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새로운 뷰티 쇼핑 패러다임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서 벗어나 즐기고 경험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접근하기를 권하는 화장품 쇼핑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하여.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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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세대
다운로드 시대는 끝났다. 이제 대세는 스트리밍. 좋아하는 음원을 다운로드해 저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음악을 그때그때 리스트에 추가해 듣는 쉽고 간편한 스트리밍 라이프가 시작됐다. 비단 음악을 듣는 방식에만 국한된 변화는 아니다. 음악,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물건을 구입하고 집을 마련하는 일까지 해당해 현대인의 삶 자체가 바뀌는 추세다. “Z세대는 평생 17개의 직장과 5개의 직업, 15번의 거주지를 갖는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0> 속 문구는 스트리밍 방식이 인생에 이미 안착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1990년대에 태어나서 스마트폰과 SNS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일컫는 Z세대. 지금의 2030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게 된다고 한다. 넘쳐나는 욕구를 채우기에 통장 잔고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에 적은 돈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의 고민 속에서 탄생한 삶의 새로운 방식, 그것이 바로 스트리밍이라는 분석이다.

 

 


그렇게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 크게 변했다. 물건에 대한 정보를 찾고, 물건을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는 단순한 방식의 쇼핑은 이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형화된 쇼핑 방식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물건을 대여해 사용하고, 매달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각종 책이나 잡지, 신문을 구독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크게 유행한 ‘한 달 살기’ 트렌드는 스트리밍 세대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다. 제주도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으로 삶의 터전을 바꿔 살아보는 것은 스트리밍 세대가 지닌 가치관을 여실히 드러낸다. 에어비앤비의 성장이 있었고, 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활약이 없었다면 타지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거주 공간을 스트리밍하는 것 외에 자동차 렌털 서비스를 이용해 구입이 불가능한 수준의 럭셔리 차를 타보기도 하고, 의상 구독 서비스를 통해 명품 의상을 마치 자기 옷처럼 입고 생활하는 등 말 그대로 스트리밍 라이프가 일상화한 세상이 펼쳐졌다. 정착하지 않고 유목하는 노마드 라이프를 실천하는 그들이 상품이나 서비스, 공간, 그리고 경험 등을 소유하는 데에서 스트리밍하는 삶으로 이행하는 데는 IT 기술의 발전이 한몫했다. 상품과 서비스가 한 번의 구매로 끝나지 않고 스트리밍되는 세상, 이제 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할 물건을 잘 만드는 것뿐 아니라 구매로 가는 여정, 그 자체의 즐거움까지 제공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놀러 가는 스토어
고객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하는 공간, 매장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누구든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브랜드의 제품을 즐기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스트리밍 시대에 부응해 오프라인 공간인 브랜드 매장은 기업의 효율적인 마케팅 장소이면서도 판매 목적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일종의 놀이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 지역에 문을 연 ‘삼성 킹스크로스’는 디지털 놀이터로 꾸며졌다. 패션부터 요리,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IT 제품과 서비스가 융합된 마케팅 활동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커브드 LED 스크린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스프레이 캔처럼 사용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체험을 제공하고, 아트 클래스와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진행된다. 맨해튼의 미트패킹 지역에 위치한 ‘삼성 837센터’는 고객 체험 공간을 콘셉트로 건물 자체가 공공에 활짝 열려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최신 IT 기기를 체험하거나 제품의 수리를 맡길 수도 있다. 카메라 월 앞에서 찍은 사진이 전면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떠오르고, 한쪽 공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매일 저녁 열리는 콘서트 역시 무료로 공개해 관람을 원한다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하이라이트는 방문객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등록하면 자신이 그간 올린 게시물이 터널 안에 펼쳐져 SNS 속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소셜 갤럭시’ 공간이다. 이곳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판매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롯이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자체의 철학과 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 브랜드 시몬스는 국내에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브랜드의 100년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브랜드 뮤지엄’, 헤리티지 앨리를 비롯해 매트리스 속 내장재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매트리스 랩’, 브랜드 쇼룸인 호텔과 카페, 포토 스폿과 전시 공간, 그리고 가든까지 다채로운 공간으로 고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시즌에 따라 달라지는 매장 분위기 덕에 사계절 내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외에 뷰티 브랜드에서도 가볍게 놀러 가기 좋은 매장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세포라다. 국내에 처음 문을 연 코엑스 매장 외에 최근 오픈한 잠실 매장 역시 다채로운 서비스로 가득하다.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존’을 시작으로 스킨케어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세면대까지 구비해놓은 ‘스킨케어 싱크 존’까지 다양한 제품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한남동에 자리한 사운즈 한남 지하 1층에는 다이슨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다이슨 팝업 뷰티 랩’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이슨의 전 제품과 그 안에 담긴 다이슨만의 독보적인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와 스타일링 기기를 이용해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헤어스타일링 서비스도 제공하며, 구입한 제품 패키지에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는 인그레이빙 서비스도 진행한다. 특히 다이슨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영국의 핸드메이드 뷰티 브랜드 러쉬는 향수와 문학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퍼퓸 라이브러리’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러쉬 명동역 매장 내에 위치한 퍼퓸 라이브러리는 향수와  관련된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는 동시에 판매도 한다. 러쉬 향수에 직접 영감을 준 도서부터 향수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담은 도서까지, 총 16종류의 도서를 소개하고, 오픈을 기념해 출시한 퍼퓸 라이브러리 라인의 향수 30가지도 만날 수 있다. 러쉬와 함께 명동에 위치한 AHC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과거와 미래의 뷰티가 공존하는 콘셉트로 꾸며 색다른데,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스폿이 곳곳에 있으며, 피부 진단과 그에 따른 제품 추천까지 받을 수 있어 부담 없이 들르기에 좋은 공간이다. 

 


자동차 정비소였던 건물을 개조하여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 ‘아모레성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뷰티 그룹,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1층부터 3층, 그리고 루프톱까지 이어지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30여 개 브랜드, 2300여 개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체험해볼 수 있게 꾸몄다. 각종 클래스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는 일종의 뷰티 멀티플렉스인 이곳은 입장할 때, 웹으로 간단히 체크인을 하면 다양한 할인권과 교환권도 얻을 수 있는데, 이때 얻은 미니어처 교환권은 1층 한쪽에 마련된 성수마켓에서 총 5가지 미니어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2층에는 오설록카페 아모레성수점이 입점해 있어서, 오설록 할인권으로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이 외에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식물과 흙, 자갈로 꾸민 성수가든, 아모레퍼시픽의 모든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뷰티 라이브러리 등 보고 듣고 먹고, 즐길 거리가 온 공간에 가득하다. 나열하기만 해도 숨이 찰 만큼 많은 브랜드에서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서 체험을 위한 복합적인 공간으로 매장을 변신시키고 있다. 스트리밍 라이프가 브랜드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소비 말고 공유
브랜드의 움직임은 한정된 매장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다. 판매가 아닌 대여 사업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 시작은 앞서 언급한 에어비앤비와 같은 집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다. 우선 집을 빌려 생활하게 되면, 그 안에 들어가는 가구까지도 대여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에서는 이미 가구 렌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가볍게 살기(Living Lighter)’를 목표로 하는 종합 렌털 브랜드인 ‘옴니(Omni)’에서는 테이블이나 의자와 같은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예약하고 하루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면 대여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개별 아이템뿐 아니라 공간별, 혹은 스타일별로 구성해놓은 가구 컬렉션을 통째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 가구업계의 공룡인 이케아 역시 가구 렌털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니 브랜드에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뷰티 브랜드에서는 대여 서비스를 적용하기에 그나마 쉬운 뷰티 디바이스부터 그 움직임이 감지됐다. 원적외선 마스크 보미라이는 렌털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묘미’를 통해 2주 체험 렌털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셀리턴에서는 아예 카드 회사와 손잡고 렌털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전용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생 브랜드의 경우 일종의 체험 마케팅 수단으로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여 서비스를 시작으로 중고 마켓에도 뷰티 카테고리 규모가 커지고 있다. 국내 중고 시장은 이미 2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해졌다. 생활 소품부터 패션 아이템까지 거래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화장품은 중고 거래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사용한 화장품에 대한 불결한 이미지, 정확한 정보를 게재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의심스러운 제품 등 화장품의 중고 거래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위생. 그렇기 때문에 스킨케어나 메이크업 제품보다는 뷰티 디바이스에 한해 중고 거래가 이뤄졌다. 해외 중고 마켓의 경우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에는 ‘새것’이라는 태그를 달아 거래를 유도하고, FDA의 권고에 맞춰 가능한 한 새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5년 등장한 글로벌 뷰티 전문 중고 판매 사이트인 ‘글램봇(glambot.com)’의 경우에는 자체적인 클리닝 시스템을 도입해 뷰티 중고 마켓이라는 블루오션을 선점했다. 판매자에게서 제품을 구입한 뒤 제품 종류에 맞춘 방식으로 소독과 보완 과정을 거쳐 상품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형식이다. 열처리와 알코올 소독은 필수 코스며, 프레스드 파우더나 아이섀도와 같은 제품은 에어건을 사용해 미세먼지와 불순물을 털어낸다. 립스틱은 사용감이 있는 윗부분을 잘라낸 뒤 단면을 매끈하게 다듬어준다. 하지만 애플리케이터가 직접 피부에 닿는 마스카라, 립글로스, 틴트 같은 제품은 다루지 않는 것이 글램봇의 철칙이다. 렌털 서비스부터 중고 마켓까지 화장품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이처럼 다양한데, 제품을 구입할 때 오랜 시간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화장품을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전부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때다. 보다 다양한 경험을 선사해줄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을 따라보자.    

 

 

 

 

 

더네이버, 뷰티 스토어, 화장품 쇼핑

 

CREDIT

EDITOR : 김주혜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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