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가치관이 전복되는 경계선에서

영화 <경계선>은 주류와 비주류, 나와 타자를 나누는 경계선의 존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보편적이라 여기는 가치관을 뒤집는다.

20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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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촬영되는 장소의 공기를 화면에 담는다. 북유럽 지역의 영화들이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는 <경계선> 역시 마찬가지다. <렛미인>의 이색적 분위기와 독특한 상상력에 매혹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알리 아바시의 <경계선> 개봉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경계선> 역시 <렛미인>의 원작자였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기발하다 못해 발칙한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영화, 그것이 바로 <경계선>이다. 세계 신예 감독들의 작품을 초청하여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상영해온 칸영화제는 <경계선>에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안기며 알리 아바시의 상상력을 응원했다. 

 

 

 

<경계선>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지만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를 통해 지금의 인간 사회를 반추하게 하는 영화다.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적극 활용해 범인을 잡아내는 최고의 요원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외모는 늘 그녀를 외롭게 한다. 그런 티나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보레’가 나타난다. 보레는 티나에게 자신들이 인간과 다른 종족인 트롤이라는 사실과 함께 트롤 종족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직접 가르쳐준다. 티나는 이제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다.  


트롤은 인간과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다. 인간이 싫어하거나 무관심한 것을 좋아하고, 인간이 좋아하는 것에 무관심하다. 가령, 트롤은 인간이 먹는 음식에 시큰둥하지만, 인간이 징그러워하는 벌레를 최고의 요리로 삼는다. 무엇보다 인간과 트롤의 가장 큰 차이는 성적 징표인 생식기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티나와 보레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인간 사회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전복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감지된다. 영화의 제목이 ‘경계선’인 이유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우리’와 ‘그들’이라는 자신만의 경계선을 만들었고, 그 경계선 너머의 존재를 향해 비정상, 비주류, 괴물, 열등한 것 등등의 낙인을 찍는다. 인간은 경계선 너머의 존재와 공존을 택하기보다는 그들을 억압하고 배척하는 방식으로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인류의 수많은 학살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티나가 행복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순간은 인간처럼 살아야 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 경계 너머’의 본능에 눈을 뜨면서다. 늘 위축되어 있던 티나가 발가벗은 채 숲속을 달리며 행복으로 충만한 표정을 지을 때, 인간이 만들어놓은 경계선의 굴레에 갇혀 정작 억압받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경계선>은 경계 너머의 존재인 트롤의 눈으로 인간 사회를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성찰하도록 한다. 하지만 경계 너머의 존재와 공존해야 하는 것은 트롤 역시 마찬가지다. 티나와 보레의 사랑은 그들이 인간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마주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티나는 보레가 다르다는 이유로 열등한 괴물로 취급하며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인간들에게 복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티나는 보레가 없는 외톨이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레의 삶의 방식에 동의할 수도 없다. <경계선>은 인간보다 더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티나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경계선 너머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괴물로 취급하는 존재들에 비해 더 윤리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경계선>은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아름다운 판타지이자, 인간 사회에 대한 날 선 풍자이며, 그럼에도 경계선 이편과 저편의 공존을 향한 희망의 끈을 안간힘을 다해 붙잡는 영화다. 그래서 시리고 아프지만, 그만큼 누군가의 행복을 빌게 하는 영화가 바로 <경계선>이다.

Cooperation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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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시환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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