 완벽한 숫자예요. 제가 디자인한 공간이 그보다 많은 색을 썼다고 보인다면 채도를 달리한 색이 섞여 있기 때문일 거예요. 같은 색도 채도가 달라지면 채광과 조도에 의해 다른 색으로 인식되니까요.”

 

 

반짝이는 골드 터치와 블루 포인트를 통해 핑크의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살린 거실. 벽에 걸린 사진과 핑크 계열의 컬러 블록 카펫이 이룬 색상 대비가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사진은 프랑스 영화 전문 포토그래퍼 니콜라스 게랭(Nicolas Gurin)의 작품 ‘핫 리드(Hot Read)’다. 

 

다시 알리아의 인스타그램을 열어본다. 자신의 작업이 실린 잡지를 소개할 때도 분홍색 배경에 초록색 야자수 잎을 놓고 촬영해 올리고 인플루언서로서 홍보하는 제품에 대해 코멘트할 때도 ‘인생이 늘 핑크빛일 수 없다’는 센스 있는 멘트를 하며 정체성을 잃지 않는 미리암 알리아. 뉴트럴 컬러가 세련된 스타일이라 폭격에 가깝게 요동치는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를 감안하면 알리아의 확고한 개성은 더욱 빛나고 가치 있게 다가온다. 


“저는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누군가의 감각을 일깨워 삶을 즐겁게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제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행복을 느끼고 영원히 머물고 싶다는 반응을 들을 때면 에너지가 샘솟아요.” 타고난 데다 진지한 노력이 더해지는 만큼 앞으로 더 넓어질 알리아의 컬러 스펙트럼이 기대된다.  

 

 

 

 

더네이버, 공간,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리암 알리아

CREDIT

EDITOR : 이정민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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