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를 품은 펜트하우스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를 품은 펜트하우스. 더는 바랄 게 없을 듯한 이 집의 최대 단점은 실내가 어둡다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디자이너는 색을 절제하고 빛을 끌어들여 기품이 돋보이는 공간을 완성했다.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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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채광과 함께 베이지 톤의 우아함을 살린 거실. 마호가니, 오크, 화이트 도장으로 완성한 3개의 육각형 커피 테이블과 짐 톰프슨 패브릭을 씌운 소파는 모두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스테야 제작, 고사리 잎 모티프의 카펫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디자인, 고전 건축 사진은 작가 파블로 헤노베스(Pablo Genovs) 작품.

 

흔하고 당연하던 것의 부재를 발견한 순간. 누군가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어떤 이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도 한다. 스페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세르헤 카스테야(Serge Castella)와 제이슨 플린(Jason Flinn)이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있는 한 클라이언트의 펜트하우스를 찾았을 때, 그들은 이 집이 디자이너로서 꼭 경험해봐야 할 흥미로운 모험이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넓은 테라스 너머 반짝이는 푸른 바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피레네산맥, 그리고 가우디의 주요 건축물과 아르누보 양식의 역사적 건물이 카탈루냐의 눈부신 햇살 아래 보석처럼 반짝이는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 “더 이상 바랄 것 없어 보이는 이 집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실내가 무척 어두웠던 터라 전망이 주는 감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요.”    

 

바르셀로나 도심 랜드마크가 긴 창을 따라 그림처럼 펼쳐지는 다이닝룸. 격조 있게 꾸민 공간은 유기적 형태의 파티션과 말 모양의 마네킹을 더해 위트 있는 분위기가 돋보인다. 

 

상업 매장에서 사용하던 말 마네킹을 분절해 마치 벽을 뚫고 나오는 듯 설치한 복도 끝 공간.   


2006년부터 함께 활동해온 디자인 듀오 카스테야와 플린은 집주인 부부로부터 리노베이션은 물론 가구와 데커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 국제 커플로 각각 금융업과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업가로 활동하는 집주인 부부는 이 집을 그들의 도심 속 휴식처이자 사업 파트너들을 초대하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로 했고, 누구나 이곳에 왔을 때 바르셀로나 전망을 만끽하면서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부부는 모든 것이 밝아 보이되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우아함이 감도는 집을 원했습니다. 다만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이니만큼 고유의 모던한 미학을 유지해주길 원했죠.” 카스테야와 플린은 이 집을 위해 ‘전면 개조’ 대신 현재의 상태에서 빛을 실내로 끌어들일 다양한 ‘트릭’을 모색했다. 아파트가 완공된 시점부터 집을 소유하고 있던 부부는 오랜 시간 이곳에 살며 느낀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집을 선택했을 때 반한 부분에 대한 애정 또한 여전했기 때문. 두 디자이너는 집 안 어디든 한계 없이 빛이 들어오도록 개방성을 유지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안정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는 카스테야와 플린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우아한 내추럴 모노크롬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서재 겸 편안한 라운지 스타일로 연출한 세컨드 리빙룸. 반원형 소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스테야가 제작한 ‘부메랑’, 원형 우드 커피 테이블은 랄프 로렌, 브라스 소재의 ‘캡슐’ 스툴은 에르베 반 데르 스트래텐(Herv van der Straeten) 디자인이다. 

 

바방문 없이 개방형으로 만든 마스터 베드룸 입구. 침실 진입부는 작은 거실로 연출하고 그 옆으로 침대를 배치했다. 마릴린 먼로 사진은 사진작가 윌리 리초(Willy Rizzo) 작품, 붉은 체리 우드로 만든 플로어 램프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디자인.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하기보다는 변신 가능한 요소를 찾아내 효율적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카스테야가 건축 및 인테리어 개조에 능하다면 플린은 주로 패브릭과 가구 등을 활용한 데커레이션에 능하다. 그리고 이 둘은 인테리어 디자인 외에 가구 제작 및 앤티크 딜러로서 인정받고 있기에 공간 파괴 없이 효율적인 변신을 구상하는 데 익숙했던 터. 두 디자이너는 구조 변경 없이 각 공간의 문을 없애고 파티션을 세우는 것으로 실내에 개방감을 더하고 빛이 공간 구석구석 퍼질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복도를 따라 일렬로 나열된 3개의 침실은 문과 벽의 일부를 터서 거실과 연결되는 효과를 주고, 긴 복도 옆으로 펼쳐지는 각 공간은 유기적인 형태의 파티션을 이용해 확실히 구분되도록 연출했다. “원칙적으로 각 공간이 독립된 기능을 하려면 벽을 세우는 게 맞지만 실내에 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려면 개방적인 구조를 취하는 게 최선이지요. 대신 저는 파티션을 시각적으로 특별함을 더하고 기능적으로 의미 있도록 디자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메인 거실에서 소파가 놓인 반대편 공간. 세컨드 리빙룸과 영역을 나누는 벽면 가운데 개방적인 선반을 설치해 장식성과 실용성을 살렸다. 육각형 커피 테이블은 모두 인테리어 디자이너 카스테야 제작, 암체어는 워런 플래트너 디자인이다. 

 

모던한 펜트하우스는 반듯한 직사각형 구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집에 들어서면 특유의 각 잡힌 구조보다는 물 흐르듯 유려한 부드러움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화가의 둥근 팔레트처럼 생긴 오크 우드 파티션이다. “이 파티션은 카스테야의 대담한 디자인 미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입니다.” 유기적 형태의 파티션은 말 그대로 공간을 나누는 동시에 집 안에 독보적인 조형미를 부여한다. 기능에 충실한 조각품이랄까. 각 공간을 복도와 구분하고 공간과 공간을 물 흐르듯 이동할 수 있게 동선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빛 또한 파티션의 유기적 형태와 타공을 통해 복도 끝 벽면까지 부드럽게 전달한다. “파티션 형태는 생각보다 과감하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엉뚱하게 보이지도 않죠. 그렇다고 평범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공간을 밝게 만들겠다는 인테리어 디자인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게 해준, 스마트한 디자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카스테야의 파티션 솔루션을 두고 집주인보다 더 감동한 사람은 동료인 플린이다. 집의 채광과 동선 정리를 카스테야가 담당했다면, 공간의 세부적인 색감과 스타일 연출은 플린의 몫. 유기적인 오크 우드 파티션은 그 자체로 집 안에 현대적인 감성을 퍼뜨렸고, 플린은 여기에 차분한 우드, 화이트, 베이지 톤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대의 디자인을 조합해 우아함과 안락함을 표현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런 내추럴한 모노크롬 컬러는 카스테야와 플린, 두 사람의 별장에도 적용할 만큼 시그너처 스타일이라 난제는 아니었다. 

 

베이지와 우드 톤으로 편안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연출한 침실. 침대 양옆에 놓인, 우드 패널 서랍이 독특한 코모드는 조 폰티, 그 위에 놓인 램프는 로베르토 줄리오 리다(Roberto Giulio Rida) 디자인, 둥근 오토만과 침대 쿠션은 루벨리 패브릭으로 제작했다. 

 

“집주인 부부의 가보를 집 안에 어울리게 매치하는 것이 유일한 조건일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계획했던 색감과 어우러질 뿐 아니라 독보적인 개성을 지녔기에 오히려 집 꾸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합니다.” 

 

디자이너 조 폰티가 1940~50년대 디자인한 빈티지 암체어와 커피 테이블 세트로 꾸민 침실 창가 코너. 


플린은 이 집의 데커레이션 키워드는 앤티크와 아트 컬렉션이라 말한다. 세계를 돌며 다양한 앤티크, 아트 컬렉션을 보유한 집주인은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은 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덕분에 이 공간에 있는 컬렉션과 가보는 디자이너와 집주인 간에 ‘합의’를 통해 특별 선별된 것이라 존재 이유가 뚜렷하고, 그만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거실에 놓인 밝은 색상의 거대한 토르소 석상, 고대 건축물을 규모 있게 담아낸 흑백 사진, 그리고 밝은 다이닝룸에 위엄을 더하는 고전적인 초상화 등은 각기 다른 시대 탄생한 유물과 예술 작품이지만, 고요한 모노크롬 공간 안에서 파격과 격조를 더하는 요소로 눈길을 사로잡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세심한 미적 계산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설치 미술’은 다름 아닌 검은색 말 조형물이다. “정확히 말하면 상업 공간에 있던 마네킹을, 카스테야가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거라고 구매해서 창고에 두었는데, 이 집에서 의외로 멋진 설치 미술로 환생할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플린은 같이 일하는 자신의 동료가 이런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말한다. 특히 이 재치 있는 연출은 오리지널 아트 컬렉션을 추구하는 집주인 부부조차 최고로 꼽는 컬렉션이자, 실제 많은 이들이 작가를 궁금해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 집을 개조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앤티크 딜러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세르헤 카스테야와 제이슨 플린.  

 

디자이너 카스테야는 스페인 출신으로 파리에서 오랜 시간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학교보다는 앤티크 숍, 벼룩시장,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내던 시간이 더 길었다고 한다. “스스로 끌리는 것에 진심으로 다가가다 보니 진정 원하는 일을 찾은 셈이죠.” 카스테야는 프랑스에서 쌓은 미적 감각과 앤티크 딜러로서 가능성을 품고 스페인에 돌아와 영역을 넓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20년 세월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디자인 애호가 같은 자유로움과 상상력으로 늘 새로운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샘솟아요.”

 

집주인 부부는 욕실과 드레스룸이 한 공간에 있길 원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욕실과 드레스룸 사이에 쿠션이 있는 대리석 벤치를 놓아 양쪽에서 편히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벤치 한쪽 끝에 놓은 조각은 헨리 무어 작품이다.  

 

전공한 패션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게 된 앤티크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편견이 없기에 창작의 자유를 갖게 되었다는 그는 이 펜트하우스에 자신의 진심이 담겨 있다 말한다. “집주인에게 백지 위임장을 받은 순간부터 이곳은 이미 밝고 화사한 빛이 든 공간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WRITER LEE JUNG MIN Stylist Patricia Ketel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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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Manolo Y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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