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상하이 아트의 새로운 발견

매년 11월 두 개의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중국 상하이. 최근 퐁피두 센터 상하이가 개관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아트바젤이 VIP 투어를 진행하고 소더비가 앤디 워홀과 바스키아 2인전을 여는 등 세계 아트의 가장 뜨거운 도시. 미술 애호가라면 반드시 여기 상하이 갤러리와 작품을 짚어봐야 한다.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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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이불의 ‘무제’ 2002-2004

 

 제임스 터렐의 ‘시티 오브 라이트’ 2019 

 

앤절라 불럭의 작품 

 

누구든 상하이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듯한 매력에 빠질 것이다. 1차 아편 전쟁으로 체결된 난징 조약으로 개항한 5개 도시 중 하나인 상하이는 개항 후 빠르게 근대화를 이룬 곳이다. 덕분에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서구 미술계와 교류를 시작해 중국 미술의 성장을 주도한 도시가 되었다.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 수년간 미술관과 옥션, 갤러리 등 미술 기관과 적극 협력해 상하이를 차세대 글로벌 아트 마켓으로 이끌어왔다. 홍콩이 소더비와 크리스티라는 양대 경매 회사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글로벌 갤러리를 끌어들이자 상하이는 슈퍼 컬렉터와 정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미술관과 미술 관계자들을 모았다. 그 결과 대규모 공장을 개조한 상하이 파워스테이션 오브 아트를 필두로 웨스트번드에 페로탱 등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줄지어 문을 여는 성과를 거둔다. 또 매년 11월 초 상하이 아트위크 기간에 열리는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 아트페어’와 ‘아트O21 컨템퍼러리 아트페어’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다. 최근에는 전 세계 2위의 소장품 규모를 자랑하는 퐁피두 센터가 유럽 외 첫 아시아 분관으로 상하이 웨스트번드 뮤지엄을 선택해 다시 한번 국제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되었다. 퐁피두 센터 상하이의 개관식에는 중국수입박람회를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방중한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전 세계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에서 열린 소더비의 <레전드: 워홀/바스키아> 전시 

 

아트 O21 상하이 컨템퍼러리 아트페어가 열린 상하이 전시 센터. 

 

떠오르는 상하이의 아시아 아트 허브, 웨스트번드
아시아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떠올라 주요 미술관이 집중된  웨스트번드 지역은 역사적으로 교통·물류·생산의 중심지였다. 2008년 상하이 세계 엑스포 개막과 동시에 ‘황푸강 종합개발계획’을 시행하면서 상하이시 정부가 황푸강 서쪽 11km에 달하는 낙후된 공장 지대를 문화예술특구로 지정하고 웨스트번드 그룹과 함께 하나둘 미술관으로 탈바꿈해왔다. 

 

 

퐁피두 센터 상하이 전시장. 

 

그 결실이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열리는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아트페어(Westbund Art&Design Art Fair)’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컬렉터들을 배후에 두고 웨스트번드 측이 엄선해 초청한 세계 유수의 갤러리만으로 구성된 부티크 페어다. 2014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지난해 6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20세기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을 망라한 18개국 800여 작가, 3000여 점의 회화, 조각, 미디어 아트,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했다. 최근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한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소개하는 베를린 대표 갤러리 에스터 시퍼(Esther Schipper)를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 화랑이 참가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페로탱 갤러리의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2019년은 특히 상하이 미술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은 듯, 아트 바젤이 처음으로 VIP 투어를 제공했다. 홍콩에 아시아 지점을 둔 세계적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 역시 아트페어에서 1980년대 뉴욕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과 그라피티 아트의 대표 주자 장 미셸 바스키아를 소환해 ‘레전드’를 주제로 남다른 관계를 유지한 두 거장을 조명하는 2인전을 열었다.

 

 

에스터 시퍼 갤러리의 토마스 사라세노 작품. 

 

퐁피두 센터 상하이 건축물 내부.  

 

웨스트번드를 벗어나 난징동루로 향하면 아름다운 외관의 상하이 컨벤션 센터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아트O21 상하이 컨템퍼러리 아트페어(ArtO21 Shanghai Contemporary Art Fair)’가 열린다. 1만 제곱미터 공간에 중국 로컬 갤러리와 젊은 작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한다. 패션 업계 출신 컬렉터 켈리 잉(Kelly Ying) 등 젊은 컬렉터들이 주축이 된 전시와 아티스트와 협업한 디올 레이디 아트 (Dior Lady Art)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알렉스 카츠, 샤론, 2011,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퐁피두 센터 상하이의 상륙
상하이 아트위크의 진정한 매력은 두 아트페어 외에 매년 열리는 유명 미술관들의 대형 전시다. 중국 국영 개발 회사인 웨스트번드 그룹은 30억 달러(한화 약 3조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규모 뮤지엄 마일을 형성하고자 했는데, 웨스트번드 뮤지엄에 퐁피두 센터 분점이 건립되면서 결과적으로 황푸강 서안에 총 4개의 대형 미술관이 자리 잡게 됐다. 석유 비축 창고를 개조한 미술관 공간으로 상하이 슈퍼 컬렉터는 물론 전 세계 미술인의 관심을 받는 메가급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하는 탱크(Tank), 슈퍼 컬렉터의 유즈 미술관(Yuz Museum), 롱 미술관(Long Museum)이 모두 한 지역에 위치하게 되었다.  

 

근대 및 현대미술의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한 파리 3대 미술관이자 전방위적 복합문화공간인 프랑스 퐁피두 센터의 아시아 분점은 2만2000제곱미터 규모의 유리 건물로 웨스트번드 미술관에 오픈했다. 국내에서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설계로 유명한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디자인했다. 루브르 박물관과 아랍에미리트의 만남에 이은 역대급 문화 교류인 퐁피두 센터 상하이 프로젝트는 매년 275만 유로(한화로 약 35억) 지원에 대한 대가로 퐁피두 센터의 콘텐츠를 5년간 대여해 20여 회 전시를 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기가 높은 소장 작품을 상하이로 대여하며 복잡했던 보험 및 행정 절차를 간략하게 매만진다는 장점이 있다. 퐁피두 상하이는 프랑스 파리 방문 때 미술관에 들르지 못하고 돌아가는 중국인을 타깃으로 미술관은 상하이 시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상하이 미술관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 훈련 등 업무협약 이상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서양식 저택 롱 자이에서 진행된 프라다 전시. 

 

개막작으로 열린 전시 <The Shape of Time>(2021년 5월 9일까지)은 현대미술을 망라하는 퐁피두 소장품으로 구성해 1970년대를 기준으로 서양 근대미술사를 엿볼 수 있다. 피카소, 칸딘스키, 후안 미로는 물론 게르하르트 리히터, 요세프 보이스, 차이 구어 치앙 등 서양 미술사의 계보를 훑을 수 있는 폭넓은 내용으로 준비되었다. 전시에는 이우환, 이응노 등 한국 주요 작가의 소장품 역시 포함되어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해 상반기에 진행된 프라다 롱자이의 <What Was I?>. 

 

상하이 슈퍼 컬렉터의 프라이빗 뮤지엄
작년에 호평을 받은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를 개최한 롱 미술관은 2012년 상하이의 슈퍼 컬렉터인 류이첸과 그의 아내 왕웨이가 설립한 대표적인 개인 미술관이다. 규모도 대단하지만 석탄 운반을 하던 다리를 그대로 살린 건축물이 압권이다. 최근 아트 페어에서는  중국 작가의 세계 미술 시장 편입을 염두에 둔 듯 현대미술 작가 저우춘야의 작품을 선보였다. 


가까이에는 중국계 인도네시아 기업가로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로 저명한 부디텍이 설립한 유즈 재단에서 운영 중인 유즈 미술관이 있다. 작년에 브랜드 구찌의 후원으로 퍼포먼스계의 대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기록적인 퍼포먼스 이름을 딴 <Artist is Present> 전시를 열었다. 전시 기획은 올해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테이프로 고정된 바나나를 1억5000만원에 판매해 더욱 유명해진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맡았다. 복제품이 활개를 치는 중국에서 그 어떤 것도 고유한 것이 없는 동시대 사회에 복제품은 꼭 필요한 도구라는 흥미로운 역설을 제시해 많은 방문객을 끌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LA 카운티 뮤지엄(LACMA)과 손잡고 예술가의 스튜디오와 영화 스튜디오를 비교하며, 영화와 시각예술의 연결점을 탐구하는 공동 기획전 <In Production: Art and the Studio System>을 개최하는 전시를 진행했다. 

 

대니얼 아샴의 <영속적인 현재> 전시에서 만난 큰 매듭, 발굴된 벽, 브론즈 캐릭터 등, 강아지 

 

한편 중심가 번드 지역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투자 회사인 포선 그룹과 포선 재단이 후원하는 비영리 공간 포선 파운데이션(Fosun Foundation)이 있다. 영국의 다빈치라고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번드 파이낸스 센터 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의 파사드는 거대한 파이프가 시간대별로 돌아가는 오르간 형태를 띠는데, 골드 컬러 대나무를 이은 모습은 중국의 왕관과 서양의 하프를 연계한 듯 동서양의 매력을 오롯이 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악과 함께 파사드가 회전하기에 ‘춤추는 빌딩’이란 별명이 붙었다. 


포선 파운데이션은 주로 국제적인 현대미술에 집중한 전시를 진행해왔다. 구사마 야요이(2019), 신디 셔먼(2018), 줄리언 오피(2017)에 이어 올해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여는 티파니(Tiffany & Co)의 <Vision & Virtuosity>를 소개했다. 1837년 뉴욕에서 시작된 티파니는 최근 베르나르 아노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세계 최대 럭셔리 기업인 루이 비통 모에 헤네시(LVMH)에 19조원에 인수됐는데, 시가총액 5조원을 상회하는 인수 가격은 티파니의 시그너처인 블루 박스에 담긴 의미뿐만 아니라 중국 내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음을 언급한 CFO의 말과 함께 큰 이슈가 되었다. 

 

 페로탱 상하이의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더불어 중국 상하이 징안구에 위치한 101년 된 서양식 저택 롱 자이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인수해 리모델링하며 ‘프라다 롱 자이(Prada Rong Zhai)’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전시 등 특별한 이벤트에만 문을 열며 지난해 중국 인기 작가 리우예에 이어 올해는 중국 작가 리칭(Li Qing)의 회고전을 열었다. 오래된 창문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근작까지 다양한 작품은 아름다운 건물 내부와 어우러져 특별한 매력을 전달했다.


황푸강을 건넌 푸둥 지구에 위치한 하우 아트 뮤지엄(How Art Museum)은 2012년부터 한국인 윤재갑 관장이 이끌고 있다. 로비에서부터 예술 작품이 가득한 원 홈 아트 호텔(One Home Art Hotel) 옆에 위치하며 올해는 페로탱 갤러리와 손잡고 앤디 워홀에게 영감 받은 작품을 통해 유명해진 후 디올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작가 대니얼 아샴(Daniel Arsham)의 <Perpetual Present> 전시를 선보였다. 현재와 미래,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흐리면서 시간과 역사의 비선형성을 연구하는 작업을 위해 작가가 만든 고고학 현장에 놓인 사물들을 거대한 크기로 마주하며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있는가를 되묻는 자리였다.    

 

 

장 미셸 오토니엘의 귀중한 돌 벽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의 거점, 와이탄번드 지구
주로 홍콩에 아시아 지점을 두어온 상업 갤러리들로 인해 지금 와이탄번드 지구가 무척 뜨겁다. 페로탱 갤러리(Perrotin Gallery)는 카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아시아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작가들을 대표해 디올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갤러리다. 메가급 인터내셔널 갤러리 중 가장 처음으로 2018년 이 지역 앰버 빌딩에 공간을 오픈하고 현재 프랑스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첫 중국 전시를 2월까지 소개하고 있다. 구슬과 벽돌 같은 구조적 요소를 담은 그의 유리 조각은 현지는 물론 전 세계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한편 파리, 브뤼셀, 런던과 뉴욕에서 상하이로 뻗어나가고 있는 피카소 후손의 갤러리 알민 래쉬(Almin Rech). 현재 카니예 웨스트의 뮤직비디오에 소개되어 화제를 모은 제임스 터렐의 최근 설치 작품을 선보여 화제다. 터렐은 어릴 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능수능란하게 빛과 공간을 변형시키는 능력을 최고치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몰입형 환경에서 인간의 직사각형, 타원형, 가로세로를 넘나드는 반투명 소재를 통해 흘러나오는 빛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는 신비한 현상을 감상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알트메드의  로리 2019

 

한편 1967년 런던에 오픈해 뉴욕에도 지점을 두고 있는 리슨 갤러리(Lisson Gallery)는 역시 같은 건물에 오픈한 후 줄리언 오피,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등을 소개 중이며, 맞은편에는 떠오르는 아시아 작가를 소개하는 <휴고 보스 아시아 아트 어워드(Hugo Boss Asia Art Award)> 전시가 열리고 있는 록번드 뮤지엄이 함께 자리해 방문해볼 만하다. 


이 외에도 상하이의 테이트 모던이라는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Power Station of Art)에서는 런던을 거점 삼아 여러 도시에서 활동해온 디지털 아트 단체 팀랩(Teamlab)의 <Borderless>라는 전시를 엡손과 손잡고 상설관을 준비하여 진행하는 등 중국은 발 빠르게 세계 미술계의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장 미셸 오토니엘, 페로탱 상하이 전시 전경. 

 

아트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아트바젤 홍콩 외에도 아트페어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매월 해외로 아트 투어를 떠나야 할 정도로 경험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웬만한 아트 애호가라 할지라도 빠르게 돌아가는 미술 시장에서 해외 주요 전시나 VIP 행사에 대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빠르게 접하기는 어려운 법이라 컬렉터들이 경험할 만한 모든 정보를 큐레이션해 도슨트와 함께 전달하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는 곳도 있다. 라이프스타일 부분을 가미해 같은 기간 열리는 유명 갤러리와 브랜드 행사에 참여하며 현지 컬렉터들과 교류하는 콘텐츠가 되도록 노력한다. 한국 컬렉터들은 이제 1시간 40분이라는 짧은 비행 시간이면 상하이에서 전 세계 예술 애호가와 함께 폭넓은 예술 세계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2020년 첫 글로벌 아트페어 행사는 1월 17일부터 19일까지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당다이 아트페어다. 현재의 아트바젤 홍콩이 있게 한 페어 전문가 매그너스 랜프루가 대만의 큰손을 타깃으로 정하고 스위스 프라이빗 뱅킹인 UBS의 후원으로 2018년에 설립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홍콩의 정치적 상황을 생각하면 상반기에 아시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아트 행사가 될 것이다. 이제 예술마저도 아시아 마켓 허브로 중국을 경험해야 할 때다.  

writer Jackline Jiae B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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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케이아티스츠 아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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