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감성을 중첩시키는 글과 음악

글과 음악을 이어 새로운 감동을 전하는 사람들.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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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아나운서가 입은 볼륨 플레어 롱 슬리브 블라우스는 롱샴. 블랙 재킷은 본인 소장품. 전수경 음악감독이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는 모두 본인 소장품.

 

 

감성을 중첩시키는 글과 음악
전수경 음악감독,  윤영미 아나운서

대부분의 창작품엔 ‘그것’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글과 음악도 그렇다. 이 문장 안에 그 단어가 자리 잡은 이유, 그 멜로디 안에 이 음정이 선택된 이유와 같은. 사소한 부분조차 창작자가 고심해서 선택한 결과물로 완성되는 글과 음악에는 만든 이의 생각과 감정이 오롯이 담긴다. 친근한 말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윤영미 아나운서와 광고 음악, 드라마 OST, 영화 OST 등 다양한 분야의 사운드트랙을 창조해낸 전수경 음악감독이 손잡고 글과 음악의 이러한 특성을 살린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여행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감상을 에세이와 사운드트랙으로 만들어낸 <___여, 행하라>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윤영미 아나운서가 직접 다녀온 자신만의 보물 같은 여행지 68곳을 소개하는 책 <___여, 행하라>에는 여행지에 대한 그녀의 단상과 여운이, 책 속에 등장한 여행지 중 6곳을 추려 음악으로 구성한 앨범 <___여, 행하라>에는 윤영미 아나운서의 글에 대한 전수경 음악감독의 감상과 새로운 상상이 담겼다. “윤영미 아나운서와 지인들이 함께하는 모임이 있어요. 거기서 서로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죠.” 전수경 음악감독이 말했다. <___여, 행하라>의 책과 음악은 기획된 지 2~3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한번 결심하면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는 두 사람의 성격 덕이다. 평소 쉼 없이 여행을 떠나기로 유명한 윤영미 아나운서가 가장 먼저한 일은 소개할 여행지를 추리는 작업이었다. 기준은 그동안 다녀온 여행지 중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녀에게 감동을 안겨준 곳. 그녀는 고심해서 고른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어투로 써내려갔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많잖아요. 그것보단 제가 직접 여행지에 가서 보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윤영미 아나운서의 초고가 나오고 전수경 음악감독은 여행지 68곳 중 자신의 마음을 흔든 6곳을 선택했다. “윤영미 아나운서의 글을 읽고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서 작곡하고 가사를 붙였어요.” 같은 주제로 함께 작업했다는 말에, 당연히 서로의 작업물에 관여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___여, 행하라> 프로젝트의 콘텐츠들은 독자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그래서 같은 장소를 주제로 한 윤영미 아나운서의 글과 전수경 음악감독의 음악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면서도 각자 뚜렷한 개성을 드러낸다. “음악은 완전히 완성된 후 들어보았어요. 그녀만의 해석이 가미된 음악이 제 글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더라고요.” 음악에 담긴 전수경 음악감독의 감성은 글 속에 담긴 윤영미 아나운서의 감성과 어우러지며 <___여, 행하라> 프로젝트를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었다. 마치 마르지 않은 빨간색 수채화 물감 위에 파란 물감을 덧바르면 신비로운 보라색이 탄생하듯 말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그녀들의 감성이 중첩되며 만들어낸 이 색깔 위에 당신이 직접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을 덧칠해보라고. 

 

 

슬리브의 버튼다운 드레스는 나루강, 은방울꽃 모티프의 드롭 이어링은 리사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서점
장혜진 대표

염리동 좁은 골목 안, 작은 음악 서점이 있다. 주로 올드팝과 연주곡이, 때로는 신나는 록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곳의 이름은 초원서점. “그림, 음악, 글 등 어렸을 때 좋아한 것들 중에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건 글과 음악이었어요.” 어려서부터 읽고 쓰고 듣기를 즐기던 초원서점의 장혜진 대표는 한때 방송작가로, 이후에는 글 기반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무 수입 없이 오로지 창작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터, 자신의 취향을 나누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초원서점이다. 독립 서점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음악 전문 서점인 초원서점이 보유한 음악 서적은 500~600여 종. “음악가가 쓴 에세이나 소설, 악보집, 음악 이론서, 음악 소설, 음악가 평전 등 음악이란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는 책은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들여놨어요. 손님이 힘들게 찾아왔는데 원하는 책이 없으면 죄송스럽더라고요.” 초원서점에서는 음악 서적은 물론 이제는 구하기 힘든 오래된 음악의 LP와 테이프, CD 등도 판매하고 음악과 책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초원서점이 그동안 선보인 프로그램 중엔 기타 연주, 작사법 등을 배울 수 있는 ‘초원 음악 교실’,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초원 음악회’, 저자와 함께하는 ‘초원 북토크’, 다양한 주제로 음악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초원 살롱’ 등이 있다. 서점이 조금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이왕이면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 서적 전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취향으로 초원서점을 오픈한 지 어느덧 3년 반이 되었다. 물론 서점 운영이 늘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아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10개월간 문을 닫기도 했다. 다시 빗장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올 3월부터다. 아직은 완전히 예전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초원서점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사람들의 응원 속에 천천히 정상 궤도를 향해 가는 중이다. “얼마 전 한 손님이 와서 책을 사 갔어요. 계산을 하고 책을 드리니 손님이 저에게 슬며시 본인이 가져온 책을 한 권 주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진로 고민으로 힘들어하던 시기, 저희 서점에서 저와 이야기를 나눈 분이셨어요. 그때 대화를 하며 위안을 받고 생각이 정리됐대요. 그리고 출판사에 입사해 첫 책으로 음악가의 에세이집을 펴냈다고 주시더라고요. 그 대화를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서점을 다시 오픈하자마자 직접 찾아와 책을 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특별한 사연을 지닌 그 책은 지금 초원서점의 서가에 꽂혀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와 이 책을 만든 손님의 만남처럼 따뜻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서점을 운영해온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장혜진 대표가 한 일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음악과 책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저는 글과 음악이 엄청나게 위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거든요. 글과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도구인 거죠. 그것도 아주 훌륭한.” 글과 음악이 있기 이전에 사람이 있었고, 누군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글과 음악은 탄생했다. 장혜진 대표는 글과 음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그것들이 지닌 힘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글과 음악이 가진 힘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때로는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며 그렇게 서점을 꾸려 나가고 있다.

 

 

콤비컬러 니트 풀오버는 분더캄머, 빈티지 체크 오버사이즈 자켓은 마조네for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신혜림 작가

우연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리고 우연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철의 골든디스크> 음악작가이자 <배철수의 음악캠프> 화요 코너 ‘배신의 한수’ 게스트, 그리고 <신혜림의 Just Pop> 작가 겸 DJ로 활약 중인 신혜림 작가도 우연한 계기로 라디오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취업 준비생 시절, MBC 라디오에서 음악 원고를 쓸 수 있는 작가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전에 음악 웹진에서 필진으로 활동한 경험을 발판으로 라디오 작가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죠.” 그렇게 어느 날 찾아온 기회를 잡아 <라디오 데이즈 하동균입니다>의 막내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DJ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Hi-Five 허일후입니다>의 작가 시절이었어요. 당시 프로그램은 DJ님, PD님 그리고 저, 단 세 명이 만들어가고 있었죠. 1시간 분량의 원고를 혼자 마감해내느라 매일 2~3시간씩 자며 일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PD님이 제안을 하나 하시더라고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볼래? 출연하는 날 원고는 빼줄게.’ 그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고를 조금이라도 덜 쓰고 싶어서 덜컥 수락했어요(웃음).” 한번 게스트로 출연하고 나니 그 뒤로 종종 게스트 출연 권유가 들어왔다. 그리고 올해 초 원고를 쓰는 것부터 DJ까지 오롯이 그녀만의 색깔로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왔다. 4월 2일 새벽 2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신혜림의 JUST POP>의 첫 방송을 내보냈다. DJ라는 미지의 세계에 뛰어든 요즘, 신혜림 작가는 마치 막내 작가 시절처럼 배우는 마음으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혼자서 1시간 동안 이야기하는 게 정말 힘든 일임을 몸소 체감한다고, 방송을 녹음할 땐 1초의 침묵조차 억겁의 시간으로 느껴진다며 배시시 웃는 그녀.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맡았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전에는 DJ의 성향이나 어투, 취향 등을 고려해서 원고를 써야 했어요.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음악 선곡도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지 않으면 정말 좋은 곡이라도 소개하지 못했고요. 그러나 <신혜림의 JUST POP>은 제가 구성부터 음악 선곡, DJ 역할까지 모두 하기 때문에 제 성향을 조금 더 드러낼 수 있죠.” 어린 시절 백일장에 나가 탄 문화상품권으로 좋아하는 음악 테이프와 CD를 사며 즐거워했던 소녀가 음악 라디오 작가가 된 지 어느덧 12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베테랑 작가가 되어, 글과 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노래와 사연을 전하는 신혜림 작가에게 글과 음악이 함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무엇인지 물었다. “음악은 분명 존재하지만 실재(實在)하지는 않잖아요. 시간과 함께 흘러갈 뿐이죠. 소유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음악에 대한 설명이나 감상이 글로 표현되는 순간 비로소 그 음악은 소유할 수 있게 되죠. 한 문장, 혹은 문단으로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가 하는 일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고 사연을 읽어주는 것이 아닌, 음악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아 같은 주파수를 공유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하는 일이란 사실을. 그들이 소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신혜림 작가를 만나기 전, 다양한 음악 감상 플랫폼이 존재하고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해 추천까지 해주는 서비스도 나온 이 시대에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만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안개가 걷히듯 의문은 사라지고 의미는 명징해졌다. 

최성현 Hair & Makeup 채현석 Stylist 허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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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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