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리스본에서 만난 카사 포르투나토 호텔

주인 가족이 살고 있는 호텔에 묵어본 적이 있는지. 네 자녀를 둔 건축가 부부가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든 카사 포르투나토. 이곳에 머물면 리스본에 내 집을 마련한 듯한 기분이 든다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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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대리석 바닥과 계단을 살린 현관. 다양한 형태의 유리 펜던트 조명이 반짝이는 현관에 들어서면 호텔 주인의 가족이자 마스코트인 반려견 ‘카카우(Cacau)’가 반갑게 맞이한다.      

 

전통과 모던의 유쾌한 조화를 목표로 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돋보이는 1번 객실. 호텔 객실 중 가장 큰 공간으로, 프렌치 도어를 사이에 두고 침실과 거실이 자리한다. 침대 머리맡 벽면 몰딩 프레임 안에 디지털 그래픽 패턴 벽지를 붙여 현대적 감각을 더하고 책상과 의자 등 가구는 주인 부부가 모은 미드센트리 모던 디자인 컬렉션을 조합한 것이다. 레드 카펫은 모로코에서 구한 빈티지. 

 

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당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올해로 20년. 안토니오 팔캉 코스타 로페스(António Falcão Costa Lopes)와 필리파 포르투나토(Filipa Fortunato)는 40대가 되자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꿈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우리 부부가 결혼할 당시 부모님으로부터 일종의 ‘경고’를 받았어요. 자녀가 집을 떠난 후 부모로서 느끼는 외로움이 예상보다 크다는 거였죠.” 안토니오와 필리파는 신혼 시절부터 먼 미래 자신들에게 일어날 ‘빈 둥지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진지하게 고민해왔다. “솔직히 말하면 반은 농담으로 시작한 이야기였어요. 만약 우리가 작은 호텔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산다면? 가정을 해보니 노년의 부부가 서로에 대해 권태감을 느끼기보다는 다양한 손님을 맞이하며 그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나은 삶이 아닐까 싶더군요.”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부의 계획은 제법 구체화됐다. 1남 3녀를 둔 안토니오와 필리파는 포르투갈 리스본 북부에 있는 모던 콤플렉스 아파트에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했고, 13년 후 이 근교에 호텔을 지으면 좋겠다는 판단하에 조심스레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던 터. “그런데 뜻하지 않은 운명이 개입한 거죠! 우리가 이렇게 빨리 호텔에서 아이들과 투숙객을 돌보고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땅의 색상과 자연의 이미지를 반영한 8번 객실. 소나무 마루와 토양 빛깔의 아치 헤드보드, 그리고 잔잔한 원형 그래픽 패턴 벽지의 조화가 세련된 자연미를 완성했다. 

 

이국적인 아프리카 색감, 모던한 덴마크 가구에 포르투갈 특유의 디테일을 품은 몰딩이 어우러진 7번 객실. 이 공간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벽지 패턴은 아프리카 줄루족의 전통 방패를, 색상은 아프리카 황토벽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이다. 오렌지색 원형 플라스틱 테이블은 카르텔 제품으로 1960년대 빈티지. 소파와 가죽 의자 역시 미드센트리 모던 빈티지 디자인. 

 

안토니오와 필리파가 운영하는 호텔 ‘카사 포르투나토(Casa Fortunato)’는 리스본 시내에 자리한 18세기 포르투갈 건축 양식으로 지은 3층짜리 타운하우스에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3개 도로가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한 덕분에 오랫동안 주요 공공 기관과 상업 시설로 애용되었다. 전후에는 도시 융성을 위한 외교 클럽으로, 1960년대 후반에는 포르투갈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시모네 드 올리베이라(Simone de Oliveira)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리고 최근 건물 소유주는 지역의 저명한 내과 전문의로, 자신이 거주하는 곳 외에 모든 건물은 상점으로 임대한 상태였다. “본래 이 건물은 저희 집안이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운영하는 건축회사 소유의 새로운 리스본 사무실로 점찍어둔 곳이에요.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니 공간의 뼈대가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축가인 안토니오의 눈을 사로잡은 건물은 실제 특별한 탄생 배경을 지녔다. 1755년 리스본에 일어난 대지진 후 조셉 1세 정부 내무부 장관이었던 폼발 후작(Marquis of Pombal)이 도시 재건에 군사 엔지니어를 투입하고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도입했는데, 이곳이 바로 그 당시 완성된 건물이다. “이때 건축 양식을 ‘폼발린 스타일(Pombaline Style)’이라 하는데, 기본적으로 신고전주의 양식을 따르지만 경제성을 고려해 장식을 표준화했고 내진 설계에 의해 조립식 시스템으로 건축했습니다.” 폼발린 양식의 건물은 벽과 바닥 그리고 지붕에 플렉서블 우드 구조를 이식하고, 여기에 미리 제작해둔 건축 마감재를 붙여 완성하는 원리로, 지진이 나면 건물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건축 공법도 혁신적일 뿐 아니라 도시 계획을 완전히 새로 한 만큼 중세 시대 건물이 지닌 단점을 모두 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넓게 난 도로와 이웃한 공원이 선사하는 여유로운 환경, 큰 창으로 쏟아지는 풍부한 채광과 환기가 잘되는 쾌적한 구조. 이 근사한 공간을  사무실로 쓰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안토니오는 아내에게 호텔 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필리파는 남편과 함께 14개월간 리노베이션에 몰두했다.

 

자연미 돋보이는 휴식처를 위해 건식 세면대 벽면은 장인이 손수 구운 흙 타일로 마감하고, 그 맞은편에 고리버들 의자와 잡지를 정리한 책꽂이를 둔 8번 객실. 

 

“건물의 본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엠파이어 스타일의 계단 난간을 직접 페인팅하고 오리지널 소나무 바닥을 조심스레 샌딩하며 전통미를 복원했죠.” 부부는 리스본 중심부에 자리한 이 역사적 건물을 찾는 사람들이 포르투갈의 역사와 숱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필리파는 고전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창문에서 수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최고 명인, 명품을 선별하는 수고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편 안토니오는 객실과 레스토랑을 비롯해 가족의 보금자리까지 만드는 막중한 책무를 담당했다. “객실마다 욕실 배관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면서 까다로운 과정을 여러 번 접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무사히 마쳤습니다.”    

 

독특한 레이아웃을 보여주는 9번 객실. 서재, 침실, 욕실이 한 섹션에 공존하는 가운데 욕실 부분은 단을 올려 욕조를 매립한 구조로 독보적인 개성을 자랑한다. 개방형 구조의 욕실이지만 크롬 캐노피 침대 프레임 덕분에 마치 공간이 분리된 듯 보인다. 생동감 넘치는 사각형 패턴 벽지는 네모반듯하게 나뉜 공간의 레이아웃을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다.       

 

‘행운의 집’을 의미하는 카사 포르투나토는 객실이 9개 있다. “방을 9개로 정한 건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포르투갈에서 9라는 숫자는 성스러운 느낌으로 완성과 성취를 상징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 마술적인 숫자의 힘을 믿고 있어요.” 부부는 이 특별한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각 객실을 모두 다른 규모와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호텔의 공용 다이닝룸은 아내가 물려받은 가구와 회화 작품으로 꾸몄다. 풍경화는 필리파의 어머니가 그린 것이고 식탁 의자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건축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문화와 친숙한 부부는 붉은 흙빛의 지오메트릭 패턴 벽지를 바른 객실에 아프리카 민속 의자와 덴마크 미드센트리 모던 빈티지 가구를 조합하는 예상치 못한 스타일을 구현하고, 또 어떤 방에는 ‘자연에 대한 동경’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동그라미’라는 형태로 구체화하기 위해 반달 모양이 들어간 패턴 벽지, 둥근 브라스 손잡이, 둥근 쟁반 같은 조명을 조합해 호텔에서 가장 고요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덕분에 카사 포르투나토의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호텔 리셉션. 부부가 직접 모은 장 푸르베 디자인 철제 데스크, 마르셀 브로이어 디자인 체어, 패션 브랜드 마르니에서 제작한 오리 형상의 오브제 등으로 꾸민 리셉션은 리드미컬한 옵티컬 패턴 벽지가 더해지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이닝룸. 바닥은 이곳을 위해 특별 제작한 핸드메이드 타일, 로즈우드 식탁은 앤티크, 브론즈 촛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것이다. 의자는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카이 크리스티안센(Kai Kristiansen)이 제작한 것으로 빈티지 숍에서 구했다.   

 

호텔은 3개 층에 걸쳐 라운지, 라이브러리, 레스토랑과 객실 9개가 자리한다. 또 안토니오의 가족은 맨 위층에 있는 객실을 제외한 공간을 집으로 만들어 살고 있다. 호텔과 별개로 가족만 드나드는 입구가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가족 모두 마치 자신이 손님인 양 호텔 출입구를 제 집 드나들 듯 애용하고 있다고.

 

호텔 투숙객은 물론 주인 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라이브러리. 전망 좋은 통창을 배경으로 건축가 부부가 모은 디자인 역사에 빛나는 가구 컬렉션과 아트워크가 여유롭게 놓여 있다.

 

가족이 사는 집으로 개조된 공간. 비스듬한 천장이 매력적인 주거 공간은 네 자녀와 함께 사용하기에 충분히 넓지만, 실제 가족들은 호텔 공용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가구와 아트 오브제 역시 부부가 수집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호텔 출입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의외로 우리 애들이 호텔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호텔 라이브러리에서 숙제를 하고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자유롭게 생활하는 아이들은 손님과 소통하며 카사 포르투나토를 한층 친근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큰딸 율리아(Júlia)는 비공식적인 컨시어지 담당자로 손님들에게 주변 쇼핑 스폿과 관광 명소를 추천해주고, 아들 요아킴(Joaquim)은 자신이 사랑하는 서핑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낯선 곳으로 놀러 온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카사 포르투나토는 규모는 작지만 전문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방문객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화이트 도자기 그릇은 포르투갈 핸드메이드 브랜드 비스타 알레그레(Vista Alegre) 컬렉션이다.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는 건강을 위해 채소 뿌리까지 모두 살려 조리하는 매크로비오틱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은 개성 강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을 위해 특화된 곳이에요. 그래서 객실도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죠. 우리 가족의 생활 방식을 손님과 교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대형 호텔에서 익명의 손님으로 지내는 게 좋다면 카사 포르투나토는 불편할지 몰라요.” 평소 필리파는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건강을 위해 유기농 채소의 껍질과 뿌리까지 모두 사용하는 매크로비오틱 식사를 하는데, 이는 손님들이 호텔 내 마련된 요가룸과 레스토랑에서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 

 

카사 포르투나토 주인 가족. 남편 안토니오와 아내 필리파, 큰딸 율리아, 아들 요아킴, 둘째 딸 메르세스, 막내 딸 소피아 그리고 반려견 카카우가 한자리에 모였다.   

 

실제 이 호텔을 촬영한 사진가 마놀로 일레라(Manolo Yllera)는 이렇게 말했다. “20년간 세계의 멋진 호텔을 촬영해왔지만 호텔에서 경험한 느낌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사진가로서 글보다 사진에 강한 진정성을 담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호스트의 진심 어린 환대와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건강식,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모르는 누군가와 나눈다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글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힘들더군요.” 안토니오와 필리파 부부는 이에 화답한다. “우리는 여기에 손님으로 도착한 사람들이 친구 또는 가족처럼 여겨질 만큼 친해져서 돌아가길 원해요. ‘집을 떠나와 도착한 집’ 같은 호텔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부부는 고백한다. 자신들 역시 이 호텔로 이사온 후 서로 더 가까워졌다고 말이다. “먼저 살던 집에서는 식사할 때 빼곤 마주 볼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손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주말마다 아이들과 호텔 다이닝룸에서 브런치를 먹다 보니 더 친해질 수밖에요. 덕분에 우리 호텔은 늘 만석입니다!”  

WRITER LEE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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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한지희PHOTO : Manolo Yllera(photof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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