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컬러로 꾸며진 유니크 하우스

글로벌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존 뎀지의 집에서 ‘다다익선’이야말로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컬러와 패턴, 그림과 사진이 만화경처럼 펼쳐지는 공간으로의 초대.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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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 인테리어 디자이너 데이비드 힉스가 디자인한 카펫이 깔린 거실. 뎀지는 카펫 패턴에 사용된 블루 컬러를 전체 테마로 연출, 같은 색감의 아트워크와 소품으로 공간을 장식했다. 

 

여기는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브라운 스톤으로 마감한 외관, 폭이 좁고 세로로 긴 창문, 그리고 검은색 대문이 자리한 19세기 저층 건물이 일렬로 늘어선 이곳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집 한 채가 있다. 이웃한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이지만 파랗게 칠한 대문 하나로 남다른 존재감이 돋보이는 곳. 집주인 존 뎀지(John Demsey)의 안내로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에서 느낀 막연한 특별함이 허상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6층으로 구성된 실내는 층마다 생기 발랄한 컬러와 패턴이 폭발하듯 피어나고, 벽면 가득 붙어 있는 팝아트와 사진 작품이 고풍스러운 가문의 유산과 충돌하는가 하면 지오메트릭 패턴과 들꽃 문양처럼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저는 이렇게 잘 정리된 ‘카오스’ 속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집 인테리어는 저만의 질서 코드로 정리한 결과예요. 저는 옛 할리우드 데커레이터이자 주얼리, 필름 영화 세트 디자이너인 토니 듀켓(Tony Duquette)의 ‘다다익선(More is More)’ 정신을 따르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느끼는 뎀지는 뷰티 업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인물. 세계적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 그룹의 총괄 사장으로 맥, 톰 포드 뷰티, 르 라보, 조 말론 등이 그의 책임하에 성공을 거둔 대표 브랜드다. 

 

6개 층으로 이뤄진 집에서 거실은 2층에 자리한다. 흑백 사진 작품이 걸린 벽면 앞 블루 벨벳 소파는 뎀지가 즐겨 앉는 자리다. 

 

벽난로 앞 바닥에 놓인 세라믹 영양 조각품은 뎀지 가문에서 물려받은 것이고, 벽난로 위의 블루 고릴라 조각품은 리처드 오를린스키 (Richard Orlinski) 작품이다. 강아지 조형물은 프라다, 노란색 링을 쌓아 올린 토템 조각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작품. 레오퍼드 패턴의 암체어에 놓인 쿠션은 구찌 홈 컬렉션. 

 

존 뎀지의 집은 뉴욕의 역사적인 랜드마크로 알려진 트레드웰 팜 지구에 있다. 19세기 중후반 건축 양식에 일반적으로 4~6층 규모로 계획해 지은 브라운스톤 건물이 모여 있는 트레드웰 팜은 1967년 ‘뉴욕 시티 랜드마크 보존위원회’로부터 보존 지구로 지정될 만큼 고전적인 특색을 지녔다. 무엇보다 각 집마다 독립적으로 뒤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뉴욕의 마천루를 이루는 아파트와는 완전히 다른 주거 양식이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 살다 보면 런던이 아닌가 착각이 들기도 해요.” 뎀지는 지금의 집을 구하기 전, 이 지역에서 10년 넘게 지냈다. 평화로운 분위기, 주민들의 진정한 공동체 의식처럼 삶에 안정을 주는 것이 없기 때문.  

 

주방 맞은편에 자리한 다이닝룸. 브라운 톤 베이스에 옐로와 골드가 돋보이는 아트워크와 소품이 포인트가 되도록 연출했다. 식탁은 사리넨, 의자는 워런 플래트너 디자인으로 놀(Knoll), 조명은 아파라투스 제품이다. 시선을 잡아 끄는, 토스트를 든 여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사진가 마일스 앨드리지(Miles Aldridge) 작품이다. 

 

영화 <젊은이의 양지>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Montgomery Clift) 소유의 집을 렌트해 살던 그는 집을 구하기로 결심한 지 9개월 만에 이웃에 매물로 나온 집과 인연을 맺었다. 기존에 살던 집과 비슷한 구조라 개조 포인트를 잘 알고 있던 그는 곧바로 수리에 착수했다. “집을 다시 짓는 수준으로 고쳤어요. 특히 주방, 세탁실, 욕실 그리고 드레스룸 등 실용적인 공간은 제 행동 패턴에 맞게 디자인했지요.” 

 

에스티 로더 그룹 총괄 사장인 존 뎀지.


뎀지의 스타일과 취향은 직업적인 특성상 필연적으로 패션, 음악, 예술, 영화 그리고 저항적인 신생 문화가 형성하는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없다. 그가 성공시킨 메이크업 브랜드 맥이 패션, 영화, 팝 등 예술적 매개체로서뿐만 아니라 에이즈 펀드와 같은 사회 공헌 사업을 전개하며 영향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다방면에 걸친 뎀지의 관심사가 하나로 융합된 결과인 것. 이는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저는 컬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뎀지는 집에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 대담한 컬러 팔레트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거실 색상을 구상할 때 천장 석고 장식에 베이비 블루 컬러가 묻어 있는 걸 발견했죠. 그리고 옆에 있던 친구의 부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뮤즈로 알려진 모델 수잔 폰 아이힝거(Suzanne von Aichinger)는 터키 블루, 머스터드, 레드 그리고 화이트가 조화를 이룬 크리스티앙 루부탱 스웨이드 부츠를 신고 있었던 터. 그녀의 부츠를 보고, 다시 천장을 쳐다본 뎀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바로 이 색상이야!” 

 

오랜 시간 수집한 사진 작품을 노란색 벽면 위에 빼곡히 전시해놓은 주방 옆 복도 공간. 영화 제작자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이탈리아 가구 디자이너 윌리 리초(Willy Rizzo)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미지가 담긴 ‘존재의 가벼움’은 크리스 레빈(Chris Levine)이 제작했다. 

 

미국의 전설적 디자이너 데이비드 힉스(David Hicks)의 블루와 기하학적인 패턴을 키워드로 잡은 뎀지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비비 모나한(Bibi Monnahan)에게 도움을 청했다. 모나한은 단골 카펫 디자인 숍에서 블루 컬러가 가미된 데이비드 힉스의 지그재그 패턴 카펫을 찾았고, 이를 거실 사이즈에 맞게 주문 제작했다. “말 그대로 이 집의 변신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갔다고 보면 됩니다.” 카펫 패턴 속에 존재하는 색깔은 어느 곳에서는 옐로, 이브클랭 블루 그리고 블랙 등으로 조화로운 화음을 이루는가 하면, 다른 공간에서는 오렌지, 레드, 블루 등 강렬한 컬러가 대격변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무질서 같은 컬러 조합 안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모든 곳에는 레드 터치가 빠지지 않는다. 화병, 러그, 아트 피스 등 빨강을 품은 다양한 소품은 그의 집에서뿐만 아니라 회사 사무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도적으로 짝을 맞춰 연출하지는 않아요. 빨강은 그저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존재할 뿐이니까요.” 

 

 

마스터 베드룸, 라운지, 그리고 트레이닝룸으로 구성된 최상층 공간은 빨강을 주인공으로 한가운데 블랙&화이트를 조화시켜 모던하고 경쾌한 느낌이 감돈다. 라운지 벽면에 걸린 앤디 워홀의 초상과 팝아트 작품 등은 모두 뎀지의 오래된 컬렉션이다. 레드 소파는 B&B 이탈리아, 쿠션은 구찌 홈 컬렉션. 

 

테라스를 확장해 마련한 서재 입구. 레드와 블랙&화이트 컬러 콘셉트가 담긴 포르나세티 카펫을 깔아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톤다운된 레드, 절제된 애니멀 패턴 그리고 입술과 눈을 모티프로 한 세련된 아트워크를 통해 위트 있는 관능미로 완성한 마스터 베드룸. 침대 헤드보드는 슈마허 패브릭으로 제작한 것이고, 블랙 테두리의 화이트 베딩은 프레테 제품. 눈 모양의 황동 거울은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가로스테(lisabeth Garouste), 입술 사진은 미국 사진작가 렌 프린스 (Len Prince) 작품이다.

 

취향과 역사를 끌어안은 개조
뎀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모나한과 건축가 조셉 코르나치아(Joseph Cornacchia)와 함께 17개월 동안 직접 집을 고쳐 나갔다. 뒤뜰과 마주한 집의 후면은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으로, 골조만 남기고 다 뜯어낸 후 1층부터 2층까지 통유리로 마감해 개방감을 살렸다. 폭이 좁고 긴 형태의 실내는 조잡하게 느껴지는 장식과 잘게 나뉜 방을 털어내 확장 효과를 높였다. 뎀지는 11세 딸을 위해 놀이방을 만들고, 옷과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드라이클리너 스타일의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클로짓 룸도 마련했다. 6층 집은 각 층마다 명확한 테마로 구성한 덕분에 40명의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가장 뿌듯한 건 이곳이 하루 일과의 끝,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집이라는 점이에요” 

 

집주인이 가장 공들여 개조한 리빙룸 테라스 확장부. 천장에서부터 라운딩되어 떨어지는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밀림 속 야생 동물 이미지가 담긴 영국의 명품 드고네 벽지로 제작한 스크린, 식물 패턴의 패브릭 암체어,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을 닮은 화병 등의 조화 덕분에 온실같이 느껴진다. 유기적 형태의 화이트 테이블은 로버트 쿠오(Robert Kuo), 테이블 위의 골드 몬스터 함은 더 하스 브라더스(The Haas Brothers), 그 옆 빨간 돌기의 화병은 프랑스 아티스트 베로니크 리베말레(Vronique Rivemale) 작품이다. 

 

레드 콘셉트에 맞춰 꾸민 파우더룸. 세면대 위 빨강 조형물은 조각가 제드 노밧(Jedd Novatt) 작품.

 

뎀지의 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인테리어가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소파는 뎀지의 취향의 역사를 대변한다. 이탈리아 사진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윌리 리초(Willy Rizzo)가 만든 모듈 소파는 1960년대 발표 당시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디자인. 하지만 ‘힙’한 그의 부모님은 <티파니에서 아침을> 쓴 작가 트루먼 커포터의 여자친구로 유명한 배우 게스트(C.Z. Guest)가 이 소파를 소장한 것을 알았고, 1970년대 그녀에게서  소파를 구입했다. 뎀지는 원래 브라운 스웨이드 가죽으로 되어 있던 소파를 블루 벨벳으로 옷을 입히고 초현실적인 느낌의 포르나세티, 힙한 구찌 홈 컬렉션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발견한 건축가 겸 디자이너 빈센초 데 코티스(Vincenzo De Cotiis)의 황동 커피 테이블과 매치해 세련된 스타일로 연출했다.

 

뉴욕에서 보기 드문 저층 단독 주택이 모인 지역에 자리한 뎀지의 집은 메인 출입구를 푸른색으로 단장해 더욱 눈에 띈다. 


뎀지의 집에는 벽면 가득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고 각 공간 코너마다 조각 작품과 소품이 그득하다. 데비이드 베일리, 장 폴 구드, 스티븐 클라인, 데이비드 라샤펠 등의 엄청난 사진 컬렉션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9주에 걸쳐 5개 층에 설치했다. 게스트룸이 있는 4층에는 1970년대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아티스트로 활동한 화가인 어머니가 그린 작품을 전시해놨다. “집은 제 직업과 개인 생활, 여행, 사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세라믹과 조형 작품 컬렉션의 총집합이에요.”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부모님 덕분에 일찍이 디자인에 눈을 떴다 말한다. “뉴욕, LA, 마이애미, 몬테카를로, 일본과 같은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여주셨죠.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새로운 것에서 영감을 얻으려 하는 성향을 갖게 해줬어요.” 

 

파우더룸 입구. 벽면에 걸린 드로잉 작품은 도널드 로버트슨(Donald Robertson), 코너에 놓인 로봇 조형물은 미아 폰사그리브스 솔로(Mia Fonssagrives Solow) 작품이다. 


뷰티 브랜드 경영자로 살아온 지 30년, 뎀지는 뷰티와 인테리어 디자인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 자신을 위해 최상의 환경을 만든다는 건 우리의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개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입주해 산 지 햇수로 2년째. 그는 이제야 고양이 3마리, 강아지 8마리 그리고 딸과 함께 정원에서 다이닝룸을 오르내리며 놀고 웃는 생활에 완벽 적응했다고. “집은 내게 가장 행복한 장소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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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Bndicte Drum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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