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한 하우스와 그들의 궁합은?

펜디의 킴 존스, 프라다의 공동 디렉터 라프 시몬스, 그리고 지방시의 매튜 M. 윌리엄스까지. 오랜만에 맞이하는 파격적인 지각 변동에 패션계가 술렁이고 있다. 과연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한 하우스와 그들의 궁합은?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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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사태 속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지난여름 열린 2020 F/W 쿠튀르, 2021 S/S 남성복 컬렉션에 이어 9월부터 시작된 2021 S/S 여성복 컬렉션 소식이 마감 중인 지금도 에디터의 메일함을 계속 채우고 있다. 팬데믹 사태 초반 극심한 침체에 빠진 패션 시장은 ‘디지털’을 화두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며 다시금 본궤도에 올랐다. 오히려 쇼는 이전보다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위기 속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지금, 몇몇 하우스들은 새 파트너를 영입해 근본적인 변신을 꾀했다. 


시작은 철옹성 같던 프라다의 라프 시몬스 영입 소식이었다. 1931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프라다 가문 외 외부 디자이너의 개입이 없던 절대 무결한 영역에 라프 시몬스가 첫 발자국을 남기게 된 것이다. 공식 발표 이전부터 떠돌던 루머에 패션계는 술렁이기 시작했고, 그 흥분 속에 정작 프라다는 담담히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포트레이트 두 장과 함께 해당 루머를 공식화하는 발표를 전했다. 프라다가 라프 시몬스를 품은 방식 역시 놀라웠다. 40년 넘게 프라다를 이끌어온 미우치아 프라다와 함께 브랜드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제작을 이끄는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라프 시몬스에게 쥐여준 것이다. 라프 시몬스는 마니아층이 탄탄한 본인의 레이블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질 샌더, 디올,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다양한 라벨을 보유한 캘빈 클라인을 도맡아온 굵직한 이력에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은 디자이너다. 비록 캘빈 클라인에서는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으나, 시절 흐름 속 흐릿해졌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명성을 젊은 층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렇듯 패션 시장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디자이너를 단독도 아닌 공동 디렉터로 품은 것은 프라다로서는 안정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모두의 기대 속에 그들의 첫 공동 작업이 2020 S/S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통해 공개됐다. 다양하게 변형된 프라다의 상징적인 삼각 로고와 철저히 프라다스러운 재기 발랄한 패턴 플레이, 그리고 미우치아의 ‘최애템’ 주름 스커트의 향연이 펼쳐졌다. 날것을 정교하게 다듬어 가지고 노는 라프 시몬스의 장기와 미우치아 프라다의 고집스러운 페미닌 무드가 조화를 이뤄 두 베테랑의 노련미를 공평하게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이었다.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팬들은 SNS를 통해 이 역사적인 협업에 찬사를 보냈다. 이 정도면 꽤 성공적인 시작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력의 두 사람이 매 시즌 합을 맞춰가며 각자의 아카이브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피스들을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 선보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음 스포트라이트는 지방시로 옮겨간다. 지방시는 지난 6월, 하우스의 첫 여성 디렉터로서 3년 동안 지방시를 이끌어온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후임을 새로이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017 알릭스 9SM의 디자이너 매튜 M. 윌리엄스였다. 34세에 불과한 짧은 커리어의 젊은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이 어떻게 보면 디렉터 경력이 전무한 대니얼 리를 영입한 이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를 의식한 듯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방시는 항상 그들만의 식견으로 재능 넘치는 젊은 디렉터를 과감히 영입하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다. 27세의 알렉산더 맥퀸은 지방시에서 처음으로 하우스 디렉터를 지냈고, 12년 동안 지방시의 황금기를 이끈 리카르도 티시가 지방시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29세였다. 이런 전력을 놓고 보면 매튜 M. 윌리엄스의 영입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선임들보다도 꽤 설득력 있는 경력을 꾸려온 셈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1017 알릭스 9SM은 이미 나이키, 몽클레르 등과 같은 걸출한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성취했고, 지금의 디올맨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버클 디테일이 돋보이는 새들백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트리트 무드와 하이패션을 절묘하게 오가는 그의 스타일을 선망하는 신봉자들의 기대 속에 10월 초 그의 첫 지방시 컬렉션이 드디어 공개됐다. 그가 내놓은 컬렉션의 중심 키워드는 ‘하드웨어’였다. 이는 주얼리와 액세서리에 대한 오래된 성별 관념을 벗어나 지방시 고유의 여성상과 남성상을 교묘하게 결합하고, 동시에 본질적인 유용성과 럭셔리를 상징적으로 결합하는 장치로 컬렉션에 발현됐다. 약속과 인간의 감정, 그리고 장식성이 혼재된 유니섹스 오브제 ‘사랑의 자물쇠(The Lover’s Lock)’를 통해 그는 지방시의 첫 컬렉션을 펼쳤고 본인만의 색채와 하우스에 대한 헌신을 쏟아냈다. 그 결과 위베르 드 지방시의 우아하게 몸을 감싸는 루프 드레이프부터 오픈 백 라인, 안티고나 백과 G 체인 등 컬렉션 곳곳에 스민 선임들의 흔적과 급진적인 실루엣 및 변형이 뒤섞인 새로운 시대가 공존하는 피스들이 탄생했다. 지방시 세계에 대한 그의 심도 있는 탐험과 앞으로 그가 펼쳐낼 새로운 시대에 대한 당찬 포부가 느껴진 이번 컬렉션은 그가 이끄는 본격적인 하우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제대로 돋우는 시발점이 되었다.

 


반면 오랜 시간 동안, 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합을 맞춰온 펜디는 지난해 2월 칼이 숨을 거둔 이후 몇 시즌 동안 공석으로 비워둔 새로운 디렉터 자리의 주인공을 드디어 발표했다. 오랜 고심 끝에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현 디올맨의 디렉터 킴 존스였다. 주로 남성복을 디자인해온 그의 이력을 생각했을 때 오트 쿠튀르, 여성 레디 투 웨어 컬렉션, 그리고 퍼 컬렉션까지 보유한 거대한 볼륨의 펜디가 그를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스카우트한 것은 꽤 의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루이 비통에 이어 디올맨까지 노련하게 이끌어온 그였기에 킴 존스에 대한 LVMH의 이런 신뢰는 어느 정도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현직인 디올맨 수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펜디의 디렉터 자리를 겸임할 것이라 밝혔고, 본격적인 그의 활약은 내년 2월에 열릴 2021 F/W 밀란 패션위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루이 비통과 슈프림, 그리고 최근에는 디올과 션 스투시의 조합으로 하우스의 전통과 동시대적 감성을 과감히 뒤섞는 파격적인 협업 장인으로도 유명한 그인 만큼 펜디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조합의 컬래버레이션을 펼칠지 그의 수많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디렉터와 함께 새 시대를 맞이한 하우스들.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환영받는 패션 시장이지만 결국 실적으로 평가되는 냉혹한 현실 끝에 진정 승리의 미소를 지을 주인공은 누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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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송유정PHOTO :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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