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성장담 혹은 모험담

때론 차가운 진실보다 따뜻한 거짓말이 삶에 위로를 전하는 법이다. 허풍쟁이 아버지와 진실을 전하는 아들이 만들어내는 성장담이자 모험담인 <빅 피쉬>가 뮤지컬로 찾아온다.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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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아버지와 사실이 곧 생명인 아들. 오랫동안 소원했던 부자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재회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뮤지컬 <빅 피쉬>다. 팀 버튼의 영화로 유명한 대니얼 월리스 소설 <빅 피쉬>. 주인공은 너무나 다른 성향을 가진 부자다. 소년 윌 블룸에게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은 자랑스러운 영웅이었다. 소싯적 아버지는 만능 스포츠맨이자 발명가였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거인을 상대로 담판을 지어 마을에서 내쫓은 위인이었다. 또한 아버지는 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한 여행가이자 서커스단 단원이었으며, 전쟁에 참전해 비밀 임무를 수행한 요원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는 쇠락해가던 한 마을을 되살려놓은 자선 사업가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소년에게 아버지는 영웅 같은 존재다.

 

 


그러나 청년 윌에게 에드워드의 무용담은 그저 허풍에 불과하다. 아버지가 만났다는 거인, 마녀, 늑대인간, 샴쌍둥이, 인어 이야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윌은 그 모든 것이 아버지가 집을 자주 비우는 데 대한 알리바이라고 생각한다. 윌이 사실을 중시하는 신문기자가 된 이유도 아버지의 허풍에 대한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윌은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그렇게 부자 관계는 단절된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두 사람이 재회하는 건 임종을 앞두고서다. 실오라기 같은 진실이라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로 집을 찾은 윌.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하다. 세상 모든 청년에게 아버지는 부정하고 싶은 존재다. 


그리고 윌은 창고에서 아버지가 낯선 여인에게 쓴 부동산 위탁 증서를 발견한다. 예전부터 아버지의 거짓말이 두 집 살림을 차린 데 대한 알리바이가 아니었을까 의심하던 윌은 주소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낯선 여인으로부터 젊은 시절 아버지의 일화를 듣게 된다. 오래전 파산한 마을을 아버지가 경매로 사들여 재건한 이야기, 거인이 집을 세워준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가 사랑했던 여인은 오직 윌의 어머니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등을 듣게 된다. 윌은 이제까지 거짓말로 치부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깨닫고, 다시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동안 병세가 심해진 아버지는 병원 침상에 누워 있다. 거기서 윌은 주치의로부터 또 하나의 진실을 듣는다. 자신이 태어나던 날 아버지가 큰 물고기를 잡았다던 그 이야기가 실은, 집을 비운 데 대한 죄책감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 등장하는 주치의의 대사는 이 작품의 명대사 중 하나다.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아들 윌에게 묻는다. “아들아, 내가 어떻게 죽는지, 마녀의 눈을 통해 본 걸 알려줘.” 이제, 윌은 무슨 말을 하게 될까? 소년은, 청년은 성년이 되어서야 겨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소설가 정미경이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에서 그랬다. “사람들은 관계를 망가뜨리는 건 거짓말이나 불성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 사이를 끊어놓는 것은, 물 위로 떠오른 익사체처럼, 대개 감추어져야 할 사실이다. 대부분의 진실은 불결하고 때로 사악하다.” 저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때로는 차가운 진실보다 따듯한 거짓이 삶을 위로한다. 


윌의 입장에서 <빅 피쉬>는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년으로 자라는 성장담이다. 그러나 에드워드 입장에서 이 작품은 찬란했던 전성기의 무용담이다. 작품을 보는 재미는 무용담에서, 의미는 성장담에서 발견 가능하다. 뮤지컬 <빅 피쉬>가 12월 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컴퓨터그래픽의 활용이 제한되는 장르. 거인과 인어 장면을 어떻게 구현해낼까? 무엇보다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1만 송이 수선화 속 프러포즈 장면은 어떤 장관으로 연출될까?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뮤지컬을 보는 재미는 충분할 것이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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