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실로 만든 영원한 초록

돌 위에 이끼를 키우는 오수 작가는 매일 한 줌도 안 되는 실로 이끼를 만들어 단단한 돌멩이 위에 영원한 푸르름을 식재한다.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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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오선주, 영원한 초록 Eternal green, 2020

 

‘영원한 초록’이라는 제목으로 작은 돌멩이 위에 초록 실로 뜬 이끼를 처음 봤을 때 한참 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실로 촘촘히 뜬 완벽히 가짜인 이끼에 초록을 붙인 배짱이 귀여웠고, ‘간신히’ 초록인 이끼에 영원이라는 시간의 수식을 붙인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뭉클했기 때문이다.


오수 작가는 만드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포항에서 20년을 살고 도시로 와 대학에 가고 프랑스에 머물면서도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만드는 사람으로 살았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무언가를 계속 만들었다. 고향을 떠난 후로는 한 번도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고단한 생활이었지만 그 시간은 작품에 ‘노마드’라는 주제로 담겼다. 그렇게 장소를 옮기면서 작업을 하다 어느 순간 이제까지의 작업이 너무 무겁고 고단해졌다. 작업물이 쌓이다 보니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가 왔고, 23kg이라는 수하물에 맞춰 짐을 꾸리며 국경을 넘나드는 것도 힘들어졌고, 포항, 수원, 성남, 프랑스를 옮겨 다니며 정작 작업물은 어딘가에 거대하게 쌓여 있는 것이 삶의 압박이 되면서 어느 순간 모든 것에서 가벼워지고 싶어 다 정리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니팅, 뜨개질이다. 프랑스 친구에게 우연히 배운 니팅. 처음으로 공예 소재의 작업을 하게 된 것인데, 공중에서 실을 뜨는 이 작업이 노마드적인 생활에 지친 오수 작가에게 정신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이동하는 시간에도 계속 실을 떴고, 이동하는 시간이 곧 작업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면서 가느다란 실의 직조가 무엇보다 오수 작가를 가볍고 자유롭게 했다. 

 

오수, 자연패턴 Natural pattern, 2019

 

워낙 식물을 좋아했지만 공간적 한계 때문에 가짜 식물을 만드는 작업을 이어가던 오수 작가는 어느 날 돌멩이에 실로 뜬 이끼를 만들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거의 모든 순간을 구르며 살아온 오수 작가에게 돌 위의 이끼는 안식이면서 동시에 자유가 되었다. 때마침 인생 처음으로 서촌에 1년 이상 정착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고, 서촌도감이라는 공간에서 <자연감각>이라는 전시에서 도예 작업을 하는 오선주 작가와 만나며 ‘영원한 초록’이 나오게 되었다.


오선주 작가가 흙으로 빚은 가짜 돌멩이 위에 오수 작가가 초록실로 직조한 가짜 자연인 이끼가 얹히면서 영원한 초록은 먼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마드 작업이 남긴 것이 무거움이었다면, 정착하며 만난 실의 직조를 통해 오히려 초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가볍게 멀리 날아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혹시라도 공예에 깃든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애쓰는 마음이다. 제대로 된 쓰임을 고민하고 쓰임의 형태 안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으려 애쓰는 마음. 돌멩이를 그러모으고 그 위에 영원을 위한 초록을 직조하는 마음으로 돌 위에 이끼를 만드는 작가가 오수다.


내 책상 위에도 ‘영원한 초록’이 두 개나 놓여 있다. 초록이 그립고 갈증이 날 때 신기하게도 이끼 낀 돌멩이는 깊은 숨을 쉬게 만든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돌멩이와 식물의 껍데기 같은 ‘겨우’ 초록인 이끼는 이상하게도 완벽한 조합이어서 가짜임을 알면서도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깊은 숲을 만난 듯 심장 가장 먼 곳까지 푸르른 숨을 실어 보내게 한다. 

※ 글을 쓴 김은주는 ‘유리편집’이라는 이름으로 유리 작업을 하는 편집자다.

 

 

취향심향 |||
미술 평론가 박영택 교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 100여 점을 공개한다. 가야 시대 토기 잔부터 추사의 글씨, 산수화, 민화, 백자와 옹기, 민속품,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 작품 등 그동안 그에게 무한한 영감을 준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장소 이길이구 갤러리 
일시 8월 8일~22일
문의 02-6203-2015

 

Poetic Resonance
강렬한 색감과 팝아트적 요소를 사용해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 우디 론디노네, 빛의 변화 과정을 다양하게 포착하고 선(line)을 이용해 공간을 채우는 작가 남춘모 등 국내외 아티스트 6인의 그룹전. 사물과 대상을 다루는 접근법을 각 작가만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장소 아트부산
일시 8월 14일까지 
문의 051-757-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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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더네이버>편집부PHOTO : 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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