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죽음, 삶을 지배하는 힘

1974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죽음의 부정>의 복간본이 새롭게 출시됐다. 죽음에 대해 치밀하고 깊이 있게 탐구한 이 책은 죽음의 공포와 본질이 무엇인지 전한다.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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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문에 샘 킨이 쓴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그는 이 책을 검토하고 나서 어니스트 베커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화했다가, “그가 막 병원에 실려갔으며 암 말기여서 일주일 이상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샘 킨을 부른 어니스트 베커가 처음으로 한 말은 이렇다. “최후의 순간에 절 찾아오셨군요. 제가 죽음에 대해 쓴 모든 것을 드디어 검증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보여줄 기회가 찾아온 거죠. 제가 과연 존엄하고 인간답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런 태도를 지닌 학자의 책이 얼마나 치밀하고 깊이 있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 책은 1974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죽음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았다. 이 책이 다루는 수많은 이야기는 그의 이 한마디 아래 이합집산한다.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행위와 그 부산물은 모두 죽음을 부정하는 것에 기초를 둔다.”


죽음이 주는 압박이 그토록 결정적인 것이 사실일까? 샘 킨은 서두에서 단언한다. “존슨 박사가 말하길 죽음을 앞두면 마음이 놀랍도록 집중된다고 한다. 이 책의 주된 논지는 그건 약과라는 것이다. 죽음의 관념, 죽음의 공포는 인간이라는 동물을 무엇보다 사납게 뒤쫓는다. 죽음은 인간 활동의 주된 원동력이다. 이 활동의 목표는 대체로 죽음이라는 숙명을 피하고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문장을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내 스스로 죽음에 대해 초연하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죽음은 필연적이고, 두려워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에 남은 세계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두려운 것은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일 뿐이라고, 그마저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 괜찮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죽음은 내가 의식하고 있든, 의식하고 있지 않든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그가 말하는 공포는 단순히 이 세상에서 내 존재가, 혹은 사랑하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에서 생겨나 이름, 자의식, 깊은 내적 감정, 삶과 자기표현에 대한 고통스러운 내적 열망. 이 모든 것을 가지고도 죽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공포의 근원이다”라는 그의 말은 죽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다 정확하게 짚는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죽음과 함께했다. 그는 암 진단을 받고 49세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5년에 걸쳐 이 책을 집필한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대해 연구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다. 그는 인간학의 여러 분야에서 수집된 자료를 하나로 묶는 끈이며, 인간 행위를 놀랍도록 명료하게 이해하는 열쇠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그는 이 책이야말로 “내가 쓴 최초의 성숙한 저작”이라고 단언한다. 지나친 겸손의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의 학자적 경력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가 “이 책은 내 학자적 영혼의 평안을 위한 시도이자 지적 사면을 위한 청원이다”라고 말할 때, 그의 진심이 보인다.  


삶을 아름답고 따스하게 보는 이라면 이 책이 마뜩찮을 것이다. 그는 자연은 월트 디즈니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보았다. 이 책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영웅주의인데, 그것은 현재의 어려움이나 한계에 대항하는 인간의 자질이다. 즉, 자연은 인간의 적이며, 삶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다. “어머니 자연은 이빨과 발톱을 피로 물들인 채 자신의 피조물을 찢어발기는 잔혹한 암캐”라는 비유가 과하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는 희망을 향하고 있다. 인류가 전쟁, 인종 청소, 집단살해 등의 악을 만들어낸 원인을 알 수 있다면, 없애는 법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베커는 그 해결책을 ‘전쟁의 도덕적 등가물’에서 찾는다. 증오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빈곤, 질병, 억압, 자연 재해 같은 비인격적 인격체로? 그러나 무엇으로도 죽음에 대한 공포 자체를 극복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의 말대로 자각하고 의식적으로 직면하는 수밖에.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북, 죽음의 부정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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