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뉴욕의 예술적 감각이 느껴지는 컨템퍼러리 인테리어

파크 애비뉴 전망을 품은 뉴욕의 어퍼이스트사이드 아파트. 1920년대 지어진 공간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두 배로 넓고 모던하게 변신했다.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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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을 하나로 합치면서 2배로 넓어진 거실. 하트 모양의 옆 라인이 돋보이는 의자 ‘이속스(Esox)’는 프랑스 디자이너 장 피에르 라포르트(Jean Pierre Laporte)의 1972년도 제작 빈티지, 소파는 이 집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캐럴 이건, 플로어 램프 ‘오로콜로(Orocolo)’는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 디자인으로 1969년에 생산된 것이며, 소파 뒤에 놓인 조각 ‘번개(Lightning)’는 고조 다케우치(Kouzo Takeuchi) 작품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무실을 운영하는 캐럴 이건(Carol Egan)은 3년 전, 건축가 칼 뮬라이선(Carl Muehleisen)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어퍼이스트사이드의 1923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 2채를 하나로 합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뉴요커라면 누구나 선망해 마지않는 파크 애비뉴 전망을 품은 아파트를 두 배로 넓게 향유할 수 있는 집이라니! 뉴욕에서 20년간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온 바, 이처럼 의미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캐럴은 주저 없이 화답했고, 운 좋게도 건축가와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클라이언트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집은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도 전쟁 전 지어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로, 뉴욕의 오래된 랜드마크를 곁에 둔 입지와 전망이 빼어난 곳입니다.” 센트럴파크부터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미술관 등으로 이어지는 86번가에 속해 있기 때문에 뉴욕 중의 뉴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파트다. 캐럴과 건축가는 두 배로 넓어질 집이 뉴욕의 클래식한 풍광을 충분히 포용하는 점을 감안해 실내는 현대적 스타일과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공간으로 연출하기로 의기투합했다. “다행히 집주인은 우리에게 디자인과 관련한 ‘프리패스’를 발급해줬어요. 여러 가지 시안을 만들고 집주인 부부와 오랜 시간 진지한 미팅을 했지만 ‘모던 라이프를 즐기며 뉴욕의 고전미를 감상할 수 있는 집’이라는 콘셉트에 대해선 한 번도 갈등을 겪지 않았습니다.” 

 

주방과 메인 다이닝룸 사이에 마련한 서브 다이닝룸. 천장과 벽면 그리고 바닥까지 우드로 마감한 박스 형태의 공간에 붙박이 벤치와 곡선 테이블, 스툴을 매치했다. 마치 기차 속 레스토랑처럼 느껴진다. 폴리우레탄 폼으로 만든 스툴 ‘푸포(Puffo)’는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스트룸(Gruppo Strum), 펜던트 조명 ‘네잎클로버(Quadrifoglio)’는 이탈리아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 디자인이다. 

 

음악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 기업을 경영하는 아내는 그 어떤 클라이언트보다 디자인 안목이 높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도 거침이 없어, 건축가는 보다 과감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두 채의 집을 하나로 합친다면 누구나 이를 감쪽같이 속여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랄 거예요. 저 같아도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다른 집을 만들려고 애썼을 겁니다. 하지만 건축가 칼은 오히려 두 집의 접점이자 경계선이 되는 벽면의 일부를 살리거나 이를 강조하는 구조물을 만들어놓아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캐럴의 설명을 따르자면 건축가에게 두 집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건 단순히 벽을 터서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화이트 주방 가구와 대리석 아일랜드, 빌트인 시스템으로 미니멀한 스타일이 돋보이게 디자인한 주방. 두 벽면에 각각 나 있는 큰 창문 덕분에 주방은 늘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아일랜드와 짝을 이룬 하이 스툴 ‘K65’는 알바 알토(Alvar Aalto) 디자인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칼은 오래전부터 예술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건축가로서 조각 및 조경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쳐온 인물. 미국에서 대통령 자유 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은 마야 린(Maya Lin)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특정한 사물로 3차원 공간에 반복성과 연결성’을 표현하는 건축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칼의 시각은 이웃한 집을 하나로 연결함에 있어 박스 형태 구조물을 삽입, 공간과 공간의 연결점이자 통과점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집 전체에 균형과 조화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집에서 눈에 확 띄는 것은 공간과 공간 사이에 마치 나무 상자를 삽입한 듯한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 격인 브렉퍼스트룸, 주방 내 팬트리 그리고 파우더룸에 이르는 세 공간은 집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동 영역에서 사생활 영역으로 흘러가는 동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지요.” 

 

건축적 미학이 돋보이는 가구로 꾸민 다이닝룸. 테이블은 유럽 성당 구조를 모티프로 한 것으로 피에르 폴랭(Pierre Paulin), 메탈을 구부려 만든 유기적 형태의 의자 ‘시리즈1500’은 에티엔 앙리 마르탱(Etienne Henri Martin) 디자인으로 모두 1970년대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건축가의 의도는 집주인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키는 데 유효했다. 집에서도 비즈니스 미팅을 해야 하는 부부는 거실로부터 주방과 식사 공간을 분리해 격식을 차려야 할 장소와 친밀하게 지내야 할 곳을 구분하길 원했고, 건축가가 제안한 경계석 같은 우드 박스는 그 요청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되었다. “저는 공간 구분이 세련되게 반영된 곳이 거실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도면을 그린 캐럴이 꼽은 개조의 백미는 거실과 다이닝룸을 나눈 가벽이다. 나란히 붙어 있던 두 집을 합치기 위해 허문 벽 자리에 양쪽으로 동선을 확보한 후 세운 가벽은 앞뒤 공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벽난로를 품은 채 이 집의 ‘기준선’을 은유적으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럴은 이를 한층 재치 있게 표현하기 위해 카펫을 맞춤 제작했다. 가벽으로 나뉜 양쪽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 들도록 트랙 라인을 모티프로 한 카펫을 깐 것이다. “벽과 문지방 때문에 카펫을 둘로 나눠 제작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카펫의 라인은 거실과 다이닝룸을 하나로 엮는 ‘착시 효과’를 선사합니다.” 

 

모듈 소파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영역을 둘로 나눈 거실. 벽난로가 있는 벽을 중심으로 꾸민 거실은 아트워크를 돋보이게 연출했다. 이오니아 양식 기둥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커피 테이블 ‘아티카 TL(Attica TL)’은 스튜디오 65, 벽면에 걸린 맨 왼쪽의 흑백 사진은 사진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리처드 모세(Richard Mosse)의 ‘인커밍(incoming)’ 시리즈, 그 옆의 드로잉은 잭 세글릭(Jack Ceglic) 작품. 

 

건축가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면 캐럴은 공간에 색과 스타일을 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맞춤 가구를 제작하다가 10년 전 자신만의 아트 퍼니처 컬렉션을 발표해 국제 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캐럴은 아티스트의 감성과 디자이너의 감각을 발휘해 이 집을 의미 있는 컨템퍼러리 스타일로 연출하는 데 실력을 발휘한다. “건축가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개조한 공간에 걸맞게 다이내믹한 조형 작품 같은 가구를 선별해 매치하고 싶었습니다.” 캐럴은 현대적인 디자인과 1960~1970년대 발표된 조형미 남다른 프랑스와 이탈리아 미드센추리 모던 빈티지 가구를 선택했고, 당시에도 급진적이라 평가받은 과감한 디자인을 들여놓았다. 유기적인 형태와 소재의 혁신을 이끈 피에르 폴랭(Pierre Paulin)을 비롯해 에티엔 앙리 마르탱(Ettienne Henri Martin), 장 피에르 라포르트(Jean Pierre Laporte) 등 프랑스 디자이너들의 빈티지 가구, 이탈리아의 세계적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의 미래적인 조명이 이 집의 주요 컬렉션. 가구와 조명 대부분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희소성 높은 것으로 그 낯섦이 주는 참신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보아도 대담하기 짝이 없는 유기적 형태가 이미 50년 전에 탄생한 과거의 유물이라는 점은 이 집에 대한 감흥을 한껏 고취시킨다. 

 

파란색 카펫과 헤드보드로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마스터 베드룸. 천장에 달린 무라노 글라스 구형 펜던트는 지노 비스토시(Gino Vistosi)가 디자인한 1970년대 빈티지다. 

 

마스터 베드룸 내 욕실. 거울 벽면에 설치한 조명은 조 콜롬보가 프레넬 렌즈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것으로, 형태가 돋보이지 않으면서 공간에 빛이 효율적으로 퍼져 나가게 제작한 것이 특징. 

 

“집주인 부부는 이런 컬렉션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제가 이런 진지한 컨템퍼러리 디자인 ‘유산’ 사이에 ‘그리스 신전 기둥이 쓰러졌을 때’ 토막 난 기둥으로 테이블을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탄생시킨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 65의 ‘아티카(Attica)’ 테이블을 매치했죠. 나름 유머 코드를 삽입한 건데, 부부는 이 또한 높게 평가하며 흡족해하셨어요.” 디자인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조합을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캐럴은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꼽자면 망설임 없이 다이닝룸이라고 말한다. 

 

침실 내 자리한 드레스룸과 파우더룸. 옷을 정리해놓은 붙박이장과 욕실, 파우더룸 도어를 모두 같은 우드로 마감해 안정감을 주었다. 벽 앞에 놓인 ‘메자드로’ 스툴은 아킬레 카스티글리오니 디자인. 

 

“지극히 개인적인 감흥이지만, 저는 피에르 폴랭이 디자인한 ‘대성당 테이블’이 놓인 다이닝룸이 아름답게 다가와요. 성당의 건축적 구조를 가구로 풀어낸 정교한 ‘엔지니어링’의 승리는 아무리 봐도 대단한 결과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공간에 특별함을 선사할 수밖에 없지요.” 캐럴이 피에르 폴랭의 테이블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건 가구를 제작하는 작가로서 그 결과물이 얼마나 많은 시도 끝에 완성된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곡선미에 집착하는 그녀는 이를 금속과 같이 무겁고 딱딱한 소재를 사용해 그 무엇보다 가볍고 부드럽게 보일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곡선이 아닌, 꼬임과 굴곡이 공존하는 리본 끈 같은 라인으로 독특한 형태와 구조를 강조한 의자와 선반을 만들어 미묘한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캐럴의 가구 디자인은 3D 전통적인 목공 기술 그리고 금속 주조술 등을 결합해 수작업으로 마무리된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저는 기술에 관심이 높아요. 엔지니어링과 수공예의 교차점에 매료되었다고 할까요. 저를 흥분시키는 것은 기술에 따라 재료를 예상치 못한 독특한 형태로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이 집의 모든 가구 또한 50년 전 당시 이러한 생각을 지닌 디자이너들의 도전을 통해 탄생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이 집에서 유일하게 컬러풀하게 꾸민 파우더룸. 조명이 삽입된 거울은 보석 디자이너 출신인 프랑수아즈 터너 라케이드(Françoise Turner-Larcade)가 스틸로 제작한 ‘조각난(Fragmented) 거울’ 시리즈 중 하나다. 

 

디자이너로서는 꽤 의미심장한 결과를 이끌어낸 프로젝트. 어찌 보면 디자인과 예술 그리고 건축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고서는 이를 ‘생활’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공간이지 싶지만 이에 대한 집주인 가족의 적응력은 ‘본능’에 가까울 만큼 뛰어나다. 하키 선수로 활동하는 10대의 두 딸은 방과 후 팀원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 거실에 둘러앉아 노는가 하면 거실 뒤편 다이닝룸에서는 아빠와 함께 일하는 뮤지션 그룹이 함께 회의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이 집에서 매일 일어나는 상황이에요.” 남편과 아이들이 공용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 엄마는 아늑한 고요함이 돋보이는 침실을 최고로 꼽는다. 오크우드로 마감한 드레스룸이 박스처럼 삽입된 침실은 수납 고민을 말끔히 해결한 데다 파란색 카펫으로 인해 우드의 따스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레이시한 블루 헤드보드를 가진 침대는 우드와 카펫  사이를 파고들며 안정감을 이끈다. 드레스룸뿐만 아니라 침실 내 욕실도 실용성에 맞춰 단순하고 반듯하게 만들었다. 개방적이어야 할 곳과 친밀도를 높여줘야 할 곳을 균형 있게 배치하고 컨템퍼러리 디자인 가구와 아트워크로 전형성을 탈피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파트. 이 집이 뉴욕에 있다는 건 창밖 너머 펼쳐지는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가늠하기 힘든 일이다.   

WRITER LEE JUNG MIN

Architecture Carl Muehleisen Interior Design Carol E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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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Richard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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